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빅뱅이 터졌다. 세계 D램 반도체 2, 3위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 하이닉스반도체의 메모리 부문 통합으로 메모리 업계는 사실상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의 양대 구도로 재편되게 됐다. 이 여파는 비메모리 반도체 업계에도 번질 것으로 보인다. 세계 반도체 산업계에 사상 최대의 지각변동이 다가오고 있다. 반도체 빅뱅의 방향과 세계 전자정보산업에 미칠 영향, 그리고 국내 산업전략을 긴급 점검한다.
메모리 업계 지각변동의 미진은 지난 90년대말부터 감지됐다.
마이크론의 TI 메모리 부문 인수, 현대전자와 LG반도체의 합병, NEC와 히타치의 메모리 합작(엘피다메모리) 등이다.
그러나 세계 반도체 산업은 이 정도에 만족하지 않았다. 마이크론은 지난해말 도시바의 미국 공장을 인수한 여세를 몰아 이번에 하이닉스의 메모리 부문을 통째로 삼키기로 했다. 점유율 34% 이상(지난해 추정치)의 최대 D램 업체가 탄생하는 것이다. 반도체 역사상 최대 빅딜이다.
삼성전자의 10년 아성도 무너지게 됐다. 1, 2위가 바뀌면서 D램 업계 질서는 송두리째 바뀔 전망이다.
◇치열해질 생존경쟁=상위권의 빅뱅은 중하위권 업체에 연쇄반응을 일으킬 전망이다. 이미 일본 업체들은 엘피다메모리를 제외하곤 속속 사업에서 손을 떼고 있다. 난야를 제외한 대만업체들도 당장 퇴출 위기다.
살아남는 업체도 마이크론, 삼성전자, 인피니온, 엘피다메모리 등 상위 4개사와 어떻게든 손을 잡아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다급한 것은 인피니온과 엘피다도 마찬가지다. 마이크론과 삼성전자가 세계 시장을 60% 이상 과점한 상황에서 두 회사도 군소업체로 전락할 위기다.
사실상 삼성과 마이크론을 제외한 업체가 모두 생존경쟁에 내몰렸다.
◇새로운 제휴 가능성은=업계는 인피니온과 엘피다가 똑같은 퇴출위기에 몰린 군소업체들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일 것으로 관측한다. 아예 두 회사가 합치고 군소업체도 가세하는 ‘대연합’의 그림도 그릴 수 있다. 그렇다 해도 점유율이 최대 30%를 넘기 힘들다.
업계 일각에선 1위를 빼앗기게 된 삼성전자가 일부 업체를 선택적으로 끌어들일 가능성도 제기한다. 특히 300㎜ 웨이퍼 기술 개발과 투자를 추진중인 인피니온을 포함해 일부 업체가 제휴 대상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점유율만 빼고 기술과 투자 모두 마이크론을 앞서는 삼성전자가 시너지효과도 적고 투자부담만 커질 하위 업체들과의 제휴에 적극적으로 나설지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아직 있다.
삼성의 한 고위 관계자는 “업계재편은 이뤄지며 최대 수혜자는 우리 회사가 될 것”이라면서 “마이크론이 하이닉스 외에도 다른 중견회사들과 또다시 연합한다면 모를까 당장은 다른 회사와의 제휴를 추진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메모리와 시스템 업체간 주도권 경쟁 심화=메모리 업계가 삼성과 마이크론의 양대 구도로 바뀌게 되면서 메모리 업체와 시스템 업체와의 역학관계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대형PC업체 등 시스템 업체들은 20개에 육박하는 D램 업체들의 경쟁을 교묘히 이용해왔다. 너무 비대해진 삼성 정도만, 그것도 최근들어서야 파트너로 인정해줄 정도였다.
상황이 역전됐다. 시스템 업체들은 여러 개 있으나 D램을 공급하는 업체는 수년안에 5∼6개사로 대폭 정리될 전망이다. 이 또한 점차 적어질 것이다.
시스템 업체들은 그동안 쥐고 있던 가격결정권도 메모리 업체에 넘겨줘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시스템업체들이 일부 중소 메모리업체들이 퇴출당하지 않도록 합종연횡을 측면에서 지원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빅뱅의 시위는 이미 당겨졌으며 화살은 3위 이하 메모리업체들과 시스템업체들을 향하고 있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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