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일본-PC·PDA·옷 `미디오 패션` 실용화 눈앞

 다니우치 마리양은 도쿄 첨단 유행의 거리인 시부야 지구에 들어서면서 재킷 소매 위에 솟아나온 작은 컴퓨터 스크린에 뜬 시부야 지도를 들여다 보았다. 그녀는 이어 손목 윗부분에 끼워져있는 키패드를 두드리면서 식당과 쇼핑 장소 정보를 뒤적이었다. 그 동안 목깃을 통해 연결된 휴대폰에서는 음악이 흘러나왔다.

 패드를 댄 그녀의 백색 재킷은 패션과 아직 미완성 단계의 하이테크이긴 하나 ‘입는 PC(wearable PC)’가 결합한 최신 제품이다.

 일본 파이어니어사와 손잡고 이 재킷을 만든 디자이너 소네 미치씨는 “일본은 전자 제품의 소형화에는 언제나 탁월한 솜씨를 발휘했다”며 “이 ‘입는 PC’가 보편화될 날이 머지않았다”고 낙관했다.

 그녀가 만든 재킷은 개발단계로 아직 시판되지는 않지만 이제 하이테크 악세사리와 옷과의 만남은 급변하는 일본 패션산업의 새로운 대세다.

 소네씨는 지난 해까지 도쿄의 분카 패션 칼리지에서 강의하다 파이어니어 등 전자제품업체와 함께 하이테크 패션을 개발하는 22만2500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를 떠맡았다.

 휴대폰이나 PDA, 랩톱, 무선 데이터 네트워크 시스템, MP3 음악 플레이어 기능을 겸비하고도 ‘정말로 입을 수 있는 옷’을 디자인하는 것이 그녀의 바람이다.

 그녀는 이 작업이 아주 어려운 작업이라고 여기지만 패션과 기술을 결합한 하이테크 패션 시장을 유망하게 본다.

 ‘입는 PC’를 만들려는 지금까지의 노력은 패션으로서는 실패했다. 컴퓨터 엔지니어는 패션감각을 도외시한 채 히프의 곡선보다 칩에 더 신경을 쓰게 마련이고 이렇게 만든 시제품들은 보통 공장이나 대학 연구소에만 쳐박혀 있고 실용화되지 못했다.

 연청색 염색을 한 소네씨는 ‘대중에 먹혀드는’ 입는 PC를 구상하고 있다. 그녀는 이런 하이테크 패션을 ‘미디어 패션’이라고 새로 정의했다.

 그녀는 “하루가 다르게 패션의 유행이 번지는 도쿄야말로 현재 유일한 시험적 첨단패션시장”이라고 꼽았다.

 그녀의 재정적 후원자는 일본 중부의 기후현 정부다. 기후현은 ‘미디어 패션’이 한때 의류 타운으로 번성했던 이 지역의 명성을 되찾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입는 PC를 만드는 데 가장 어려운 난제는 기능성을 완벽히 갖추고도 일반 옷처럼 접을 수 있는 데다 방수가 되는 섬유조직 같은 디스플레이를 개발하는 일이다.

 파이어니어는 이를 위해 옷 속에 짜넣을 수 있을 정도로 유연한 초박형 디스플레이에 대한 10년간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소네 프로젝트에 매달리고 있다. 이 회사는 자체 개발한 최신 방열 유기 발광 다이오드스크린을 기후현 후원 아래 오는 11월에 개최되는 ‘미디어 패션쇼’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하라사와 나오기 파이어니어 산업 디자이너는 “우리는 그때까지 음악과 휴대폰 등의 기능을 재킷에 추가시키려 한다”고 밝혔다.

 그는 “코드와 무게를 줄이기 위해서 데이터 전송 무선기술과 배터리 수명 연장 등의 기술적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그 다음 과제는 ‘물에 씻을 수 있는’ 디스플레이 제작”이라고 꼽았다.

 ‘입는 PC’의 실용화를 가로막는 또 한가지 현안은 가격문제.

 이에 앞서 일본 히타치는 오는 3월중 ‘세계 최초의 소비자용 입는 PC’를 선보일 계획이다. 히타치는 입는 PC의 가격을 2254달러로 책정하고 우선 공장 근로자용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일명 ‘입는 인터넷기기’로 이름지어진 히타치의 이 제품은 렌즈가 포함된 머리부착형 중량 2.8온스의 컴퓨터 스크린이 달려 있으며 벨트에 차거나 주머니속에 숨겨넣을 수 있고 배터리로 작동되는 미니 PC에 연결돼 있다.

 이 제품은 분명 의류 패션은 아니다. 그러나 히타치에 특허기술을 제공한 미국의 ‘입는 PC’ 개척 기업인 사이버노트(Xybernaut Co)는 일반 소비자를 상대로 이 제품의 마케팅 활동을 이미 시작했다.

 이 제품은 근로자가 공장에서 제품을 조립하는 동안 작업의 유연성을 더 많이 부여하는 게 목표다. 이 제품 사용방법이나 인터넷을 점검하기 위한 정보는 무선 지역 네트워크를 통해 접속할 수 있다.

 도쿄 웹 스타일 연구소의 오바타 요시모치 패션 전문가는 “히타치가 이 제품을 패션으로 판매하면 사람들이 사 입을 것”이라며 “‘입는 PC’가 일반 소비자에 인기를 끌려면 휴대용 음악 플레이어와 인터넷 휴대폰을 갖추고 보기에도 좋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네씨는 “입는 PC는 기동성과 미래지향적 디자인만 갖춘다면 일본 제2의 ‘i-모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공식기자 kspark@ibiz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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