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생산성 향상과 IT경쟁력 확보’.
금융권이 IT자회사 설립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은 본격적인 e금융 시대를 맞아 투자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IT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더구나 IT부문의 특성상 전문인력 확보에 한계가 있는데다 인력을 무한정 받아들이다 보면 자칫 조직의 비대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생산성 향상이 키포인트=그동안 금융권은 각종 시스템 개발 및 운영을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을 IT조직에 투입했지만 뿌린 만큼 거두기는 어려웠다. IT조직이 일반 부서와는 다른 특수성을 갖고는 있지만 체계적인 관리체계가 부족하고 예산 책정도 타 회사를 의식해 경쟁적으로 이뤄지다보니 투자대비 효과가 크지 않았다.
따라서 IT조직을 단순히 비용을 소모하는 ‘코스트(cost)센터’가 아닌 투자한 만큼의 소득을 올릴 수 있는 ‘프로핏(profit)센터’로 전환하기 위한 방법론의 하나로 IT자회사가 심도있게 거론되고 있다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게다가 단순히 모회사의 수탁업무(SM)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외부금융 시스템통합(SI)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면 수익성에도 큰 보탬이 되리라는 판단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IT경쟁력 확보도 시급=그간 금융권의 전산 직원들은 영업점에 배치돼 순환근무하기도 하고 체계적인 재교육을 받지 못하는 등 급변하는 IT환경에 대한 적응력을 갖추기 힘든 점이 없지 않았다. 이러한 현상이 곧 IT조직 전체의 경쟁력 악화로 이어진 것은 물론이다.
실제로 대형은행 전산실의 한 직원은 “시스템개발팀을 제외하고는 매일 동일한 업무를 반복하다보니 최신 IT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져 새로운 시스템이 도입될 때마다 어려움이 많았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따라서 금융권도 일반 SI업체들처럼 전문적인 교육을 정기화하고 체계적인 재교육을 통해 ‘은행원’이 아닌 ‘IT기술자’를 양성한다는 차원에서 자회사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걸림돌은 없나=그동안 일부 은행과 증권사들이 IT자회사를 설립했지만 대부분 신규시스템 개발 및 비용 효율화라는 초기 목적과는 달리 인력지원 역할에 그치고 말았다. 차세대시스템 개발처럼 많은 인원이 투입돼야 할 작업이 모회사 전산실로 파견돼 업무를 수행하고 다시 자회사로 복귀하는 식이 대부분이다.
이에 따라 대다수의 IT자회사가 자체적인 수익모델을 갖추지 못해 모회사가 떠안고 가야 하는 ‘짐’으로 전락한 것이 현실이다. 직원들의 반발도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지난해 농협은 IT자회사를 추진하다 노조의 반발에 부딪쳐 계획을 백지화한 바 있고 우리금융그룹도 산하 은행 노조의 반대 때문에 자회사 설립에 적지않은 진통을 겪었다. 은행에서 IT회사로 소속이 바뀌면 고용이 불안정해질 것을 우려한 직원들의 반발 때문이었다.
따라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금융권의 IT자회사가 독립조직으로 바로 서기 위해서는 장기간의 내부의견 수렴과정을 거친 후 체계적인 운영계획을 마련한 후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내부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비용절감과 운영 효율화라는 ‘단물’에 현혹돼 너무 급하게 추진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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