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문화산업 10대 과제>(10.끝)정부 정책

 “정부가 앞 다퉈 콘텐츠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지만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물론 벤처기업에 대한 거품이 꺼진 때문이겠지만 지난해 초보다 사업을 하기가 더 어렵습니다.”

 한때 세계 초일류 상품의 후보로까지 인정 받았던 온라인 게임을 개발하고 있는 한 벤처기업 사장의 탄식이다.

 “벤처캐피털, 개인 투자자들은 물론 심지어 정부까지도 디지털 콘텐츠만을 바라 볼 뿐 전통적인 문화산업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습니다. 상황이 조금 다를지 모르지만 몇년전 닷컴 열풍이 불 때 전통산업을 굴뚝산업이라고 매도했을 때와 비슷합니다.”

 셀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고 있는 중견업체 사장은 “디지털 콘텐츠만을 앞 세운 정부의 육성책이 문화산업 전반의 균형적인 발전을 저해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과장된 측면이 없지 않지만 문화산업에 대한 정부의 육성 정책의 현주소를 정확히 꼬집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2002년 2월 현 시점에서 볼 때 정부가 문화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은 지극히 당연한 말처럼 들린다. 하지만 뒤 돌아 보면 정부가 문화산업을 국가전략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나선 것은 길어야 1년 정도에 불과하다.

 정보통신부가 인터넷 기반의 디지털 콘텐츠를 집중 육성하겠다는 내용의 ‘디지털콘텐츠산업발전계획’을 발표한 것은 지난해 6월이었다. 역시 컬처 테크놀로지(CT)를 국가전략산업으로 집중 육성하겠다는 문화관광부의 ‘콘텐츠코리아비전21’도 지난해 같은 달 발표됐다. 또 디지털 콘텐츠 산업 육성을 위해 범 정부 차원의 지원 체계를 갖추도록 한 ‘온라인디지털콘텐츠산업발전법’과 ‘문화산업진흥기본법’ 개정안이 통과된 것은 지난해 말이다. 시기적으로 보면 정부가 문화콘텐츠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체계과 자금을 마련한 것은 지난해라고 봐야 한다. 따라서 올해는 정부의 육성 정책이 구체적인 결과물들을 내놓게 된다는 점에서 문화산업 진흥의 원년이라고 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몇가지 원칙이 정립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도 대규모의 자금 지원이 요구된다. 문화콘텐츠가 산업계의 오피니언 리더 사이에서는 황금알을 낳는 산업으로 여겨지지만 영화나 게임 등 일부 분야를 제외하고는 아직까지 설익은 산업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과감한 자금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문화관광부를 포함한 정부가 올해 전체적으로 7000억원 정도의 자금을 문화산업 육성에 쏟아 부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이 부분의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이와관련, 문화부의 관계자는 “문화부가 올해 문화산업 육성을 위해 책정한 사업비나 융자 투자 자금은 5300억원 정도며 산하 단체가 운영하는 투자조합의 자금 2000억원 등을 합치면 최소한 7000억원이 문화산업 육성에 투자될 것이며 기획 예산처의 심의를 거쳐 확정된 사업 예산과 계획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원칙도 올해 정부가 각종 육성책을 펼 때 염두에 두어야 한다. 사실 그동안의 정부 지원은 문화산업 전반에 대한 ‘묻지마 투자’ 형태로 추진돼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문화산업의 각 분야별 발전 단계나 시장 특성 등을 감안해 과감히 버릴 것은 버리고 육성할 것은 육성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게임배급사인 위자드소프트의 심경주 사장은 “지금까지 정부의 지원 방식은 불특정 다수의 신생 업체나 개별 타이틀 중에서 선정해 이루어지는 방식였지만 이제는 변화가 있어야 한다”며 “가까운 미래에 세계 3대 게임 대국으로 진입하기 위헤서는 지원에 있어서도 선택과 집중의 전략을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산업 분야별로는 특히 방송 프로그램, 애니메이션, 캐릭터 등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디지털 방송이나 위성 방송의 개시 등으로 인해 방송 채널이 엄청나게 늘어 났지만 이를 채울만한 방송 프로그램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따라서 정부는 디지털 방송의 조기 정착과 양질의 방송 프로그램 제작 활성화를 위해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또 게임이나 영화처럼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분야보다는 상대적으로 낙후된 분야에 더 많은 지원을 아끼지 말고 특히 올해에는 애니메이션, 캐릭터, 전자책 등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양질의 국산 콘텐츠 개발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필요하다. 문화부가 분류하는 6대 콘텐츠산업 중에서 유일하게 영화산업만이 내수 기반을 확보하고 있을 뿐 나머지 문화산업은 외국산 콘텐츠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예컨대 디지털 콘텐츠의 핵심으로 여겨지고 있는 게임산업의 경우 외국산의 시장 점유율이 70% 이상이다. 이처럼 외산 콘텐츠에 대한 의존도가 높으면 정부가 아무리 시장을 키워도 그 과실은 외국 업체에 돌아간다는 점에서 국산 콘텐츠 육성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더욱이 온라인 게임, 모바일 게임, 애니메이션 등은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어 정부의 적극적인 육성책이 뒷받침된다면 ‘세계 일류 상품’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문화콘텐츠산업의 지방 시대가 열릴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도 올해 정부가 꼭 이루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또한 불법 복제 근절, 문화산업에 대한 세제 및 금융 지원, 병역특례 확대, 각종 규제 철폐 등도 올해 정부가 기필코 이루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이창희기자 changhlee@etnews.co.kr>

 

문화산업 시장 규모, 전망 단위 : 억원

구분 1999년 2000년 2003년

방송 30,330 40,505 87,820

영화 3,040 3,295 6,000

애니메이션 3,000 3,200 4,050

비디오 3,634 3,202 5,425

게임 9,014 8,359 13,000

음반 3,800 4,104 7,360

계 52,818 65,440 123,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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