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IT협력을 매개로…

◆류영달 한국전산원 정보화지원단 수석연구원 ryooyd@nca.or.kr

 

 부시 미국 대통령이 포용정책을 펴는 한국정부는 고려하지 않고 강공을 펴며 긴장을 조성하는 이면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그 중의 하나는 부시 행정부가 북한에 요구해 온 것들, 즉 재래식 무기 후방 재배치, 미사일 개발 및 수출 포기, 대량살상무기 개발 중단 등을 더욱 확고히 하겠다는 것이다.

 미국 국제전략연구소(CSIS)의 한 연구원은 “북한의 자세가 변하지 않는다면 북미 관계 진전은 어려울 것이다”고 지적한 바 있다.

 국제질서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면 북한은 가끔 스팸메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스팸메일은 정보문화를 오염시키는 주범으로 사용자들을 불쾌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보낸 자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직간접적인 피해를 속출시키고 있다. 즉 짜증스럽게 하고 비효과적인 노력과 에너지 소모를 가져오게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북한을 일방적으로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면 북한을 어떻게 유용한 콘텐츠로 바꾸어 나갈 것인가.

 기본적으로 지나치게 몰아붙이는 측면보다는 북한의 개방과 개혁을 유도해 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몇 가지 기본적인 요건부터 확실히 요구하고 챙겨나가야 할 것이다.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확고한 입장과 북한에서의 경제활동에 대한 자유보장 등이다. 그래야만 북한도 세계적인 흐름에 발맞춰 갈 수 있고 발전할 수 있다. 그 다음 협력과 교류를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여기에는 무엇보다도 IT 기반의 교류협력이 가장 적절하다. 왜냐하면 북한도 그것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남북관계에서 조심해야 할 것은 극단으로 치닫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북한 유엔대표부 이형철 대사는 미국의 대북 강성기류가 상존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조만간 조·미관계는 잘 풀려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도 극단적인 상태가 오기를 바라지 않는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읽을 수 있다. 극단적인 선택을 배제함으로써 남북한간의 대화 가능성을 더욱 넓게 하며, 미래의 통일에 대한 논의 가능성도 더욱 높아지는 것이다.

 남북간 상호교류 증진의 최종목표는 서로를 깊이 이해하고 서로간의 격차를 줄여 민족 공동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 있다. 이런 과정에서 IT를 매개로 한 교류협력은 좋은 소재거리가 될 것이다. 다가오는 시대는 정보시대이자 지식경제의 시대다. 그것이 남북간에 최소한의 상호이해가 가능하도록 하는 가교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세계는 IT의 물살을 타고 지구촌 경제의 지도를 바꿔가고 있다. 전체 세계 경제에서 IT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더 커지고 있으며 그만큼 정보의 가치는 증대되고 있다. 북한도 이러한 시대의 흐름을 거부할 수는 없을 것이며, 이에 발맞춰 변해야만 한다. 그러나 지금처럼 경직된 분위기에서는 변화가 쉽지 않다. 이때 IT는 적절한 매개체가 될 수 있다. 마치 서먹서먹한 채로 앉아있는 이혼 부부에게 양방 모두 절실한 존재인 아이가 슬그머니 다가오듯이. 북한도 과학기술 발전을 최우선시하여 모든 경제사업과 교육사업의 지향점이 과학기술혁명을 촉진하는 데 있다고 하는 ‘과학선행사상’을 내세운 것은 주목할 만하다. 이러한 입장은 IT가 남북 가교역할을 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보화와 세계화의 기본 정신은 개방과 공유다. 21세기 남북은 공존공영을 추구하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나가야 할 것이다. 북한의 ‘새로운 태도’와 아울러 우리도 통일의 시대에 걸맞은 ‘신사고’가 필요하다.

 북미간의 냉기류는 남북이산가족 만남과 경제지원 등 전반적인 남북교류에 결정적인 악재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IT를 기반으로 한 과학기술협력의 장으로 물꼬를 틀 수 있다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이렇게 함으로써 북한은 ‘악의 축’의 꼬리표를 떼고 실질적인 상호협력의 장으로 나오게 되며, 한반도를 훨씬 부드럽고 안심할 만한 곳으로 만들어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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