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유통업계 소형PC 바람

 컴퓨터 유통상가에 소형PC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두께가 10㎝가 채 안되는 슬림형 PC를 비롯해 기존 데스크톱 PC의 절반 크기에 불과한 미니 사이즈 PC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고 이를 취급하는 매장들도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과거에도 소형 PC가 출시됐었으나 확장성이 좋지 않아 시장에서 자리잡는 데 실패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소형 PC를 찾는 소비자들이 제법 많아져 컴퓨터 유통업계에서는 유망 아이템으로 손꼽히고 있다.

 ◇왜 소형PC인가=주기판의 성능 향상이 가장 큰 요인이다. 주기판에 내장되는 그래픽칩세트나 사운드칩세트의 성능이 따로 장착하는 그래픽카드·사운드카드와 비슷한 수준에 달해 그동안 소형PC의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던 확장성 문제가 해결된 것이다.

 이와 함께 메인PC·세컨드PC처럼 복수사용 문화가 확산되고 공간 효용성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소형PC의 인기가 상승하고 있다.

 ◇어떤 제품이 있나=소형 PC는 두께가 얇은 점을 강조한 슬림PC와 전체적인 크기가 작은 마이크로PC로 구분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슬림PC는 북PC라고도 불리며 모니터 밑에 눕혀지거나 옆에 세워놓고 사용할 수 있다. 한국크리에이티브기술(대표 차현배)이 대만 에이오픈 제품을 들여와 판매를 앞두고 있으며 용산의 몇몇 유통업체들이 이미 소규모로 대만 엘리트그룹(ECS)의 제품을 들여와 판매하고 있다.

 마이크로PC는 아수스 주기판 공급업체인 에스티컴퓨터(대표 서희문)가 펜티엄4 시스템 3종을 들여와 판매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지피컴(대표 황선준)이 일반 데스크톱PC 크기의 3분의 1에 불과한 초소형 PC를 출시했다.

 제이씨현시스템도 대만 기가바이트의 마이크로PC인 ‘G맥스’시리즈를 들여와 이달부터 본격 판매에 들어갔다.

 슬림PC와 마이크로PC는 대부분 CPU·메모리·하드디스크드라이브 등 핵심부품을 장착하지 않은 베어본(barebone) 시스템으로 공급되며 가격대는 20만∼40만원 선이다.

 ◇전망=에스티컴퓨터는 마이크로PC를 용산 유통업체를 통해 월 600여대씩 판매하고 있다. 유통업체들은 베어본인 이 시스템을 자체브랜드(PB) PC로 출시하고 있다. 주변기기 유통 및 조립PC업체인 아이코다(대표 이용수)의 경우 아이코다 브랜드 PC를 만들어 월 200여대씩 판매하고 있다.

 슬림PC와 마이크로PC는 사이즈만 작을 뿐 성능과 가격은 일반 데스크톱PC 못지 않다. 이에 따라 유통업체들은 저가경쟁으로 이윤을 확보하기 어려운 일반 데스크톱PC 조립 대신에 슬림PC·마이크로PC 유통으로 잇따라 눈을 돌리고 있다.

 한국크리에이티브기술의 이필헌 과장은 “일본의 경우 슬림PC가 데스크톱PC와 노트북PC 시장 사이에 별도의 시장을 형성해 전체 PC 가운데 점유율이 20%대를 기록하고 있다”며 “국내 시장에서도 점차 세컨드PC 개념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시장영역을 구축하고 있어 급성장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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