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아 본 벤처 2001>(3)이젠선택과 집중이다.

 올해 벤처생태계의 급변은 벤처 육성을 무기로 IMF 외환위기를 견인해온 정부의 뚜렷한 공적을 크게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가장 큰 원인은 세계 경제위기에 있었지만 또다른 요인을 빼놓을 수 없다. 무엇보다 벤처생태계 변화에 대한 정부의 동반대응이 미흡했다는 점이 지적된다.

 올해 벤처정책과 연계해 생각해 볼 수 있는 내용은 벤처의 양적팽창 이후 정책 마련, 글로벌벤처정책, 기업가정신 함양을 위한 대응 등을 꼽을 수 있다.

 벤처기업들이 올 한해 정부에 가장 아쉽게 생각했던 점은 벤처산업 생태계 변화에 따른 정부의 역할이 선명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특히 벤처정책을 주관하는 중기청은 양적팽창 위주의 벤처양산정책의 전환시점을 맞고서도 뚜렷한 제도적 보완책을 내놓지 못하는 우를 범했다. 기술위주의 벤처들에 대한 자금지원이나 우대책 마련 등이 요구됐음에도 자금줄이 고갈된 업계의 어려움을 정책적으로 푸는 데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해외 진출 벤처에 대한 자금지원 등은 중기청·정통부·산자부·KOTRA 등이 해외진출기업 지원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는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그 방법이나 전략에 있어서는 외국 현지에 있는 기업인들로부터 보다 효율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단순한 자금지원이 아니라 현지진출을 위한 정부 공동의 지원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현지인은 진출 대상국에 대한 시장을 파악하고 국내기업들에 기술개발단계에서부터 마케팅까지 포함된 종합적 기획을 마련토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올해 중국이 벤처기업 해외진출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음에도 정부의 중국진출 지원은 거의 초보수준이었다는 지적도 정부가 귀담아 들어야 할 얘기다.

 논란속에 중기청·산자부·정통부 등이 정책협력을 통해 해외 벤처지원사업을 꾸려 갔지만 벤처 해외진출정책의 효율성문제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 한해였다.

 마지막까지 벤처생태계를 바라본 많은 이들을 실망스럽게 한 재경부의 정책안이었다. ‘벤처투자손실보존제도’라는 사상 유례없는 재경부의 발상은 벤처육성정책에 대한 왜곡된 사고방식의 일단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재경부의 아이디어는 결국 ‘안’으로 끝났지만 “과연 벤처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손실을 보전해 줘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낳게 했다. 또 ‘높은 위험부담속에 기업을 운영해 고수익을 낳는다’는 벤처기업에 대해 재고하도록 했다.

 ‘벤처의 모럴해저드’로 대미가 장식되는 2001년의 벤처생태계는 투명경영과 기술력을 확보한 기업에 대한 정책적 배려의 부족을 아쉬움으로 남기고 있다.

 최근 최동규 중소기업청장은 “내년부터 수시로 벤처기업의 기술력 등을 평가하고 수준미달기업에 대해 벤처인증을 취소하는 등 강력한 제재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양적팽창에만 매달려온 벤처정책을 앞으로는 관리감독 강화로 질적성장을 꾀하겠다는 뜻이다.

 이제 정부의 벤처정책은 새로운 틀을 만들어가야 한다. 이는 정부가 늘상 입버릇처럼 말하는 선택과 집중에 그 열쇠가 있다. 최악의 위기를 넘긴 벤처기업들은 정부가 기업가정신과 우수기술로 무장한 경쟁력있는 벤처 키우기 정책을 기대하고 있다.

 <이재구기자 jk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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