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세계 연합마크와 온라인 소비자의 보호

◆한국전자거래진흥원장 정득진

　

　지난해 말 송년회를 가진 자리에서의 일이다. 후배 하나가 중학교 1학년에 다니는 딸 아이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마련하기 위해 해외 인터넷 쇼핑몰 사이트에서 구매한 경험담을 들려줬다. 미국의 큰 유통업체 중 하나인 모 백화점에서 운영하는 쇼핑몰 사이트라서 안심하고 개인 카드 정보를 입력해 배송 가능한 집 주소를 입력했지만 엉뚱한 상품이 도착해 크게 낭패를 봤다는 얘기였다.

　인터넷 상거래를 둘러싼 피해는 해마다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인터넷 상거래 피해와 관련해 본원이 운영하는 전자거래분쟁위원회에 신청한 전자거래 분쟁조정 건수를 살펴보면 지난해 말 현재 450건의 조정 신청이 들어와서 재작년(2000년 말 기준 83건)보다 상당한 증가율을 보였고, 해외 유명 인터넷 쇼핑몰로부터의 구입에 따른 소비자 피해도 상당히 증가하고 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이 해외 인터넷 쇼핑몰에서 상품을 구입한 경험이 있는 소비자 1037명을 대상으로 이용실태와 피해실태를 조사한 결과도 조사대상의 4분의 1 가량인 25.9%가 피해를 경험했으며, 이중 37.9%는 ‘언어의 불편’ 등으로 인해 피해보상 요청을 포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터넷 이용자가 늘어날수록 분쟁사례가 더욱 늘고 문제점도 더욱 더 복잡해지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해외 유명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입한 상품에 대한 소비자 피해 구제를 위해서 얼마 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이 참여한 가운데 국제 소비자 피해 구제 관련 웹사이트가 만들어졌고 전자거래분쟁조정위원회와 온라인 인증 마크 e트러스트를 운영하는 본원에서도 미국의 소비자 보호를 담당하는 비영리기관인 BBBOnline, 일본의 일본통신판매협회(JADMA)및 일본상공회의소(JCCI)와 양해각서를 교환하고 전자거래 분쟁시의 공동 협력과 온라인 인증 마크의 상호 인정 등 한국·미국·일본이 다같이 전자상거래에 따르는 소비자들의 보호를 위해 발벗고 나섰다.

　온라인 인증 마크는 일반 소비자들이 주로 쇼핑몰 업체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구매를 하는 경우, 어느 업체가 안심하고 구매할 수 있고 상품의 질이나 서비스가 우수한지를 잘 알 수 없다는 점을 해결하기 위해 만든 제도다. 상거래에 따르는 전과정을 면밀히 평가해 일정한 기준을 만족시키는 업체에 대해서는 e트러스트 마크를 부착하고, 적어도 마크를 부착한 업체에서는 상대적으로 안심하고 거래해도 좋을 뿐만 아니라 사후서비스까지도 책임을 진다는 소비자 보호제도다.

　온라인 마크 제도의 해외 사용도 이미 일반화돼 있다. 미국은 BBBOnline, TRUSTe, WEB-TRUST 마크 등이 오래 전부터 사용돼 정착됐으며, 영국은 홀마크(Hall Mark), 일본은 온라인쇼핑트러스트(Online Shopping Trust), 싱가포르는 CaseTrust 마크 등이 사용되고 있다.

　특히 기업 스스로가 기업 이미지 향상, 기업가 정신의 실현 등의 목적을 가지고 온라인 마크 사업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 미국의 휴렛패커드는 BBBOnline의 창립 멤버이기도 하지만 여성 CEO 칼리 피오리나도 소비자 보호 관련 워킹그룹을 이끌며 소비자 보호에 많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물론 온라인 마크 제도 정착을 위한 재정적 지원도 중요한 대목이기도 하다.

　세계는 인터넷이라는 패러다임을 통해 엄청난 속도로 변화를 가져오고 있고 그 본질적인 특성이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자국내의 소비자라는 개념은 무너졌고 글로벌 소비자만이 존재한다. 전자상거래 환경에서의 소비자 보호를 위한 인증 마크가 세계 연합 마크로 제정돼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해외 인터넷 사이트에서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국내 소비자는 분쟁을 해결하는 기관의 정보가 취약할 뿐만 아니라 외국어에도 익숙지 않은 만큼 세계 연합 마크가 필요하다.

　특히 올해는 월드컵을 개최하면서 해외 여러 나라와 교역과 인적·물적 교류가 한층 더 활발히 전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온라인 거래과정에서 해외 B2C 사이트 뿐만 아니라 B2B간에 신뢰를 더욱 높일 수 있는 세계 공동 연합 마크의 도입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많은 기업들과 소비자보호 관련기관들이 세계 연합 마크 제정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본다.

　

　djjung@kiec.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