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교수 김진형
국내 인터넷 인구가 2500만명에 달한 가운데 초고속통신망 가입자와 무선통신 접속자가 각각 800만명, 2700만명에 이르는 등 우리나라 정보통신 인프라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서 있다.
그러나 정작 이런 정보통신기술을 발전시켜 나가야 할 인력양성 및 공급체계는 총체적 위기에 놓여 있다. 기업에서는 인력이 부족하다고 난리인 반면 대학에서는 졸업자를 취업시키지 못해 아우성이다. 국내에서는 해마다 13만명의 IT인력이 배출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컴퓨터·소프트웨어 전공자의 취업률은 40%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인력 배출은 양적으로 포화상태지만 대학 강의와 현장의 요구가 겉돌아 기업체에서는 신입 사원을 현장에서 재교육하는 데만 1년 이상이 소요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학생 입장에서는 대학을 졸업해도 학원에서 수강해야만 취업할 수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국내에서는 응용분야 전문지식과 정보시스템 개발능력을 겸비한 엔지니어 부족으로 정보화가 더디게 진행되는 한편 기존 인력은 재교육·재충전의 기회 부족으로 조기에 노화하는 실정이다.
왜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것일까.
모든 문제의 발단은 인력양성의 주체인 대학의 부실 교육에 있다. 특히 이 같은 부실 교육의 주원인은 대학 교육목표에 구체성이 결여돼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각 대학에서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양성을 목표로 교육과정을 구체화하지 않았다. 그저 컴퓨터 시스템 개발에 치중한 미국 대학의 교육과정을 맹목적으로 도입, 교육하는 데 급급한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컴퓨터·소프트웨 분야의 선진국인 미국에서도 컴퓨터 시스템보다는 응용시스템, 새로운 서비스 개발 등의 소프트웨어 분야로 교육의 무게가 전이되고 있는 추세다. 세계 제일의 인터넷 보급과 통신 인프라를 갖춘 우리나라에서는 소프트웨어 개발, 즉 인터넷 응용시스템 및 서비스 개발 분야에 좀더 적극적으로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소프트웨어전문가는 정보시스템 개발전문가와 시스템 소프트웨어전문가·상품개발자·서비스 종사자·멀티미디어 콘텐츠 개발전문가 등으로 다양하다.
이처럼 소프트웨어 분야마다 다른 능력과 지식을 요구함에 따라 한 대학이 다양한 현장의 요구를 맞출 수는 없다.
학생의 능력, 학교의 상황에 따라 한두 과목를 선택해 특화된 교육과정을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이론강의 일색에서 탈피해 실습을 강조하고, 현장에서 활용되는 기술을 중심으로 교과목을 개편해야 한다. 강좌의 질을 높이고, 교육 내용을 표준화하는 한편 학생들에게는 세부전공의 다양성을 제공하고, 문제해결 중심의 교육을 지원해야 한다.
비IT 분야 전공학생에게도 일정수준의 소프트웨어 교육을 제공하는 방식이 돼야 한다. 대학 교육과정에서 실습과 프로젝트 과목 개설을 통한 이점은 한둘이 아니다. 학생이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시스템의 요구분석과 설계, 개발 및 평가, 문서화를 위한 소프트웨어 시스템 개발의 전과정을 경험할 기회가 주어진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프로그래밍 기법 및 언어에 숙련되고 현장에서 사용하는 툴에도 익숙해질 수 있다.
프로젝트 과제를 잘 선택하면 졸업 후 현장에서 어떤 문제를 접하게 될 것인가를 미리 알게 되고, 현장의 상황을 숙지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과제 수행 중 스스로 문제 해결방법을 도출할 수 있고 이에 맞는 알고리듬을 개발하는 등 창의력 계발 훈련도 가능해진다. 논문을 위한 연구가 아니라 현실적 가치가 있는 연구 테마를 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수도 있다.
정부는 이제 컴퓨터·소프트웨어 인력양성 계획을 양 중심에서 질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미 연간 13만명의 컴퓨터·소프트웨어 분야 학사 및 전문학사가 배출되는 현시점에서 인력이 모자란다는 것은 능력을 갖춘 인재가 모자란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는 산학협의체를 구성, 산업체에서 요구하는 교육을 실시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를 위해 실무 중심의 연구 프로그램 개설, 교수 수강 지원, 논문 중심의 평가 지양, 대학 내 민간 자격증 교육기관 설치 등이 선행돼야 한다.
이와 함께 실습 및 프로젝트 과목 개설을 지원하고, 프로그래밍 강좌 담당교수 채용·파견제도 등을 마련해 현장 중심의 프로그램 활성화에 나서야 한다.
컴퓨터·소프트웨어 교육의 내실화를 위한 현실적 방편으로 교과목별 담당교수 모임을 제안한다. 교육에 열의를 가진 교수가 모여 공동으로 교안을 만들고 효과적인 강의방법 및 실습지도 의견을 교환, 대학 인력양성에 앞장서야 한다.
많이 본 뉴스
-
1
테슬라, 중국산 '뉴 모델 Y' 2분기 韓 출시…1200만원 가격 인상
-
2
'좁쌀보다 작은 통합 반도체'…TI, 극초소형 MCU 출시
-
3
필옵틱스, 유리기판 '싱귤레이션' 장비 1호기 출하
-
4
단독민주당 '과학기술정보통신AI부' 설립·부총리급 격상 추진
-
5
'전고체 시동' 엠플러스, LG엔솔에 패키징 장비 공급
-
6
헌재, 감사원장·검사 3명 탄핵 모두 기각..8명 전원 일치
-
7
모바일 주민등록증 전국 발급 개시…디지털 신분증 시대 도약
-
8
최상목, 14일 임시국무회의 소집..명태균특별법 거부권 행사 결정
-
9
구형 갤럭시도 삼성 '개인비서' 쓴다…내달부터 원UI 7 정식 배포
-
10
상법 개정안, 野 주도로 본회의 통과…與 “거부권 행사 건의”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