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패러다임 바뀐다>(3)기술진화가 세상을 바꾼다

 

 

 기술이 세상을 바꾸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기술의 진화속도가 타분야에 비해 월등하게 빠른 통신산업은 더욱 그렇다.

 우선 인터넷폰, 초고속인터넷서비스, 블루투스, 무선랜, 광인터넷, 유무선통합서비스, IMT2000, 4세대 이동통신기술, 무선인터넷 등 다양한 기술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이중에서도 유무선에 의한 통신과 방송의 융합, 기존 전통산업과 통신망을 결합하는 다양한 융합서비스는 최근 가장 눈여겨볼 만하다. 이같은 기술변화가 상부구조라 할 수 있는 법과 제도를 바꾸는 시대가 오고 있다.

 ◇새로운 기술이 나온다=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은 디지털 경제, 신경제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다. 기존 경제의 틀에 ‘디지털’ ‘신(新)’이라는 접두어가 붙으면서 기존 경제의 틀과 차별성이 시도된다.

 아무튼 기존 경제패러다임에 네트워크, 정보통신기술이 융합되면서 기존 양상과는 다른 새로운 경제 틀이 마련되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 발전속도가 매우 빨라 신경제, 디지털경제의 개념을 규정하기는 어렵지만 과거 산업혁명시대처럼 시간이 흐르면서 정보통신기술이 전체 산업을 유도한다는 일정한 규칙성이 속속 발견되고 있다.

 정보통신 전문가, 경제학자들은 세계 정보통신산업은 인터넷 부문의 성장, IMT2000 및 유무선통합서비스 등장에 따른 신기술, 융합기술의 발전에 따라 경쟁영역이 확산되고 있다고 규정한다. 기업간에는 정보기술의 응용, 전자상거래 확산 등이 일어나고 산업간에는 유무선영역의 교차 침투, 새로운 통합상품의 등장으로 경쟁이 강화된다.

 이러한 배경에 대량의 멀티미디어 정보유통시대에 대비한 통신시스템 및 기반산업 발달, 다양한 소비자 욕구를 수용하는 복합 정보처리기기가 속속 개발되고 있음은 당연하다. 소프트웨어부문에서도 다양한 비즈니스 응용소프트웨어 개발, 컴퓨터 관련서비스 아웃소싱, 디지털 콘텐츠 기술 활성화도 덧붙여진다. 바로 기술혁신이다.

 기술진화는 각 부문별 독자적인 신기술, 원천기술과 더불어 네트워크와 네트워크, 이기종 서비스, 산업간의 결합도 빈번히 일어난다. 유무선통합서비스를 비롯해 현재 등장하는 기술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검증받은 것들이 대부분이다. 정보통신산업 내부간에 개발되던 신기술들은 정보통신산업의 영역을 넘어서면서 사회, 문화, 경제 전반을 아우르는 거대한 복합기술로 변모하고 있다. 정보통신 내부에서 일어나던 기술진화가 서비스, 산업, 정책의 변화를 가져오고 급기야 자본주의 틀을 규정하는 부의 이동, 권력의 재편마저 가져오는 추세다. 기술이 경제사회 변혁의 주춧돌이 되고 있다.

 ◇기술이 세계를 바꾼다=정보통신기술은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고비용·저효율의 구조를 저비용·고효율의 구조로 바꿀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힌다. 수십여년간 정부 주도의 경제개발 과정에서 발생한 정부중심, 획일화된 경영구조를 민간중심, 분산화된 경영체제로 바꾸는데 효과적인 무기로 사용할 수 있다. 하부구조로서의 기술진화는 기업의 생산성을 향상시키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 상부구조의 법, 제도, 문화마저 바꿀 수 있는 파괴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기업 및 산업의 생산성 향상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경제는 최근 개별 기업의 정보화에서 네트워크를 이용해 제조업, 서비스, 유통업을 총망라해 하나의 경제틀로 묶는 통합화를 진행중이다. 개별 경제에서 거시적인 국가, 세계경제로의 이행을 준비하고 있다. 지식과 정보를 획득하는 단순한 과정에서 이를 활용하는 ‘운용의 과정’으로 바뀌면서 경쟁, 융합이라는 변혁의 물꼬를 열고 있다. 패러다임의 전환이 일어날 수 있는 토대를 기술진화가 제공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통합적인 사고가 중요하다=새로운 기술은 대부분 유무선 통합을 전제로 한다. 유무선 통합은 가장 먼저 사업자간 영역을 붕괴하고 기하급수적인 경쟁을 유발한다. 유선사업자와 무선사업자간 영역이 무너질 뿐만 아니라 통신사업과 방송, 통신사업과 기존 전통산업과의 영역다툼도 치열해진다. 이러한 시장 변화는 통신사업자 혹은 방송사업자, 모든 기업에게는 위기인 동시에 기회가 된다. 자신의 영역이 좁아드는 대신 무한한 시장 진출의 가능성을 얻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특정영역을 고집하는 것보다는 가급적 넓은 개념의 마케팅 개념을 갖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유선사업, 무선사업, 방송사업 등의 특정 서비스보다는 이를 망라하는 통합서비스 개념이 요구된다. 특정시장에 대한 개념 규정, 특정 분야에 대한 지나친 집착은 통합의 시대에 편협한 시장 인식을 가져와 자칫 사업 전체를 매몰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술변화는 이미 우리에게 시장이라는 개념 변화를, 그에 따른 미래 비전을 새롭게 요구하고 있다.

 <김상룡기자 sr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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