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개인정보 보호

 개인정보 유출문제가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선 것 같다.

 해킹 및 바이러스 유포와 함께 정보화사회가 잉태한 대표적인 역기능의 하나인 개인정보유출 및 침해문제가 개인생활은 물론이고 경제를 위협할 정도라는 것은 심히 우려되는 현상이라 아니할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의 개인정보 침해국가라는 점이다.

 한국정보보호진흥원(KISA) 산하 개인정보침해신고센터에 접수된 침해신고건수로 본 지난해 우리나라의 개인정보 침해사례는 1만4341건으로 전년도에 비해 무려 7.2배가 늘어났다. 본인확인이나 성인인증을 위해 제시했던 개인정보를 주민등록생성기 프로그램 등으로 불법 유출하거나 비밀번호 관리를 소홀히함에 따라 유출된 정보를 통한 개인정보 침해사례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미비한 법과 제도다. 여기에 인터넷 사업자들의 미숙한 운용과 개인정보에 대한 인식부족이 맞물리면서 우리나라를 세계 최고의 개인정보 침해국가로 만든 것이다.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유출된 정보가 개인 차원을 넘어 국가안보 및 사회규범 확립의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은 참으로 심각한 문제다. 디지털사회로의 진입을 요원하게 할 뿐 아니라 정보화의 발목을 거머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이나 미국 등 선진국가들이 일찍부터 개인정보보호를 중요한 정책과제로 삼고, 일본이 국가 차원에서 대책마련을 서두르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물론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7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면서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규정을 대폭 강화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허위사실을 적시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면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규정을 대폭 강화했다. 또 12월에는 사업자와 이용자간의 개인정보 침해분쟁을 신속·간편·공정하게 조정하기 위해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를 발족시켰다.

 뿐만 아니라 권고사항인 ‘광고’ ‘수신거부’ 등의 표시의무를 전자우편에서 휴대폰과 팩스에까지 확대적용하고 이를 위반하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상반기중에 법을 개정할 계획이라고 한다. 또 광고 문구표시를 ‘광고’ ‘정보’ ‘성인광고’ ‘동의’ 등 4가지 방식으로 세분화해 이용자가 이를 보고 원치 않는 정보는 바로 지우거나 메일 필터링 기능을 활용해 자동 수신거부할 수 있도록 개선할 방침이다.

 이밖에도 수신거부에 소요되는 통신비를 발신자가 부담토록 하고 스팸메일 때문에 정신적·물질적 피해를 입었을 경우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가 조정에 나서 신속·간편하게 배상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게 된다.

 뒤늦게나마 개인정보의 불법이용을 근절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다.

 대다수 사업자나 이용자들이 아직 개인정보보호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범죄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피해사례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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