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통신장비기업의 연구개발(R&D)인력들은 외인부대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삼성전자, LG정보통신(현 LG전자), 현대전자산업(현 현대큐리텔 및 현대시스콤) 출신 연구원들이 많다. 70, 80년대 무전기와 무선전화기로 명성을 쌓았던 맥슨전자(현 맥슨텔레콤) 출신들도 이동통신업계에 고루 진출해 있다.
그래서 중견 통신장비기업 부설연구소의 수장은 더욱 어려운 자리다. 개성과 자존심이 유달리 강한 연구개발분야의 다국적군(?)을 하나로 결속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지난해 삼성전자에서 팬택으로 자리를 옮긴 이성규 사장(49)의 어깨가 무겁다. 팬택의 박병엽 부회장은 이성규 사장을 통해 자사 연구개발팀이 일사불란한 조직체계를 갖추는 한편 차세대 이동통신 개발경쟁에서 앞서나갈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지난해 팬택의 가족회사로 편입된 현대큐리텔의 김광선 연구소장(전무)이 회사를 떠나 이성규 사장의 부담이 더욱 커졌다. 팬택과 현대큐리텔 연구조직을 모두 추슬러야 하기 때문. 또 현대큐리텔 소속 연구인력의 누수현상을 막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이 사장은 71년 동성고, 76년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나와 83년 삼성전자 응용연구실장, 90년 동사 통신연구소, 96년 동사 무선사업부 개발팀장(전무)을 거쳤다. 그야말로 ‘삼성사람’이었고 삼성전자의 무선사업부 개발분야의 핵심인력이었다. 그런 그가 팬택에서 어떤 결실을 볼지 관심을 모은다.
주성철 전 KTF테크놀로지스 사장(51)은 욕심 많은 연구개발인이다. 그는 의욕과 아이디어가 왕성하다. 오히려 활화산 같은 의욕이 흠이 될 때가 있을 정도다.
장점과 단점의 경계선이 모호했던 탓인지 그는 KTF테크놀로지스를 떠난다. 주 사장의 행보가 어디로 연결될 것인지 주목된다.
주 사장은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나와 77년 국방과학연구소 전자사업단 선임연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96년 LG전자 하이미디어 사업개발담당, 98년 동사 개인정보단말기(PDA)사업 및 통신기기 생산담당, 99년 동사 단말사업본부 IPC개발담당(상무보) 등을 거쳤다.
세원텔레콤 연구개발본부장인 이정근 사장(41)은 2000년 2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세원텔레콤의 살림(경영)을 꾸렸던 경험이 있다. 홍성범 회장이 기술거래소 관련업무에 매진하느라 생긴 공백을 메운 것.
이 사장은 94년 5월부터 98년 4월까지 세원텔레콤 연구소장을 역임하며 사내 부서에 불과했던 연구소의 뼈대를 세웠다. 연구개발품목도 주파수공용통신(TRS)과 시티폰(CT2)을 이용한 신용카드조회기, 코드분할다중접속(CDMA)방식 이동전화단말기, 유럽형이동전화(GSM)단말기 등으로 넓혔다. 특히 98년 이후로 GSM단말기 개발에 착수함으로써 세원텔레콤이 한 발 앞서 중국시장에 진출하는 기반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정근 사장은 80년 경신고, 84년 한양대 전자공학과를 나와 86년 금성반도체 정보기기연구소 슈퍼 마이크로컴퓨터시스템 개발에 참여했다. 이후 91년 4월까지 슈퍼마이크로컴퓨터시스템 개발에 매진했으며 솔빛마이크로시스템(91∼92년), EOS테크놀로지스(92∼94년)에서 썬워크스테이션 호환기종 개발팀에 근무했다.
ST 류(40)는 세계 2대 이동전화단말기 판매회사인 모토로라의 CDMA분야 핵심 연구조직인 MKDC(Motorola Korea Design Center)의 수장이다. 모토로라코리아디자인센터(이하 MKDC)는 모토로라 CDMA 기술의 본산이자 CDMA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플랫폼의 원천이다.
MKDC는 기존의 코리아디자인센터, 모토로라코리아엔지니어링센터, 모토로라소프트웨어센터를 연합해 2000년 12월 300명으로 출범했다. 모토로라 본사연구소를 제외한 지역연구소 중에서 최대 규모다.
류 소장은 현재 CDMA, 시분할다중접속(TDMA), GSM 방식을 수용하는 다중 모드 다중 플랫폼을 개발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또한 3세대 CDMA단말기 선행개발과 PDA, 블루투스, 위성위치측정시스템(GPS), 사용자인증모듈(UIM), 엠펙, WAP(Wireless Application Protocol) 등 모토로라의 차세대 신기술 개발도 이끌고 있다.
류 소장의 MKDC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유능한 기술인력에 힘입어 일취월장했다. 이미 4개 신제품(Tarpon 등)을 개발해 미국과 남미에 공급, 품질의 우수성을 높이 평가받으며 6개월여만에 판매량 200만대를 넘기는 성과를 올렸다.
류 소장은 말레이시아 태생이며 영국 리즈대학에서 전기전자공학을 전공했으며 싱가포르, 미국, 중국 등지의 모토로라 사업부와 연구소를 거쳤다. 한국에서는 2년 6개월 정도를 근무중이다.
텔슨전자 기술담당최고임원(CTO)인 조필재 상무(48)는 삼성전자 출신으로서 20여년간의 통신분야 연구개발 경험을 텔슨에 전수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초 텔슨전자와 인연을 맺고 노키아 8887, 8877 모델개발에 참여했으며 중국 콩카그룹에 수출하는 TDC6100, 6500 개발을 주도했다.
조 상무는 73년 청주기계공업고, 77년 한양대 통신공학과를 나와 공군기술장교로 임관, 제 3 훈련비행단과 제 17 전투비행단에서 항공통신항법중대장을 지낸 이력을 가졌다. 이후 81년 삼성반도체통신에 입사해 TDX교환기, 무선호출기, GSM단말기 개발을 담당했으며 98년부터 삼성전자 CDMA/PCS복합기 개발파트장을 역임했다.
기가텔레콤 김호영 사장(42)은 기술 최고경영자(CEO)의 표상이다. 그는 한양대 전자공학과 및 대학원을 나와 지난 83년부터 93년까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책임연구원으로 활동, CDMA단말기 개발 일선에 있었다.
이후 98년 8월까지 팬택의 전무이사로 활동했으며 모토로라코리아 CDMA엔지니어링 연구소장(∼99년 8월)을 거쳐 99년 9월 기가텔레콤을 설립했다.
김 사장의 기가텔레콤은 출범 2년여만에 대표적인 CDMA 용역개발 전문기업으로서 입지를 다졌다. 현대전자산업을 비롯해 해외 유수기업들의 CDMA단말기 용역개발을 성공적으로 수행함으로써 국내외에 얼굴을 알렸다.
그는 현재 중국, 남미, 호주 등지로 수출지역을 넓히는데 주력하고 있다. 또 회사를 단순 단말기 용역개발업체에서 CDMA 종합 전문기업으로 탈바꿈시키는 데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스탠더드텔레콤 연구소장인 임형순 부사장(47)는 회사 경영권을 이양하고 CTO로서 거듭난 임영식 대표이사와 함께 스탠더드텔레콤의 R&D를 이끌어간다.
임 부사장은 궁극적으로 미국시장을 겨냥한 CDMA단말기 개발과 중국을 겨냥한 GSM단말기 개발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GSM단말기는 임영식 전 대표이사가 유럽지역 공략을 위해 수년 전부터 준비해온 분야로서 임 부사장의 손끝에서 마무리 작업이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다.
임 상무는 80년 인하대 전자공학과를 나와 대륭정밀연구소 수석연구원(82∼93년), 엔케이전자 연구소장(∼96년), 스탠더드텔레콤 연구소장 상무(∼99년 12월)를 거쳤다.
김문환 와이텔레콤연구소장(42)은 CDMA450 단말기 개발의 공신이다. 이동전화단말기 제조업계 후발주자로서 와이드텔레콤만의 특화상품이 필요하다고 판단, 동유럽지역의 아날로그 이동통신을 CDMA방식으로 디지털화한 CDMA450 분야로 눈을 돌렸던 것.
그 결과 와이드텔레콤은 루마니아를 비롯한 동유럽지역 CDMA450 단말기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김 소장은 84년 인하대 전자공학과를 나와 그 해에 대한전선 기술연구소에 입사해 통신 및 제어계통연구를 담당했다. 92년에는 광전자공업연구소에서 유럽 수출형 팩시밀리 소프트웨어 개발팀장으로 활동했으며 97년 와이드텔레콤 소프트웨어 개발팀장으로서 고속 문자 무선호출기 개발을 주도했다.
그는 지난해 와이드텔레콤 연구소장으로서 KTF와 함께 CDMA·GSM 로밍폰을 개발했으며 가입자인증모듈(UIM)카드를 내장한 CDMA단말기를 개발해 중국에 수출해 주목받았다. 김 소장은 앞으로 70여 연구원을 독려해 중국시장용 CDMA단말기 신규모델과 동유럽을 겨냥한 cdma2000 1x 단말기를 개발할 계획이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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