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스토리>(6)마리이야기(3)

 뒷심이 강한 사람들이 있다. 후반작업 스태프들이 그렇다. 늘 시간에 쫓겨서인지 상당히 예민한 이들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을 뒤로 미루는 습관을 가지고 있어서 그들에겐 늘 만만치 않은 책임이 지워지기 때문이다. 마리이야기에서도 그랬다.

 프리프러덕션 때 우린 스스로를 대견해 하면서 후반작업에 충분한 여유를 가지고 진행한다는 스케줄을 잡았다. 좋은 퀄리티가 최우선의 목표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늘 등장하는 복병이 있다. 프러덕션이 한달여 지연됐고 이미 배급시기와 홍보 스케줄들이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후반작업 기간 모든 사람들이 시간에 쫓길 수밖에 없었다.

 후반작업은 10월 초부터 시작됐다. 그림에 보이스가 입혀지고 나서 편집작업을 하게 됐다. 컴퓨터로 작업을 하면서 기본적인 편집이 완성이 돼 있는 상태였다. 애니메이션은 실사와는 달리 콘티 그대로 거의 완성된다고 봐야 한다. 추가로 그림을 여유있게 그려놓으면 좋겠지만 사실 그게 돈·시간과 맞물려 있는 것이라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래서 후반작업에서의 편집이라는 것은 좀더 매끄러운 극의 진행을 위한 역할이 중심이 된다. 편집을 하기로 한 첫날, 아무래도 애니메이션이니 여유있게 편집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편집기사의 말에 우린 더빙한 목소리까지 넣어가면서 느낌을 보기로 했다. 그러기 위해 보이스 소스들을 편집기에 넣으려고 하는데, 녹음스튜디오에서 받아온 CD가 입력이 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다.

마리이야기 이외에도 작업을 함께 했던 팀들이어서 서로의 작업방식에 대해 모르지도 않았을텐데 파일 저장방식의 차이로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일어난 것이다. 이것도 모르고 감독과 난 여유있게-사실 그때만해도 앞부분의 작업공정이 얼마나 큰 영향을 뒤에 미치는지에 대해 잘 몰랐었다-영화관을 찾아 오랜만의 휴식을 즐기기도 했다. 편집을 하는 내내 조감독은 제작실을 지키며 감독의 그림 수정에 대한 지시를 받아야했고, 수정한 그 부분들에 대한 필름작업을 다시 진행해야했다. 결국 일주일을 예상했던 편집은 20여일을 끌게 됐다.

 편집을 진행하는 동안 음악과 사운드 작업은 가편집본을 가지고 작업을 진행했다. 완성편집본을 보면서 작업을 하기엔 시간이 없었기 때문인데, 대부분의 스태프들이 공감대를 일단 형성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가능했다. 애니메이션인 데다 이성강 감독이 원하는 소리들이 워낙 까다롭고 세련된 것이어서 작업이 만만치 않았다. 후일담이지만 음악을 맡았던 이병우 음악감독과 그 스태프들은 이것에 매달리느라 마리이야기 전에 나왔던 음반 하나의 홍보 시기를 놓쳐 버리기도 했다. 사운드 작업을 하던 블루캡에선 한국영화(애니메이션은 말할 것도 없고 극영화까지 포함해서) 중에서 최대의 시간과 공간, 인력을 투여한 작업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처음 해보는 시도들이 많은 작업이어서 실수도 참 많았다. 필름이 끊어지는 부분을 잘못 편집해서 애써 만들어 놓은 음악이 자칫 짤려나갈 수도 있는 위기를 맞기도 했고 녹음해 놓았던 목소리 연기 소스들이 컴퓨터 하드의 불안정으로 지워져 버려 일부분을 다시 녹음해야하는 일도 있었다.

특히 “여보세요”라는 대사 한마디를 위해 다시 녹음실을 찾았던 이병헌 씨는 미리 그 사실을 전달받지 못해서 현장에서 허탈해하기도 했다. 그냥 다른 말이라도 좀 녹음하면 안될까요? 하는 말에 어찌나도 얼굴이 달아오르던지…. 그래도 돌이켜보면 그런 실수들 덕에 더욱 좋은 결과를 얻지 않았나 싶다.

 12월 15일 1차 프린트를 뽑아내고 나서 내부 시사를 진행했다. 내부 시사를 하고 나서 말들이 참 많았다. 대사가 너무 안들린다, 음악이 너무 적다, 내용을 이해하기가 힘들다, 등등…. 우린 후반작업을 다시 하기로 결정했다. 편집부터 사운드 믹싱까지. 아쉬움이 많았던 음악감독은 음악을 손볼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며 너무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때마침 퍼커션 연주자인 박윤 씨가 들어와서 마리이야기는 또다른 음악적 변신을 시도할 수 있었다. 비록 이미 완성된 크레딧이어서 박윤이라는 이름 두자를 넣을 수는 없었지만 그의 참여로 마리이야기 음반은 지금 인기 OST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씨즈엔터테인먼트 이동은 PD jabbit@s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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