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처음으로 시점이 예고돼 한껏 기대를 모았던 이번 1·29 개각은 당초 예상과 달리 그 인물이 그 인물이라는 실망과 함께 경제회복과 월드컵 행사를 성공리에 마무리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담겨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김 대통령의 이번 개각은 각종 게이트 사건과 친인척 연루로 민심을 수습하고 국정을 쇄신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일반의 예상과 달리 정권 막바지의 충성내각, 마무리내각 성격이 강하게 배어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번 개각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정치인 출신 장관을 당으로 돌려보내고 박지원씨를 정책특보에 재임용한 점이다. 정책혼선으로 물의를 일으킨 일부 장관과 각종 게이트로 망신창이가 된 비서실을 전면 교체한 것은 문책성이 강한 이번 개각에서는 정해진 수순이었다. 따라서 이번 개각은 임기만료를 앞두고 무리없이 임기를 마치기 위한 정책의 연속성을 염두에 둔 것임을 시사한다. 신임 각료의 면면이 전혀 새로운 인물이 없다는 점도 이같은 사실을 반영해주고 있다.
박지원 정책특보 재임용과 신국환 산자부 장관 재임명이 상징하듯 이번 개각의 주된 잣대는 개혁성이나 참신성보다는 충성심과 전문성이었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진념 부총리를 비롯한 경제팀과 문화부·정통부 장관이 유임된 것은 이같은 맥락과 일맥상통한다.
진념 경제부총리를 사령탑으로 하는 현 경제팀은 이번 개각에서 재신임을 받아 경제·산업정책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팀에서는 유일하게 장재식 산자부 장관이 경질됐지만 이도 정치권 인사의 당복귀 차원이어서 문책성은 아니다. 경제·산업정책과 마찬가지로 IT와 벤처 및 신산업정책에도 별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4대 신산업정책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던 신국환 전 산자부 장관 재기용이 이를 잘 대변해주고 있다. 또한 임명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문화부 장관과 정통부 장관의 유임이 이같은 사실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IT와 벤처 관련 부서 중 과기부 장관과 중기특위원장이 교체되기는 했지만 이는 벤처게이트에 따른 문책성이 짙다. 특히 신임 중기특위원장은 현정권에서 중기청장을 지냈을 정도로 현 정부의 벤처정책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김 대통령은 개각 이틀전에 청와대에서 R&D전략회의를 개최해 산업정책의 근간을 세계 일류기술 개발이라고 선언했다. 개각을 바로 앞두고 경질될 장관들을 모아두고 이같은 정책을 발표한 것은 이번 장관교체와 IT·벤처 정책기조와는 별개라는 점을 방증한다. 오히려 신국환 장관의 복귀에서 시사하듯 김 대통령은 임기말에 기존 IT·벤처·신산업정책을 고수하고 강화하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의 치적으로 꼽히면서도 각종 게이트로 흔들리고 있는 IT와 벤처·신산업을 하루빨리 정상궤도에 진입시켜 업적으로 남기고 싶은 의도로 해석된다.
채영복 기초기술이사회 이사장의 과기부 장관 발탁은 현 정부가 추진해온 과학기술정책을 원만히 마무리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그대로 반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채 장관이 12년 동안 화학연구소의 소장으로 재직하는 등 행정 및 현장경험이 풍부, 누구보다도 정부출연연구소의 현안을 잘 해결할 수 있는 인사라는 게 과기계의 평가다. 특히 30여년 동안 과학기술계에 몸담은 과기계의 원로로서 각종 현안해결을 위해 정부와 출연연간의 긴밀한 가교역할을 수행해 온 점을 감안해 볼 때 장관 취임후에도 연구분위기 쇄신에 전력을 다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성호기자 shyu@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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