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코리아 재건" 말발굽 요란

 임오년의 힘찬 발걸음이 시작됐다. 말의 기상과 활력으로 세계 IT시장을 호령하기 위한 IT업체들의 기상이 새해 벽두부터 심상치 않다. 생산현장에서 연구개발, 그리고 우리 경제의 생명선인 수출전선에 이르기까지 무언가 해보겠다는 IT인들의 발걸음이 경쾌하다.

 이들의 손놀림과 발걸음에 그야말로 국내 IT산업의 경쟁력이 달려있다.

 ◇제조업은 영원하다=국내 데스크톱PC 수출의 90%를 차지하는 삼보컴퓨터의 안산공장. 샌드위치 휴일로 많은 기업들이 구랍 31일 쉬었지만 안산공장은 밀려오는 주문량을 생산하느라 휴무는 생각도 못했다.

 2일 새해 첫출근한 대부분의 직원들은 10시 시작된 시무식을 시작으로 다시 새각오를 다졌다. 안산공장은 2일 제조라인을 가동하지 않고 부품·제품 재고를 조사하는 재무조사를 실시, 1월 생산에 문제가 없도록 만반의 채비를 갖출 참이다.

 안산공장 생산기획팀장인 이종성 차장은 “비록 지난해 전세계적인 IT경기 위축으로 3분기까지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4분기부터 주문량이 크게 밀려 주야 교대로 근무해야 했다”며 “주문받은 1분기 생산량도 지난해 4분기와 비슷해 앞으로도 주야 교대근무를 해야 할 처지”라고 밝혔다. 이 차장은 “비록 직원들이 육체적으로는 피곤한 상태지만 마음만은 희망에 부풀어 있다”며 “올해 경기가 크게 호전돼 삼보컴퓨터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다시 국운이 상승하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중견 모니터업체인 아이엠알아이의 상주공장도 2일 전 라인이 힘찬 기계음을 내면서 돌아갔다. 이 회사 역시 주문량이 밀려 1일만 쉬고 계속 공장을 풀가동한 상태. 김진명 생산이사는 “지난해 4분기부터 주문물량이 크게 늘면서 라인을 풀가동하고 있다”며 “생산물량이 확대되면서 사원들의 사기도 크게 높아졌으며 올해 또한 지난해보다 더 회사가 성장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주변기기업체들도 새해 한숨 돌릴 틈도 없이 바삐 뛰고 있다. 그래픽카드업체인 인사이드텔넷컴(대표 엄주혁)은 특히 지난 연말 PC경기 회복에 따라 생산량이 폭증하면서 새해 첫출근일부터 야근을 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생산라인을 풀가동하고 있는 인사이드텔넷컴은 자사 그래픽카드를 공급하는 삼보컴퓨터, 삼성전자 등의 주문량이 폭증하면서 다들 쉰다는 연말연시에도 쉬지 못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휴무였던 31일에도 모든 직원이 정상출근해 일했고 신정 하루만 쉬고 다시 새해 첫출근일부터 야근이다. 평소보다 50% 이상 늘어난 생산물량에다 2월 설연휴 휴무에 따른 생산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서는 매일 야근을 해도 모자랄 판이다. 인사이드텔넷컴은 올해는 국내 시장뿐 아니라 유럽, 중국 등 해외시장 공략에 주력, 세계에서도 통하는 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는 전략이다.

 ◇기술개발에 사운을 건다=국산 스토리지업체 넷컴스토리지(대표 조승용)의 RAID시스템 개발을 이끌고 있는 김대성 팀장에게 2002년의 의미는 남다르다. 지난 5년간 이 회사 기술연구소에서 밤을 새며 매달린 스토리지시스템 개발의 성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올 한해 동안 김 팀장은 지난해 독자 기술로 탄생시킨 ‘큐레이드FX/LX’에 이은 후속 제품 개발에 전념할 계획이다. 외산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는 스토리지시장에서 국산 제품이 경쟁력을 지니기 위해서는 기술개발을 통한 성능강화만이 유일한 방법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지난 연말에도 10명의 팀 동료들과 야근을 정기적(?)으로 했던 김 팀장은 “지난해까지는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지만 기술개발에 대한 노하우를 쌓은 만큼 올해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제품을 개발하겠다”고 새해 각오를 밝혔다.

 나모인터랙티브(대표 박흥호)의 나모웹에디터 개발팀 12명은 미국에서 새해를 맞이했다. 김형집 이사를 필두로 한 나모웹에디터 개발팀은 나모웹에디터6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에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11월초에 출국한 후 1월 1일에도 귀국하지 못하고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나모인터랙티브는 나모웹에디터6를 먼저 영어 제품으로 만들고 이를 한글, 일본어, 중국어, 스페인어 등 각 국가에 맞게 바꿔 판매할 계획이다. 현재 제품 컨셉트를 잡고 있는 초기 단계로 올해 4분기에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삼성SDS(대표 김홍기)도 올해는 세계시장에 내놓을 명품 솔루션 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다. “미래 유망 분야의 명품 솔루션 개발을 통해 현재 노동집약형인 SI산업 구조를 기술 및 자본집약형 산업으로 바꿔나가겠다”는 것이 김 사장의 복안이다. 이를 위해 삼성SDS는 작년대비 2배 이상 늘어난 600억원 가량을 올해 솔루션 연구·개발비로 책정해 놓고 있다. 삼성SDS 정보기술연구소의 김종영 기술기획팀장도 “10여개 이상의 미래 기술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고객관계관리(CRM) 전문회사인 포젠(대표 김형주)은 2일 해외파견인력을 제외한 채 시무식을 가졌다.

 회사설립부터 해외시장에 초점을 둔 포젠은 작년 10월 미국 콜센터 대행회사인 에이쿠어와 390만달러 규모의 수출계약을 체결하고 R&D/컨설팅팀 4명을 파견한 상태. 이들은 신년연휴도 반납한 채 미국 뉴저지에서 에이쿠어 CRM 프로젝트에 매달려 있다.

 다른 SW업계 CEO들도 분주한 모습으로 새해를 맞았다. 핸디소프트 안영경 사장은 종무식 날짜에 맞춰 12월 28일 미국출장에서 돌아온 이후 회사업무를 잠깐 챙긴 뒤 또 다시 신년 벽두부터 일본 출장길에 올랐다. 나눔기술 장영승 사장도 최근에서야 중국출장에서 돌아왔다.

 지난해 2000만달러 규모의 캄보디아 행정전산망 수주 성과를 이뤄낸 한국컴퓨터통신(대표 강태헌)은 지난 28일 캄보디아 IT수출 제품을 선적한 것을 시작으로 수출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캄보디아 프로젝트가 본궤도에 오른 만큼 이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내부 조직을 재정비하는 집중하는 한편 중국 등 동남아권 시장개척에 올해도 회사역량을 모을 방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벤처가 희망이다=올해 벤처기업 3년차에 접어든 엑스온시스템(대표 김무호)도 다사다난했던 지난해를 뒤로 하고 새로운 도약을 다짐하고 있다. 엑스온은 지난해 대표이사 교체, 인원감축 등 두번에 걸친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그 어떤 기업보다 많은 변화와 시련을 겪었다고 보고 2002년은 조직안정화를 바탕으로 3배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웹미들웨어 전문업체로 R&D를 지속적으로 벌이는 것뿐만 아니라 무선·모바일분야를 신규사업으로 설정하고 시장전략을 새롭게 짜고 있다. 또 일본과 중국시장을 겨냥한 글로벌 비즈니스도 올해 전략사업으로 삼고 전사적인 역량을 투입할 방침이다.

 국내 IT산업의 수호신인 백신 벤처기업들은 백신 대책마련에 꼬박 회사를 지켜야 했다. 영원한 벤처기업 안철수연구소(대표 안철수)는 시큐리티대응센터 구성원은 물론 개발팀이 31일 늦은 시각까지 근무를 했으며 1일에는 시큐리티대응센터 직원들이 24시간 감시체제를 지속했다. 하우리(대표 권석철)도 지난 31일이 휴일이었지만 연구소 직원 모두가 출근해 말달 변종 바이러스 퇴치용 백신을 만들어 배포했으며 1일에도 몇몇 직원이 출근해 고객문의를 받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들 IT업체의 힘찬 모습에서 새해 IT산업의 희망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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