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이버25시>MBC 저녁뉴스 이주연 앵커

 MBC 이주연 아나운서

 

 출근시간은 10시. 출근하자마자 컴퓨터앞에 앉는다. 지난 밤 사이 청취자들이 어떤 사연을 올렸는지, 어제 방송된 코너에 대해서는 어떤 의견을 올렸는지 읽어보기 위해 ‘http://www.imbc.com/radio’로 들어가 ‘이주연의 영화음악’을 클릭하고 게시판에 들어간다.

 바로 녹음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일단 제목을 쭉 훑어 본 후 빠르게 사연을 읽어 내려가는데, 요 며칠 몇차례 글을 올린 한 고등학생은 “주연 누나가 이 글을 다 읽나요?” 걱정이겠지. 아침마다 꼭 들러서 읽고 있는데, 청취자들은 아무래도 자신들의 사연을 그냥 지나치진 않을까 걱정인가 보다. 작가가 다 인쇄를 해 오겠지만 신청곡과 상관없이 곡과 곡 사이, 혹은 클로징에 꼭 소개하고 싶은 사연이 있을 땐 따로 인쇄를 해 챙기는데, 오늘은 헤어진 남자친구를 잊지 못하는 한 여대생의 사연이 마음에 들어왔다. 자기는 그 사람이 아니면 안될 것 같은데, 그 사람은 자기는 죽어도 안된다니, 가슴이 아프다.

 ‘imbc’ 창을 닫고 다시 입력하는 주소는 영화정보를 얻을 수 있는 사이트. 어제는 이안 감독의 ‘센스앤센서빌러티(Sense and sensibility)’를 케이블방송에서 해주기에 다시 한번 봤는데, 처음 봤을 때는 왜 느끼지 못했을까. 작가 오스틴의 살아있는 언어, 영국의 그 정겨운 풍경, 케이트 윈슬렛의 정교한 연기가 퍽 인상적이었다. ‘센스앤센서빌러티’를 검색해 자료를 인쇄한 후 어제 보면서 적어뒀던 감상을 쪽지에 옮겨 적어 귀퉁이에 붙여둔다. 이렇게 해 두면 언젠가 방송에서 꼭 써먹을 일이 있을거다.

 녹음이 끝나면 대략 오후 1∼2시가 되는데 일주일에 2∼3일은 2시께 시사회가 있어 서둘러야 한다. 다녀와 다시 사무실에 들어오는 시간은 4시 반 정도. 석간신문을 대충 훑어보고 다시 컴퓨터앞에 앉아 ‘http://news.imbc.com’으로 들어간다. 예전에는 뉴스가 끝나면 일일이 부조정실에 들어가 베타테이프에 녹화된 것을 보거나 집에서 엄마가 녹화해 주신 VHS테이프를 보곤 했는데 요즘은 방송이 끝나자마자 인터넷에 뜨기 때문에 따로 녹화할 필요가 없다. 화면이 조금 작고 화질이 완벽하지 않다는 점은 있지만 기사 하나하나 따로 클릭해서 모니터할 수 있다는 것과 지난 뉴스라도 언제든 필요하면 검색해 볼 수 있다는 것이 간편해서 요즘은 매일 이렇게 모니터한다.

 그리고 나선 ‘시청자 의견’ 방에도 들어가 뉴스에 대한 사람들의 의견은 어떤지, 혹시 저녁뉴스에 대한 모니터는 없는지 살펴본 후 바로 분장을 하고 보도국으로 내려간다.

 휴∼ 뉴스를 끝내면 바로 퇴근이지만 ‘오늘은 녹음이다, 시사회다’ 너무 바빠서 메일함 열어 볼 시간도 없었다. 옷을 갈아 입고 바로 컴퓨터앞에 앉아 회사에서 나온 아이디로 들어가 보니 평소에 가끔 메일로 소식을 전하는 팬들뿐만 아니라 며칠전 처음 봤다며 새로 메일을 보낸 사람도 눈에 띈다. 일일이 답장을 할 수는 없지만 마음이 가는 사람, 힘을 주고 싶은 사람, 고마운 사람에게는 ‘리플라이(reply)’를 누르고 답장을 보낸다. 간단하지만 성의를 다해 행운을 빌며 이 따뜻한 마음이 전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늘어난 스팸메일 때문에 늘 그렇듯 ‘완전삭제’ 키를 누르며 로그아웃을 하고 접속하는 곳은 두군데의 포털사이트. 원래는 회사에서 만든 아이디만 이용했지만 지난해 누군가에게 크래킹을 당한 후로 개인적인 e메일은 따로 만들어 쓰고 있다. 어쩌면 이곳도 안전하지 않을지 모른다고 생각하지만 지금으로선 대책이 없으니…. 벌써 연하장을 보내온 친구도 있고 내일 아침에 있을 녹화 대본도 들어와 있고, 그리고 반갑게도 영국에 있는 친구가 소식을 보내왔다. 대본을 훑어 보고 답장을 보내고, 그리고 나서 바로 음악메일사이트로 간다. 영국에 있어 지금 유행하는 가요를 들을 수 없는 친구에게 요즘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곡을 배경으로 메일을 쓴다. 아마 이 메일을 받고 그 친구, 한동안 이곳 생각에 눈물 꽤나 흘릴거다.

 아, 오늘은 퇴근시간을 한참이나 지나 사무실을 나서게 됐다. 내일 아침 출근할 때까지 궁금하더라도 사이버공간은 잠시 잊기로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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