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경제 논쟁`증시 기대반…걱정반…

 국내 경기 및 증시의 큰 변수 중 하나인 일본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최근들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일본이 신용등급을 강등당하는 상황에서도 주가가 오히려 안정적인 국면으로 진입하는 등 혼조세를 보이면서 “경기가 바닥을 지나 회복세로 접어들고 있다”는 긍정론자들과 “일본이 전세계 경기회복을 지연시킬 것”이라는 부정론자들이 맞서고 있다.

 그동안 엔저 등 일본 경제상황은 하이닉스반도체 협상, 미국 증시 회복여부 등과 함께 국내 증시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하이닉스반도체 협상이 사실상 타결되고 미국 증시도 회복세로 돌아서면서 일본 경제문제가 국내 증시의 커다란 변수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을 비롯해 미국 등 전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일본 경제를 둘러싼 논쟁이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일본의 경제성장률이 0%에 머물 경우 한국의 대일수출은 12% 가량의 감소가 예상되며 이 경우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0.4%포인트 하락할 정도로 일본 경기침체는 국내 경제에 엄청난 파괴력을 발휘한다. 표참조

 또 일본의 경기침체로 엔화 약세가 지속되면 지난해 4월처럼 아시아 국가의 환율불안과 수출부진을 유발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일본이 오는 4월 예금자보호제도 실시를 앞두고 금융권을 중심으로 기업들의 도산이 이어질 것이라는 ‘3월 대란설’까지 나오면서 일본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각이 양분되고 있다.

 긍정론자들은 미국의 정보기술(IT)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일본도 경기반전을 이끌어낼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대미 수출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미국의 경기회복과 IT투자증가 현상이 나타나면 경기회복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일본의 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0%에 달한다.

 홍춘욱 굿모닝증권 연구원은 “미국 경기가 회복되면 일본이 수출쪽에서 경기회복 모멘텀을 찾아갈 것”이라며 “지난 14일 닛케이지수 1만선 회복을 계기로 일본 경제가 한고비를 넘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는 3월말로 예정된 은행권의 공적자금 투입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일본 정부는 4월 예금자보호제도 도입에 대한 충격을 줄이기 위해 은행권에 대규모 공적자금을 투입할 예정이다. 일본은 지난 98년에도 장기신용은행 도산 등 금융권이 위기를 맞자 공적자금을 투입해 주가 및 경기의 반전을 이끌어낸 적이 있다.

 이에 비해 부정론자들은 일본의 경제가 도산까지는 아니더라도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일본이 10년이 넘는 장기 불황속에서도 취약한 금융시스템을 개선하지 못하고 경기회복에 대한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일본의 기업들이 장기침체로 체질이 약화돼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지경에까지 이르러 매년 3월 결산기마다 위기설이 터져나오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달 일본의 기업파산이 제조업을 중심으로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기관인 데이코쿠데이터뱅크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의 기업파산은 162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9.3% 증가했으며 파산으로 인한 부채규모도 10.1% 늘어난 1조670억엔을 기록했다.

 결국 일본의 경기불황이 안으로 금융불안으로 나타나 기업도산으로 이어지고 밖으로는 내부의 경기위기를 막기 위해 채권을 회수, 전세계 경기의 발목을 붙잡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 세계 최대의 채권보유국으로 미국의 총 발행 채권 중 5분의 1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이 보유채권 중 10%만 회수하더라도 전세계가 공황에 빠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현시점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일본의 경기불황이 미국을 중심으로 한 전세계 경기회복 속도를 지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2001년말 기준으로 전세계 GDP의 14.5%, 전세계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9.1%를 차지하고 있는 일본 경제의 회복없이는 전세계 경기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논리다. LG투자증권에 따르면 일본의 엔화가 약세를 보일 때 미국 기업의 프라이싱파워(Pricing power: 제품가격을 올릴 수 있는 기업의 힘)도 떨어져 기업들의 실적악화가 나타났다.

 긍정론자들도 엔·달러가 135∼145엔 수준으로 떨어지면 전세계 경제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홍춘욱 연구원은 “엔·달러가 135엔 밑으로 내려가면 국내 경제도 일본발 악재를 비껴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일본이 미국의 경기회복으로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더라도 금융 등 구조조정을 소홀히 할 경우 다음 경기사이클 때 더욱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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