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 경북의대 의료정보학교실 조훈 교수
WTO 체제 출범 이후 세계적으로 정보통신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는 가장 뚜렷한 움직임 중 하나는 표준화다. 과거에는 생산성이 국가 경쟁력을 결정했으나 정보시대로 진입함에 따라 산업 전반의 시장 주도권을 쥐기 위한 표준 선점 경쟁이 본격화됐다고 볼 수 있다.
보건의료정보의 경우 표준화의 근본 목적과 취지를 오해하는 이는 거의 없다. 다만 표준화의 적용을 받는 사례는 보험심사평가원에 제출하는 보험청구 양식 이외에는 거의 없어 현실과 거의 무관한 것으로 오해받고 있다. 그렇지만 임상적용 분야는 물론 각기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의료 관련기관의 산만한 연계와 다양한 분야의 응용으로 인해 의료정보 교환의 비효율성이 점차 심각해지고 있다.
의료기관간 정보교환의 사례는 매우 제한적이지만 의료의 국제화가 진행됨에 따라 점차 의료정보 교환 및 공유의 문제는 국제화 추세에 있다. 이제 의료시장의 개방과 국제화 추세로 볼 때 의료정보 표준화에 뒤처질 경우 받는 불이익은 물론 피해까지도 우려되는 시점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의료정보 표준화는 특수목적형 표준(DICOM)·산업형 표준(MS 윈도)·정부주도형 표준(보험청구양식)·사용자 동의형 표준(HL7) 등 4가지 표준으로 진행되고 있다.
ISO는 지난 98년 보건의료정보의 표준을 담당하는 기술위원회(ISO/TC215)를 창설해 보건의료정보의 국제화를 위한 표준화 활동을 시작하고 있다. 이 위원회는 현재 의무기록·메시지통신·의료정보의 표현·보안·전자카드 등 표준화를 위해 5개의 분과위원회와 협력 위원회를 적극 운영하고 있다.
21세기는 정보혁명과 지식사회 진입이 동시에 진행되는 엄청난 변화의 시대가 예상된다. 정보기술과 지식 산업의 끊임없는 도전 영역인 의료 분야 또한 예외는 아니어서 보건의료정보 표준화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의료인 및 정보관련 전문인의 비상한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보건의료정보의 표준화는 본질적으로 기술집약적인 특성을 내포하고 있다. 최신·최고 수준의 안정된 정보기술만이 표준으로 인증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보건의료정보 표준화는 초기단계에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해결돼야 할 과제는 거의 무한하다. 초고속통신망의 도입으로 예상되는 의료기관간 의료정보의 교환과 공유를 위한 전자의무기록표준화는 임상 분야별 진료정보·의학용어·간호정보·영상정보·검사정보·약품정보·물류정보 등이 표준화돼야 하고 HL7·DICOM 등 네트워크 통신 프로토콜의 표준화도 선행돼야 한다.
이외에도 양한방 협진을 위한 양의학과 한의학 용어의 표준화, 의무기록 자료의 특성을 지원하기 위한 영문과 한글의 혼합 텍스트 처리 및 전송기술 등의 해결이 선행돼야 한다.
그간의 국내 보건의료정보화는 산발적이고 부정형한 형태로 의료실무에 적용돼 이로 인한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된 게 사실이다. 그러나 국가적인 위상과 현재의 기술수준으로 볼 때 이제는 국가 보건의료의 도약과 안정을 위한 새로운 국가적 ‘어젠다’가 필요한 시기며 표준화는 가장 중요한 선결과제다. 급변하는 국제 보건의료환경에서의 정보기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인터넷 기술 선도국으로서 보건의료 정보표준화 기술개발은 무의미한 혼란을 방지할 뿐 아니라 국가 미래를 위한 중요한 투자가 될 것임은 지금까지의 전례로 보아 명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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