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혜경의 독서일기

 *탈무드 -도서출판 글로만든집 펴냄

 

 “한 사내가 나귀와 개를 이끌고 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그에게는 작은 램프가 하나 있었다. 날이 저물어 어둠의 장막이 내리자, 사나이는 헛간 한 채를 발견하고, 거기서 자기로 했다. 그러나 잠자기에는 아직 이른 시간이었기에 램프를 밝혀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바람이 불어 등불이 꺼졌다. 그는 하는 수 없이 잠을 자기로 했다. 그가 잠자고 있는 동안, 여우가 와서 개를 죽여 버리고 사자가 와서 그의 나귀를 죽여 버렸다. 아침이 되자, 그는 개와 나귀를 잃은 슬픔을 간직한 채 램프만을 가지고 혼자 터벅터벅 길을 떠났다. 마을에 이르러 보니, 사람의 그림자라곤 하나도 없었다. 그는 전날 밤 도둑 떼가 이 마을에 쳐들어와, 집을 파괴하고 마을 사람들을 모두 죽여 버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만일 램프가 바람에 꺼지지 않았다면, 그는 도둑들에게 발견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만일 개가 살아 있었더라면, 개가 짖어대는 소릴 듣고 도둑들이 몰려왔을 것이다. 또 나귀도 소란을 피웠을 것이다. 결국 그는 이 모든 것을 잃어버린 덕분에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는 하나의 진리를 깨달았다. ‘사람은 최악의 상태에서도 희망을 잃어서는 안 된다. 나쁜 일이 좋은 일로 바뀔 수도 있다는 사실을 믿어야 한다.’”

 메모: 매서운 삭풍을 뚫고 욱일승천(旭日昇天)의 기세로 뛰어오르는 말의 힘찬 몸짓과 울음소리가 임오년 새해를 열고 있다. 이 기세대로라면 무슨 일을 만나든 문제될 것이 없을 듯하다. 거침없이 내딛는 말발굽 소리처럼 우리도 그렇게 힘차고 씩씩하게 올 한 해를 열어갈 수 있을 듯싶다.

 그러나 이 땅에서 살아온 이들은 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이 있고, 암초처럼 튀어나와 우리의 길을 가로막는 난관과 장애물들이 도처에 널려 있다. 언제 어디서 그러한 것들에 발부리를 채일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우리를 주저앉히고 쓰러뜨리는 것들 앞에서 두 팔을 들고 말 것인가.

 그럴 수는 없다. 우리에게 다가온 고난의 의미는 그렇게 쉽사리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희망’을 두 손에서 놓아버려서는 안 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올 한 해, 어떤 것들이 우리를 어둠 속으로 몰아넣든지 간에 끝까지 ‘희망’을 놓아버리지 않겠다는 각오를 새해 벽두에 다져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양혜경기자 hky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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