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무등밸리의 `속앓이`

 최근 광주·전남 벤처기업연합회인 무등밸리가 결성됐다. 중기청과 몇몇 기업인에 의해 주도된 무등밸리는 이달 중순께 임원선출과 운영방향 등을 결정한 뒤 정식 출범할 계획이다.

 비록 타 지역에 비해 늦은 감은 있으나 벤처산업의 발전을 위한 정책토론과 정보제공의 장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크게 환영할 일이다.

 이런 가운데 지역에서는 무등밸리를 둘러싸고 몇가지 불길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실질적인 모임을 추진하는 CEO를 제외한 나머지 벤처기업인들의 무관심이다. 자신의 회사사정이 바쁘다는 핑계로 임원직 맡기를 거절하는가 하면 전국 차원의 협회나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이유로 지역모임에는 시큰둥한 기업인이 많다는 것이다.

 또 하나 벤처기업 창업이나 보육을 맡고 있는 각 기관의 나몰라라하는 태도다. 심지어 창업보육센터의 한 관계자는 입주업체의 무등밸리 참여를 당부하자 “그런 모임이 구성됐으면 기업인끼리 해야 하지 않느냐”고 되물어 황당하게 만들었다는 후문이다.

 물론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더욱이 전국 최하위 수준인 지역 벤처업계의 실정을 감안할 때 성숙한 벤처문화와 의식을 기대하는 것은 아직 무리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지역 벤처인들의 태도는 분명 변해야 한다. 정보와 인적교류 등 확실한 네트워크를 구축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타 지역의 벤처업계를 마냥 부러워할 게 아니라 스스로 닫혀있는 마음의 문을 열고 나서야 한다.

 특히 모두가 내 기업이 잘 되려면 이웃기업이 잘 돼야 하고, 무엇을 얻어가려고 하는 것보다 내가 무엇을 줄 것인가 하는 자세로 벤처모임에 참여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무등밸리는 자칫 몇몇 기업인의 친목단체에 그칠 뿐만 아니라 흐지부지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모처럼 지역에서 한데 모인 벤처인들이 의기투합해 알찬 결실을 거두길 기대한다.

 <광주=과학기술부·김한식기자 hs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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