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환익 한국산업기술재단 사무총장 che@kotef.or.kr
정의용 주제네바 대사가 WTO 뉴라운드 지적재산권 협상그룹의 의장으로 선출됐다.
물론 그의 개인적인 능력과 국제무대에서 높아진 우리의 위상 등이 작용했겠지만, 여기에서는 또 하나의 소중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한때 우리는 미국 등으로부터 지적재산권 우선 감시 대상국으로 낙인이 찍혀 항상 피고석에서 그 공격을 막기 급급했던 적이 있다. 우리 나름대로 노력도 하고 개도국으로의 억울한 입장도 있었지만 ‘지식도용’이라는 서릿발 같은 으름장 때문에 입법주권(立法主權)까지 양보해 가면서 그들이 하라는대로 법도 만들고 단속도 강화해 왔다.
지적소유권 관련 다자간 국제협의 석상에서도 우리는 항상 수세일 수밖에 없는 설움을 겪어왔다. 그러면서도 지적소유권 협상을 하려 온 외국 대표들의 귀국 보따리에는 이태원에서 산 유사상표 패션 의류들이 들어있는 것을 보고 씁쓸한 마음을 가져보기도 했다.
이번에 우리가 WTO 지적재산권 협상그룹 의장국이 된 것은 설마 초등학교에서 말썽꾼 반장시키면 잘 하는 것 같은 논리는 아니겠고, 국제무대에서 우리의 지적소유권 보호 노력이 상당히 인정을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소중한 의미를 느끼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에 투자를 꺼리는 제일 큰 이유 두 가지는 노사문제와 지적소유권문제다. 대학교수가 외국논문을 베껴 쓴 사례가 있었고, 중소기업에서 천신만고 끝에 개발한 기술이 대기업에서 기술사양만 조금 바꿔서 상품화해 시장에 내놓는 사례도 많다. 소송을 해봐야 시간만 많이 걸리고 피해볼 것은 다 본다.
지적소유권 보호는 외국에 인정받고자 함이 아니고 우리 스스로를 위해서다. 세계 일류상품이 그래도 100개 이상 되는 것은 독창적인 연구개발의 대가다. 이번에 의장 피선을 계기로 의장국에 걸맞게 특허청의 심사, 심판 기능의 확충도 따라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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