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단상]수석대표론

 ◆조환익 한국산업기술재단 사무총장 che@kotef.or.kr

 

필자가 정부에 근무할 때 통상협상에 참가할 기회가 많았다. 협상을 준비할 때는 각 부처가 모여 갑론을박하면서 협상안을 만들지만, 막상 협상에 임해서는 수석대표의 역할이 80% 이상이다. 수석대표간의 공방이다. 미국이나 유럽은 대표단 일원이 간간이 수석대표의 허락을 받아 발언하지만 일본이나 중국 등은 철저히 수석대표 한명의 원맨플레이(one man play)다. 북한의 경우에는 다른 대표단이 입이 있는지 의심이 갈 정도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는 과거에 불행하게도 적전분열이 협상을 망친 경우가 종종 있었다. 수석대표가 있고 교체수석대표가 있고 실세대표가 있고 각자 한마디씩 한다. 적군 앞에서 우리끼리 얼굴을 붉히고, 그래서 회담이 잘못되면 각 대표의 결과보고서가 각각이다.

 이제 경제분야 주요 대외협상은 정부에서 민간부문으로 중심축이 바뀌고 있다. 국민의 관심은 EU와의 조선협상이나 칠레와의 FTA협상보다는 현대투신·대우자동차·하이닉스 매각과 관련한 협상에 쏠리고 있다. 현대투신에 1차 실패했고 대우자동차는 좀 더 시간이 걸리는 듯하다. 하이닉스 매각협상이 막바지에 달하고 있는데 여기에서는 수석대표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존중되어야 한다. 수석대표는 현 하이닉스 CEO인 박종섭 사장이다. 들리는 말로는 채권단에서도 수석대표급이 참석하고, 또 채권단의 입장도 통일되지 못하여 배가 산으로 갈까봐 우려하는 여론이 있다. 마치 오래 전 정부의 통상협상을 보는 듯하다. 거의 2년 현대전자 불실의 빙하가 머리를 내밀면서부터 관찰해 보았지만 박 사장은 타고난 협상꾼이다.

 하이닉스로 회사명을 바꾸면서 정부·국내외 채권단·해외투자선·매각선, 또 언론과 국민정서까지 얽히고 설킨 몇차 방정식으로도 풀 수 없던 문제를 교묘히 풀어왔고 그 과정에서는 그의 눈부신 협상력이 돋보인다. 이유는 그가 반도체의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하이닉스 지원의 타당성 문제가 항상 논란이 되어 왔지만 이젠 대안도 마땅치 않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책임과 권한을 모두 주어 결자해지토록 하자. 협상은 지금부터이니 협상전문가에 맡겨야 한다. 그것이 정부가 헐값매각 시비에도 안말려드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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