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에 주식을 저가매각하거나 경영상태가 부실한 기업을 인수, 회사에 손해를 입힌 삼성전자 이사들은 900여억원을 주주들에게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또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비자금을 건넨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에게도 75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수원지법 민사7부(재판장 김창석 부장판사)는 27일 박원순씨(45·참여연대) 등 삼성전자 소액주주 22명이 주주대표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김모씨(61) 등 삼성전자 전·현직 이사 10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선고공판에서 ‘김씨 등 이사 9명은 연대해 모두 902억8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삼성전자가 인수에 따른 위험성의 정도가 높은 이천전기를 충분한 검토없이 이사회에서 한시간 만에 인수를 결정, 2년도 경과하지 않아 이천전기가 퇴출기업으로 선정, 청산됐다”며 “인수 결정에 따른 손해액 276억2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삼성전자가 액면가 1만원에 취득한 삼성종합화학 주식 2000만주를 1주당 2600원에 처분했지만 순자산가치라는 관점에서 보아도 1주당 주가가 5733원에 이르고 있었다”며 “이사들이 의무를 위반, 법인에 이익이 되는 처분의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한시간 만의 토론으로 처분을 결정했으므로 차액인 626억6000만원을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지난 88년 3월∼92년 8월 삼성전자로부터 조성된 자금 75억원을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뇌물로 공여한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도 75억원을 주주들에게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기업활동을 하며 법질서에서 벗어나 결과적으로 회사에 이익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할지라도 뇌물공여와 같은 형법상의 범죄행위가 기업활동의 수단으로 허용될 수 없고 경영판단으로 보호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삼성전자가 중앙일보에 고가로 광고를 게재하고 삼성물산과 삼성중공업에 임대차보증금과 월차금을 과다하게 지급, 경제적 이익을 제공했다며 주주들이 배상을 요구한데 대해서는 이사회 결의 등 이사들이 직접 업무에 관여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씨 등 소액주주들은 소액주주운동의 일환으로 지난 98년 10월 20일 삼성전자의 부당 내부거래 등으로 피해를 입었다며 모두 3500여억원의 손배소송을 제기했다.
<이경우기자 kw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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