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를 넘어서 -에드워드 홀 지음 -한길사 펴냄
“다른 문화의 타당성을 체험해보지 않고는 자신의 문화를 평가할 수 있는 근거를 갖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의 문화적 자아를 진정으로 이해할 수 없다. 다른 집단을 이해하는 하나의 방법은 그 집단에 속한 사람들의 정신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이 쉬운 일은 아니며, 사실 굉장히 힘들지만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일이다. 자신이 속한 체계의 장단점을 일별할 수 있다는 점도 그러한 자세를 통해 얻게 되는 부산물이다. 나는 경험을 통해 논리를 전적으로 믿어서는 안 되며 자신의 문화에서 통용되는 사고방식을 기준으로 다른 문화에 속한 사람들을 대해서는 더더욱 안 된다는 점을 배웠다.”
메모: 서로 다른 문화권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똑같다”며 뭉뚱그려 말하는 이들이 있다면 정작 그런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얼마만한 시행착오를 겪었는지 궁금하다. 다른 문화,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왜냐하면 이해하려는 자에게는 이해의 도구로서 이미 다른 가치, 다른 잣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행동을 진정으로 이해하고자 한다면 한 인간의 내력을 철저히 알지 않으면 안되듯 문화 역시 마찬가지다. 자기 자신조차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있는데 타인을 이해하는 것은 오죽하며, 더더욱 타문화를 이해하기란 어디 쉬울 법한 일인가.
월드컵을 앞두고 타문화를 이해해 보려는 시도들이 보인다. 그러나 타문화권에 대한 이해, 그리고 우리 문화에 대한 올바른 판단을 가로막는 장애물에 대한 진지한 숙고가 있었는지 궁금해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타인에 대한 편견을 버리는 것이 올바른 이해의 첩경이듯 타문화에 대해서도 우리 문화에 기반을 둔 기존의 잣대, 편견을 버리는 일이 우선돼야 할 듯싶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미 자라오면서 우리를 둘러싼 우리 문화에 의해 사고가 형성되고 통제돼 왔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우리 문화 자체가 타문화에 대한 이해를 방해하는 차단막으로 작용할 수도 있음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월드컵이 축제의 한마당이 되기 위해선 다른 문화의 이해할 수 없는 현상에 부닥칠 때마다 먼저 우리의 관점과 사고방식에 입각해 이해하려 들지는 않는지 살펴봐야 할 것 같다. 이는 ‘개고기 논쟁’을 지켜보면서 우리뿐 아니라 타문화권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요구하고픈 사항이기도 하다.
<양혜경기자 hky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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