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 IT 불황 직격탄 맞아

 인터넷 시대의 도래와 함께 일본내 최고 스타로 등극했던 소프트뱅크의 한국계 일본인 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 사장이 IT불황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지난 회계연도 상반기(9월 기준)에 543억엔의 적자를 기록했다. 소프트뱅크가 적자를 낸 것은 지난 94년 주식공개 이후 처음. 현지 관계자들은 소프트뱅크가 올해 3월 회계연도 결산에서도 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그동안 인터넷 비즈니스와 금융을 연계·투자해 온 인터넷 관련 기업들이 IT불황으로 고전하면서 투자기업의 보유주식 매각이나 신규주식공개(IPO)를 통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유력 주간지 닛케이비즈니스가 최근 ‘소프트뱅크, 잔치는 끝났다’는 특집기사를 통해 소프트뱅크의 자금문제 등을 다뤄 주목을 끌고 있다.

 다음은 특집 내용 요약이다.

 ◇1월 27일 회의=소프트뱅크와 관련 회사의 임원급 250명이 모인 이날 회의에서 손정의 사장은 향후 5년간의 중기경영계획을 밝혔다. 우선 브로드밴드로 일컬어지는 초고속인터넷망 사업으로 힘을 집약시킨다. 또한 그동안의 기업가치 극대화 전략에서 벗어나 현금 흐름 중시 경영으로의 회기를 선언했다. 지난 99년부터 지금까지 추진돼 온 기업가치 극대화 전략인 이른바 ‘V10’전략에서 큰 폭의 선회를 한 모습이다.

 ◇우물은 말라가는데 비는 올 것인가=지난해 9월말 현재 소프트뱅크의 연결재무제표상의 부채는 4875억엔에 이른다. 소프트뱅크가 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 자금은 1482억엔. 당장 부담이 되는 부채는 결국 3393억엔인 셈이고 소프트뱅크는 올해 3월말까지 부채를 1900억엔으로 줄인다는 방침이다.

 일단 외견상으로는 큰 문제가 아닌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총자산이 1조1000억엔, 자기자본금이 3500억엔에 이르는 이 회사의 한해 매출액이 고작 4000억엔대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자산의 효율성이 강조되는 불황기에 이런 소프트뱅크의 적은 매출액에 비하면 부채 규모가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다.

 소프트뱅크가 2005년까지 매년 반환해야 할 회사채는 400억∼500억엔 정도.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것이 회사채의 신규발생을 통해 반환분을 막는 리파이낸싱 방법. 하지만 일본 신용정보투자정보센터가 지난해 11월 소프트뱅크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투기등급인 BB로 내리는 등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또한 신주발행을 통한 자금조달도 일본 주식 시장 폭락과 소프트뱅크 주가의 하락으로 봉쇄된 상태다. 이밖에 주거래은행이 없는 소프트뱅크의 입장에서 은행 융자를 통한 변제도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최소한 현 시점에서는 외부조달을 통한 자금 융통은 기대하기 어렵다.

 현금 유동성 확보도 난관에 부딪치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3월 기준 915억엔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미국 야후와 시스코시스템스 등 주식 매각차익 등으로 흑자를 만들기는 했으나 전반적인 체력 저하의 기미가 역력하다. 지난 회계연도 상반기에도 539억엔의 적자(최종손익 543억엔 적자)를 기록했다. 수익이 갑자기 폭발적으로 늘어나지 않는 한 수익을 회사채 반환수단으로 삼기는 어렵다.

 지금까지 소프트뱅크의 가장 큰 버팀돌은 보유주식의 평가이익이었다. 그러나 일본·미국 야후 보유주식 등 시가총액은 약 7800억엔에 불과하며 한때 5조엔을 호가했던 평가이익은 6400억엔으로 급락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소프트뱅크가 보유주식을 현금화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소프트뱅크가 주식을 보유한 회사들이 주식시장에서 유동성이 작은 편이기 때문이다. 또한 소프트뱅크가 투자하고 있는 기업들이 경영악화와 주식시장 상황 악화 등으로 신규주식공개를 잇따라 연기하고 있어 이 기업들이 안정적인 자금 조달 창구의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거액부채압박 돌파구=증자의 길도 사채발생의 길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보유주식의 매각이나 투자 업체의 신규상장에 따른 자금 조달에도 한계에 부딪힌 소프트뱅크. 결국 본업에서 막대한 영업 이익을 창출, 지속적인 성장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는 길밖에 없다.

 여태껏 소프트뱅크의 핵심사업이었던 소프트웨어 유통, 출판, 인터넷 광고 등은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들 사업에서 창출되는 현금은 연간 수백억엔대. 거액 영업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분야는 지난해 9월에 개시한 ADSL서비스인 ‘야후 BB’다. 지난 1월 중순 기준으로 야후BB 가입자는 36만명. 매월 30만명씩 증가하는 ADSL서비스 가입자 중 50%를 확보하면 흑자전환도 시간문제. 실제 야후BB는 월 2830엔(모뎀 대여료, ISP요금, ADSL접속료 포함)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시장을 압도해 나가고 있다. 접속료가 싼 대신, 자사가 공급하는 모뎀만을 사용하도록 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하지만 야후BB가 소프트뱅크의 기대대로 거액의 영업 이익을 만들어 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별도 박스처리 요망

 -소프트뱅크측 반론

 소프트뱅크측은 특히 자금 조달 문제에 대한 기사의 사실관계가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우선 지난해 3월의 영업이익 부문. 소프트뱅크의 한 관계자는 “2000년도 도시유카증권 매각액에 대한 세금 861억엔이 포함되면서 영업이익이 적자인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 대부분의 영업부문이 흑자였다”고 지적했다. 또한 외부조달에 의문을 제기한 주거래은행에 대해서도 “미즈호홀딩스그룹 등과 집중적으로 거래하고 있어 은행 융자를 통한 변제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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