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14일 밝힌 연두기자회견은 김 대통령의 정보화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이를 보다 구체화했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김 대통령은 집권 초반에는 발등의 불인 IMF 극복에 전력을 기울였으나 후반에 들면서 정보화를 국정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삼아왔다. 김 대통령은 IMF를 졸업한 후인 지난 2000년에 제3세대 비동기식 IMT2000 이동통신사업자를 선정했으며, 다음해인 2001년에는 제3세대 동기식 IMT2000사업자까지 추가선정하는 등 정보통신 인프라 확충으로 눈을 돌렸다. 또한 대통령 직속으로 정부혁신추진위원회와 산하에 전자정부특위를 신설, 전자정부 구현에 심혈을 기울였다. 또 전자상거래 확산과 전통산업과 IT 접목 등 민간부문의 정보화 정책도 이때부터 본격화했다.
집권 1년을 남긴 시점에 가진 이번 연두기자회견에는 지난 2년간 알뜰하게 챙겨온 정보화사업을 총정리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IT한국 건설’이 바로 그것이다. 김 대통령은 그동안 정보화 촉진 또는 확산이라는 용어를 즐겨 써왔으나 IT한국이라는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대통령은 IT한국이라는 용어에 대해 직접적인 설명을 덧붙이진 않았지만 기자회견 내용으로 미뤄볼 때 그 의미는 “IT산업 발전과 IT를 기반으로 하는 첨단산업 육성 및 전통산업의 고부가가치화, 그리고 투명성 제고”로 풀이된다.
김 대통령이 IT를 구조개혁을 위한 투명성의 기반으로 직접 연결지은 것도 처음이다. 김 대통령은 부정부패와 비리척결을 위해 임기 내 전자정부를 실현해 투명성을 갖추겠다고 밝혔다. 김 대통령은 그동안 정보화를 생산성 제고·경쟁력 향상의 수단으로만 강조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정보화를 투명성 제고를 위한 구조개혁의 중요한 수단으로서 활용폭을 확대한 것이다.
사실 그동안 정보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정부나 민간 모든 부문에 있어서의 생산성 향상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아니라 업무 프로세서 개선, 투명성 제고와 같은 개혁에 대한 거부감이었다. 따라서 집권 1년을 남긴 김 대통령의 정보화정책은 그동안의 경쟁력 제고 일변도에서 탈피해 경쟁력 향상과 개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수단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유성호기자 shyu@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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