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대학원대학교(ICU) 교수 이홍규
IT산업이 전산업 구조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가운데 IT 경제가 보이는 특징 중의 하나가 네트워크 경제의 진전이다. 이런 네트워크의 생성·성장·발전은 생태계와 같은 특징을 갖고 있으며, IT 중심 벤처 집적지가 대표적 사례다.
IT기업은 산업 특성상 서로 경쟁관계지만 상호제휴 및 협력의 대상이기도 하다. 이런 네트워크가 장기적으로 성장·발전해가기 위해서는 네트워크 참여자 모두가 상호 신뢰를 갖고 있어야 한다. 신뢰가 건전한 경쟁과 협력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과거 산업사회에서 경쟁이 단위기업간 경쟁이었다면 네트워크사회의 경쟁은 네트워크간 경쟁이다. 기업의 핵심역량이 자원의 확보 능력에 있다면 네트워크사회에서는 신뢰 형성이 필수적이다.
신뢰는 네트워크의 기반이 되는 사회적 자본이며, 네트워크 참여자간 관계를 규율하게 되는 관계적 자본이다. 신뢰는 사회의 거래비용과 직결된다. 신뢰가 적으면 각 개인은 상대방에 대한 감시·자기보호 등을 위해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며 협력을 통한 가치 창조가 매우 어렵게 되므로 결국 사회적 비효율이 초래된다.
그러면 어떻게 신뢰를 형성해 나아가야 할 것인가. 네트워크사회에 신뢰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네트워크 참여자간 이익·지식·정보·비전·가치의 공유가 이뤄져야 한다. 이런 점에서 우리 사회는 많은 취약점을 갖고 있으며, IT산업에서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아직 공정한 이익분배의 기반이 취약하며 공통된 비전과 가치 정립도 취약한 상태다. 윤리와 그에 따른 행동규범의 부재는 기업간·사람간의 경쟁을 야수들의 게임 상태로 몰고 가기 쉽다.
IT산업의 네트워크는 기업간, 기업과 벤처캐피털(VC)간, 기업-대학-연구소-정부간 네트워크로 구분해 생각해볼 수 있다. 기업간 네트워크는 전략적 제휴로 일상화되고 있다. 벤처기업간 핵심역량의 상호보완을 위한 제휴와 제휴의 공고화를 위한 지분교환이 많이 일어난다. 또 대기업과 벤처기업 사이에서도 대기업은 마케팅이나 대형기술을, 벤처기업은 전문생산이나 특성화된 기술에 전문화해 상호협력하는 일들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협력을 위한 지분교환의 경우 사회 일각에서는 대기업이나 벤처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이라고 비난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여기에는 네트워크의 형성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긍정적으로 이해해야 할 부분도 없지 않다.
둘째, 벤처기업과 VC간 네트워크가 형성돼야 한다. 벤처기업과 VC간 네트워크의 취약성은 지방 벤처의 성장에 심각한 제약요인이 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지방 정부가 시드머니를 내고 VC와 매칭펀드를 만들거나 VC의 지방 벤처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지역별 VC 투자 심사역 모임을 활성화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결국 VC의 지방 벤처에 대한 정보 부족문제를 완화하고 그들이 부담해야 하는 신뢰의 위험을 분담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셋째, 기업-대학-연구소-정부의 관계가 보다 강화돼야 한다. 그동안 산·학·연·관 협력이 강조돼왔고 최근 협력이 강화되고 있지만 보다 실질적인 협력을 위해서는 아직 할 일이 많다고 본다. 이런 측면에서 포럼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매우 클 것이다. 진정한 지식·정보 공유의 네트워크가 형성될 수 있도록 에이전시의 역할을 해야 하며, 각종 벤처지원 공공기관과의 유기적 관계를 강화해 지역 내 기업 및 연구소의 이업종 교류를 활성화해 나가야 한다.
또 지방 벤처에 관심을 갖는 VC의 투자심사역 모임을 주관해 나가거나 창업보육센터 운영상의 노하우·전문성에 대한 정보를 확산해 나가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이밖에도 벤처기업의 해외 정보 부족문제에 대해 외국 IT벤처 정보 수집, 다국적기업·협회 등과의 협력을 모색해 벤처기업의 글로벌화를 지원해야 할 것이다.
이런 네트워크가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의식의 변화가 수반돼야 한다. 포럼은 그런 의식변화의 촉진자 역할을 해야 한다.
네트워크에 열린 문화가 정착되도록, 그리고 남과 나를 대립과 경쟁의 상대로 보기보다 남과 나를 동반자로 보는 공생의 문화가 정착되도록 그 구성원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기업가도 도덕 재무장과 이윤의 사회 환원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정부도 올바른 벤처 네트워크가 형성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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