현재 반도체보다 집적도를 1만배 이상 높일 수 있는 미래형 분자·양자소자의 기본 개념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서울대 물리학부 국양 교수 연구팀은 지름 1.4나노미터(㎚) 굵기의 탄소나노튜브 속에 지름 0.9㎚ 크기의 공모양 탄소분자인 풀러린(fullerene)을 집어넣어 측정한 결과 풀러린의 위치와 특성에 따라 전도성이 다른 반도체적 특성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1일 밝혔다.
이에 따라 탄소나노튜브를 이용한 초미세 양자소자 반도체와 이를 이용한 초(超)고집적회로를 만들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탄소나노튜브 안에 이물질을 넣으면 넣지 않은 부분과의 사이에서 성질이 다른 두 종류의 반도체를 접합한 것과 같은 전자기적 효과를 낸다는 기존의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며 “이는 1차원 선형 튜브에 분자를 삽입, 3∼10㎚ 간격으로 단위소자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위해 탄소 60개로 이뤄진 기존의 풀러린 대신 탄소 82개로 이뤄진 풀러린에 원자번호 64인 가돌리늄(Gd)을 삽입했으며 이렇게 만들어진 콩깍지 모양 탄소나노튜브의 마디와 골 부분의 전자 에너지 차이(bandgap)가 각각 0.19전자볼트(eV)와 0.41eV임을 실험을 통해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양자소자는 두께가 10㎚ 정도의 도체에서 전자가 움직일 때 나타나는 특이한 전자기적 현상을 이용하는 반도체 소자다.
하지만 양자소자를 만들 때 기판이 어느 정도 이상 커야 그 위에 반도체들을 붙여나갈 수 있기 때문에 집적도나 품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양자소자 실용화의 문제점 가운데 하나였다. 이번 연구결과가 실용화되면 탄소나노튜브를 이용해 두께 3.8㎚인 접합 반도체를 층층이 이어붙인 형태의 양자소자가 나타날 전망이다.
국양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가 분자소자의 양대 난점인 고집적화와 양자소자 제작을 동시에 해소하는 방법을 제시했다”며 “탄소플러린 대신 다른 물질을 집어넣어 다양한 성질의 반도체를 제작하면서 소자로 실용화하는 기술을 앞으로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영국의 과학 학술지 네이처에 지난 28일 실렸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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