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월스트리트 제국
지은이: 존스틸 고든
옮긴이: 강남규
펴낸곳: 참솔
21세기 자본의 위력은 20세기보다 훨씬 거대해지고 상대적으로 국가의 힘은 왜소해지고 있다.
뉴욕 맨해튼의 이름 없던 뒷골목 월스트리트는 자본의 규모나 그것의 권력화현상에 힘입어 세계 경제의 심장이자 상징이 됐다.
이제 월스트리트의 논리는 세계 경제 논리의 주류가 됐다. 어떻게 별볼일 없는 맨해튼의 작은 뒷골목이 하나의 제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는가. ‘월스트리트제국’은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는다.
월스트리트는 처음부터 선진적인 자본시장을 따르지는 않았다.
그곳에서도 기업회계의 투명성과 정보의 공개, 투자자보호 원칙과는 거리가 먼 사건들이 속출했다. 월스트리트 주가는 폭락하고 수많은 투자자와 금융회사가 파산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결국 이곳도 투명한 자본시장으로서의 얼굴과 함께 온갖 불법과 탈법이 난무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월스트리트는 지난 29년 대공황이 닥치면서 거품이 제거된 데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행정부가 대대적인 개혁을 단행하면서 일반 시민도 참여할 수 있는 깨끗한 자본시장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지난 80년대에 규제완화와 자유화 바람이 불고 90년대 들어 인터넷거품이 불면서 월스트리트는 다시 위기를 맞았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엔론사태는 그동안 숨겨져왔던 월스트리트의 어두운 얼굴이 투명한 자본시장이라는 화장을 뚫고 드러난 것이다.
이 책은 결국 과거를 모른 채 오늘의 월스트리트를 본다면 금융가의 현란한 기법과 거대 자본규모의 가위눌림으로 자본시장의 실상을 파악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또한 지난 1653년부터 지난해까지 영욕의 월스트리트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다.
각 시대마다 먼저 미국과 세계의 정치·경제 상황의 핵심을 간명하게 짚고 시기별로 경제 주체들이 언제 월스트리트에 등장했으며 어떤 사건에서 어떻게 활동했는가를 잘 설명한다.
증권브로커와 공인회계사의 유래, 이들이 월스트리트의 발전에 끼친 영향, 이들의 범죄까지도 상세하게 나타나 있다.
지난 20년 이후 월스트리트가 겪었던 수많은 변화, 90년 이후 신경제의 몰락, 9·11테러까지 격동의 현대사마저도 하나의 일관성 속에 나열된다.
저자는 그러나 월스트리트의 오늘에 대해 맹목적인 비난보다는 냉정하면서도 균형잡힌 비판을 통해 우리 금융과 기업관행을 고쳐가는 데 활용해야 한다고 마무리 짓는다.
또 이 책에 대해 오늘의 월스트리트뿐 아니라 우리의 현실을 더 깊이 이해하고 미래를 전망하게 하는 중요한 단초로 삼을 것을 제안한다.
<신영복기자 yb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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