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한국후지제록스 다카스기 노부야 회장

 “굳이 의식했던 것도 아닌데 올해 노사화합이나 투명경영, 고객만족도 등과 관련, 각종 상을 수상했습니다. 투명경영과 노사신뢰 구축이라는 경영방침을 그대로 실천한 것뿐인데 말입니다. 앞으로도 한국후지제록스를 기본을 지키는 기업, 바람직한 한일 협력모델로 이끌어가고 싶습니다.”

 한국후지제록스는 지난해 유난히 상복이 많았다. 신노사문화대상 대통령상, 바른외국기업상 등 지난해 수상한 상만 3∼4가지. 기업경영에 있어 우등생이 된 셈이다. 오는 3월이면 한국생활 4년째를 맞는 다카스기 노부야 회장은 이에 대해 “기본을 지킨 것뿐 특별한 비결은 없다”고 답한다. 98년 부임 이후 글로벌 스탠더드를 한국 실정에 맞게 적용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기본을 강조하는 그의 이런 정신은 사업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디지털에 대한 개념조차 전무하던 복사기 시장에 디지털 바람을 불어넣은 것은 대표적인 예다. 일본 등 선진국은 물론 인도네시아나 필리핀 등에서조차 디지털복사기가 대세를 이루는 데 비해 국내 시장은 유난히 디지털복사기의 시장점유율이 떨어진다. 이에 대해 다카스기 회장은 마케팅의 부재를 원인으로 꼽는다.

 “사업의 기본은 마케팅입니다. 부가가치가 높은 상품이 있다면 끊임없이 고객을 계몽하고 설득해서 받아들이도록 해야 하는데 당시 한국후지제록스를 비롯해 다른 복사기업체들 역시 이런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한마디로 마케터가 없었던 거죠.”

 다카스기 회장은 부임 이후 우선 영업사원에 대한 디지털 교육을 실시하고 직판 조직을 마련해 고객들을 설득해나가기 시작했다. 또 단순 판매가 아닌 고객의 문제점을 해결하도록 하는 솔루션 마케팅 개념을 도입, 디지털복사기 시장을 개척했다. 지난해 디지털복사기 시장점유율이 9%까지 높아진 것은 일정부분 이같은 그의 이런 노력에 힘입은 바 크다.

 한편 다카스기 회장은 자사를 예로 들며 최근 부상하고 있는 중국의 위협을 경고했다.

 “한국후지제록스는 지난 몇년간 50명의 연구인력을 일본 본사에 파견, 디지털복사기 기술을 습득해 오도록 했고 그 결과 자체 개발능력을 갖추게 됐습니다. 하지만 본사에서는 비용 문제를 이유로 중국을 최종 생산기지로 결정했습니다.”

 그는 “일본은 높은 기술력, 중국은 저임금과 거대시장이라는 이점을 갖고 있지만 한국기업은 중간의 애매한 위치에 있다”며 “품질이나 사후 비즈니스에 있어 부가가치를 높여야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인진기자 ij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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