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e코리아 교향곡

◆오길록 전자통신연구원 원장

 

 주요 IT산업 수출대상국의 경기부진 속에 미국이 9·11 테러를 겪고 아프간 전쟁을 수행한 지난해에 우리 경제 주체의 수출 및 설비투자가 큰 폭으로 감소했다. 다행히 이러한 침체 국면이 오래가지 않고 올해부터 국내산업 경기가 점차 회복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정보통신 및 반도체산업의 구조조정과 재고조정이 효과를 거둬 2002년 하반기 이후 IT산업의 성장세가 본격적으로 회복되고 IT산업 경기가 다시금 활력을 얻게 될 것으로 예견된다.

 우선 국내산업 경기회복의 열쇠를 쥐고 있는 반도체산업은 2002년 하반기부터 세계 IT시장의 전반적인 회복세에 따라 본격적인 회복세로 전환될 것이다.

 국내 통신시장도 국내경기의 점진적 회복, GSM(Global System for Mobile telecommunication) 이동전화 단말기 신규 출시, 초고속통신망의 보급 증대 등으로 전반적인 수요가 크게 되살아날 전망이다.

 해외시장 공략 역시 활력을 얻을 것으로 전망되는데 2002년에는 무선 이동전화 단말기의 수출 주력상품인 CDMA(Code Division Multiple Access) 단말기 외에 GSM 단말기의 수출이 본격화되고 세계 전자상거래 규모의 지속적인 성장으로 통신 시스템 및 네트워크 장비의 해외수요가 크게 증가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같은 경기호전론을 실질적인 국가경제 부흥으로 실현시키기 위해 할 일이 많다. 그중에서도 세계 정상급의 보급률을 자랑하는 초고속인터넷 및 이동통신시장이 주는 추진력과 국내외 시장에서의 풍부한 상용화 경험을 바탕으로 IT기술 강국의 위상을 확고히 정립하는 일은 한시가 급하다.

 이를 위해 우리는 첫째, 원천기술 및 핵심기술을 발굴해 이를 집중적으로 개발하고 이를 바탕으로 세계 IT산업에서의 영향력을 제고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실례로 2000년에 미국 퀄컴사가 중국과 국내에 CDMA 로열티를 차별 적용해 물의를 일으킨 후 이러한 원천기술과 핵심기술의 확보 문제는 더욱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정통부를 비롯한 산자부·과기부 등에서도 이를 위한 정책을 꾸준히 펼치고 있으며 ETRI에서도 1145억원의 기초·기반기술 준비금으로 모험적 연구과제를 발굴해 추진하려고 계획하고 있다. 또한 국제표준화 전략을 통해 차세대 이동통신 분야의 기술과 시장을 선점하려는 세부계획을 수립해 놓고 있다.

 둘째, 신산업 창출과 연계된 IT 전문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이미 정부가 추진중인 고급인력 및 기초·산업인력 재교육 등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도록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고 상황변화에 따라 탄력적으로 인력을 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민간 IT 전문교육기관에 의한 단기적 인력양성과 함께 정규 교육기관에 의한 중장기적인 인력양성을 조화시켜 효과적인 신규인력 양성을 도모하는 한편, 능력과 성과에 상응하는 대우로 IT업계의 중견·고급인력을 유지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이론과 현장, 장비와 인재를 교류·공유하는 산·학·연 공동의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우리 나라가 전세계적인 IT 자원민족주의(IT resource nationalism)의 무한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독자적인 원천·선도기술을 무기로 세계 정상급의 기술수출국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피아니스트의 손에서 피어나 강당을 뒤흔들며 수놓은 고저강약의 장엄한 조화의 실체가 건반 하나하나의 집합이듯 독자기술과 IT인력이 검은 건반과 흰 건반이 돼 전세계를 뒤흔들 ‘2002 e코리아 교향곡’을 연주할 수 있도록 각자의 맡은 바 소리를 가다듬어야 할 때다.

 (groh@et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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