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문화산업 10대과제>(3)비디오 콘솔게임시장 안착

 

 오는 22일 소니의 PS2 출시를 계기로 드디어 국내에서도 비디오 콘솔 게임시장의 문이 활짝 열리게 된다. 또 닌텐도의 게임큐브가 5월 어린이 날 이전에, 마이크로 소프트의 X박스가 여름방학이 시작되는 7월 말께 출시되면 국내 비디오 콘솔 게임시장은 이들에 의해 치열한 격전장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사실 그동안 국내에서는 비디오 콘솔 게임의 싹을 틔우지 못했다. 전세계적으로 비디오 콘솔이 게임시장을 주도하고 있는데도 국내업계는 뒷짐만 지고 있었다.

 한국게임산업개발원(원장 성제환)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0년 전세계 비디오 콘솔 게임시장 규모는 138억달러에 이른다. 각각 27억달러와 25억달러를 기록한 PC와 온라인 게임에 비하면 대강 잡아도 10배 이상이다. 향후 신장세는 더욱 두드러질 전망이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의 전문기관들은 비디오 콘솔 게임산업이 향후 3∼4년 동안 매년 20 %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비디오 콘솔 게임시장은 음성적인 ‘그레이 마킷’이 고작이다. 업계에서는 이 시장이 200억원대에는 이를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에따라 PS2·X박스·게임큐브 등이 정식으로 판매되는 국내 콘솔 게임시장은 사실상 원년으로 봐도 무방하며 그 원년의 해는 어느해보다 폭발적이고 뜨거울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올 한해 100만대의 콘솔게임기와 200만개의 게임타이틀이 판매될 것으로 보고 있다. 콘솔게임기의 가격을 35만원대로, 타이틀 가격을 평균 4만원대로 보고 여기에다 주변기기까지 합하게 되면 그 규모는 5000억원대에 육박한다.이같은 시장규모는 국내 게임산업의 양대 축인 온라인과 PC 게임시장을 합한 것과 거의 맞먹는 수준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장규모는 비디오 콘솔 게임이 안착해야만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안착의 조건으로 충분한 소비층의 확보를 가장 먼저 내세우고 있다. 콘솔 게임기 업체뿐만 아니라 타이틀 배급사들도 콘솔 게임의 소비층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국내시장에서의 성공은 불가능할 것이다.

 비디오 콘솔 게임기가 성능과 차별적인 장점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을 갖고 있지만 온라인 및 PC게임이 정착화돼 있는 국내시장에서 기존 유저을 빼앗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업계는 PS 판매업체인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의 한국법인인 SCEK(대표 윤여을)가 연내 100만대의 콘솔 게임기를 판매한다는 목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컴퓨터를 통한 네트워크 게임에 재미를 들인 국내 게이머들이 네트워크 기능이 없거나 상대적으로 네트워크 기능이 약한 콘솔게임으로 돌아서는 숫자는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그 근거로 꼽고 있다.

 따라서 안착의 과제는 낯선 고성능 비디오 게임의 수요자를 발굴하는 게 최대의 관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법 복제의 문제도 선결해야 할 과제다. 이미 용산전자상가 등지에서 비디오 콘솔용 불법 타이틀을 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특히 올해는 지자체 선거와 대선이 맞물려 있어 사법기관의 단속이 크게 약화될 것으로 보여 관련업계는 우려의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콘솔 게임에 대한 인식 전환도 과제다. 사실 PC는 게임 목적 이외에도 다양한 활용도를 갖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빠르게 보급될 수 있었다. 하지만 30만∼40만원대에 이르는 콘솔 게임기는 DVD 플레이어 기능을 갖고 있지만 기본적인 기능을 보면 게임기다. 이에따라 상당수의 부모들은 청소년 또는 어린이들이 콘솔 게임기를 구매하려는 데 대해 주저할 가능성이 높다. 게임의 순기능을 알리는 한편 비디오 콘솔 게임의 특장점을 알리는 대규모의 프로모션이 필요하다.

 국내 개발사 입장에서 콘솔 게임은 말 그대로 새로운 기회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시행착오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코나미·세가·남코·캡콤 등 일본을 축으로 한 해외 메이저 개발사들은 10여년간 꾸준히 이 사업을 벌여 충분한 노하우를 쌓아왔다. 다수의 대작 시리즈물을 출시해 마니아층을 확보한 업체들도 상당수 있다.

 국내 업체들이 일본 업체를 단시일내에 따라잡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게임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핵심 기술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콘솔 게임 특유의 3D 그래픽을 구현하고 게임의 밸런스를 조율하며 구조화하는 작업을 담당할 전문인력이 부족한 것은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상당한 장애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같은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국내 개발사들은 좀더 장기적인 전략을 바탕으로 개발력 향상에 주력해야 한다.

 전세계의 콘솔 게임시장이 크기 때문에 ‘떡고물이 떨어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갖고 이 사업에 나선다면 막대한 개발비와 마케팅 비용만 날릴 가능성이 높다. 단시일내에 대박 타이틀을 개발하겠다는 생각보다는 장기적인 목표를 세우고 분야별 전문가를 양성해야 할 것이다.

 특히 해외 메이저 개발사와의 제휴 등을 통해 공동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거나 자사의 인력을 해외 전문 교육기관에 연수를 보내는 방법 등을 통해 기술력을 향상시켜야 한다.

 물론 정부와 관련기관들도 국내 개발사들이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제까지 온라인 및 PC게임 분야에 쏟아 부었던 열정과 관심을 비디오 콘솔 게임시장에도 쏟아야 할 때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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