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카드 사업을 축소하거나 아예 철수하는 업체가 늘고 있다.
작년까지 국내 제조업체만 10여개에 달하며 전성기를 구가했던 그래픽카드 시장이었지만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익성이 없는 사업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PC제조업체와 같은 대량 공급처를 확보하지 못하고 유통시장을 중심으로 활동해오던 그래픽카드 업체에서 많이 나타나는데 이들은 주력사업 분야를 DVR보드, 휴대형 저장장치 등으로 전환하는 한편 회사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사명까지 변경하고 있다.
성호정보통신이 그래픽카드 사업을 접은 데 이어 윌포드로 사명을 변경한 에바트티엔씨도 최근 그래픽카드 유통사업을 접고 셋톱박스·PDA·IEEE1394카드·휴대형 저장장치 등으로 사업 방향을 돌렸다.
이들뿐 아니라 유통이나 PC제조업체에 공급하는 OEM 시장에서 상당한 기반을 가진 업체 역시 차기 사업구상에 골몰하고 있어 그래픽카드 시장의 퇴조를 반영하고 있다. 현주컴퓨터와 주연테크에 그래픽카드를 공급하는 챈스아이는 지난해말 DVR보드로 주력 아이템을 전환하는 한편 그래픽카드 사업을 대폭 축소했다. 챈스아이는 “당분간 그래픽카드 사업을 접을 계획은 없지만 하게 되더라도 고급형 제품에만 주력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슈마일렉트론, 시그마컴 등도 그래픽카드 사업비중을 줄이는 대신 셋톱박스 등 다른 사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그래픽카드 시장은 98년 IMF 이후 대만, 중국산을 제치고 점유율이 80%에 달할 정도로 국내 업체들이 선전한 분야. 하지만 참여업체수가 늘어나면서 수익성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업체간 경쟁은 물론 대만, 중국산 제품의 압력으로 제품가격이 크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중소 PC업체에 그래픽카드를 공급하고 있는 C사의 한 관계자는 “OEM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 하더라도 인건비를 제외하고 남는 마진은 개당 1000원 정도에 불과하다”고 털어놓았다. 그래픽칩세트 업체인 엔비디아의 입김이 거세지면서 성능에 있어 다른 업체와 차별성을 확보하기 힘든 것도 사업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는 한 요인이다.
한편 이같은 상황은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로 엘사의 경우 최근 북미시장에서 게임용 그래픽카드 사업철수를 발표하기도 했다.
<김인진기자 ij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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