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의 e비즈니스 성숙도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조사결과 기초단계에 해당하는 정보화(information) 수준은 비교적 만족할 만한 수준이었지만 상거래(transaction)와 협업(interaction) 단계까지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기업 e비즈니스가 향후 더욱 발전하고 그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초기단계인 정보화 수준에서 벗어나 상거래와 협업부문으로 심화된 전략을 균형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또 매출규모가 큰 기업과 작은 기업 사이에 성숙도의 격차가 커 아직도 전 산업에 걸쳐 e비즈니스가 확산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업종별 차이 역시 마찬가지다. 금융권의 우위가 두드러졌으며 유통·서비스 업종이 그 다음을 차지했다. 그러나 제조와 건설, 공공 분야는 다른 업종에 비해 성숙도 지수가 뒤처진 것으로 나타나 업종별, 기업별로 e비즈니스를 확산하는 일이 풀어야 할 과제로 꼽혔다. 편집자주
□개요
국내 주요 기업의 e비즈니스 성숙도를 분석해 보면 제품 정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보화 지수는 높지만 상대적으로 고객주문 처리나 전자상거래 매출을 발생시키는 상거래지수와 고객과의 상호작용 및 고객데이터 활용·웹을 통해 마케팅을 전개하는 협업 지수는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주요 210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e비즈니스 평가 분석 결과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의 정보화 지수는 10점 만점에 7.38로 대체로 높게 나타났으나 상거래 지수 4.31, 협업지수는 3.56으로 이 부분에서는 e비즈니스화가 더디게 진행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각 지수별로 분석해 보면 국내 기업들의 정보화 평균 지수는 7.38로 이중 금융권이 가장 높은 9.38을 기록했고 유통서비스는 다음으로 높은 7.59를 기록했다. 제조업과 건설은 각각 6.44와 6.43으로 비슷한 결과를 보였으며 공공은 가장 낮은 5.88로 나타났다. 그동안 시스템 구축에 많은 비용을 투자했던 금융권이 올해 사이버 금융시대를 본격적으로 맞이하며 제 역할을 했던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대목이다. 또 두번째를 차지한 유통·서비스 업종을 포함해 개인 고객과 자주 접하는 업종일수록 홈페이지 개편 및 활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정보화 지수가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대다수 국민들이 자주 접하는 공공의 경우 정보화 지수가 낮다는 점에서 개선책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상거래 지수는 전체 평균 4.31로 조사됐다. 업종간 표준편차가 1.99로 다른 평가기준에 비해 업종간 편차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 상거래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 차이가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상거래 지수 부분에서 금융(6.74)과 유통·서비스(6.48)가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제조와 건설은 각각 3.73과 3.21로 다른 업종에 비해 뒤처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상거래지수 역시 정보화 지수가 앞선 금융과 유통 서비스 부문이 높았다. 기업간거래(B2B)가 활성화됐다고는 하지만 빈도수면에서는 아직도 기업과 개인(B2C) 거래가 높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가장 높은 성숙 단계로서 고객과의 상호작용 및 관계가치를 측정하는 협업부문은 세가지 평가기준 중에서 가장 낮은 지수를 나타냈다. 전체 평균 협업지수는 3.56으로 집계됐으며 표준편차는 1.03으로 각 업종이 전반적으로 이 부분이 취약함을 드러냈다. 협업부문에서는 정보통신이 5.0으로 가장 높은 지수를 보였으며 금융권이 4.41로 다음을 차지했다. 협업이 이처럼 낮은 지수를 보이는 것은 이에 대한 대기업들의 움직임이 활발하지 못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협업의 경우 표준화 문제 등으로 중소기업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란 점에서 대기업이 앞서 이에 대한 투자를 진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세가지 지수를 모두 합쳐 업종별로 살펴보면 금융권이 총 30점 만점에 20.53으로 가장 높은 e비즈니스 성숙도를 과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금융권이 e비즈니스를 주도하고 있었다. 이어 유통·서비스(17.87), 정보통신(17.06)의 순으로 높게 나타났으며 제조와 건설, 그리고 공공은 다른 업종에 비해 낮은 종합지수 결과를 보였다. 이는 고객측면의 항목을 중심으로 분석해 고객부문의 비즈니스 활동이 비교적 적은 건설과 공공 등 분야의 평가에 다소 불리하다는 것을 전제하더라도 제조나 건설업종은 더욱 많은 투자가 진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매출규모와 e비즈 성숙도는 비례
‘매출규모가 커야 e비즈니스 성숙도도 높다.’
매출규모별로 e비즈니스 성숙도를 비교한 결과, 매출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e비즈니스 성숙도가 전반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매출 규모 1조원 이상의 기업은 종합 지수가 30점 만점에 19.87로 집계됐으며 5000억∼1조원의 기업은 13.26, 그리고 1000억∼5000억원 사이의 기업은 11.64로 나타나 매출규모별 성숙도 지수의 편차가 심하게 드러났다.
특히 상거래와 협업 지수 등 본격적 e비즈니스화를 의미하는 평가기준에서 매출규모별 편차가 심하게 나타나 중소기업의 e비즈니스화가 초기 단계에서 답보상태임을 보여줬다. 매출규모별 정보화 지수의 평균 표준 편차가 1.17인데 비해 상거래와 협업 지수는 각각 1.71과 1.55로 조사됐다.
매출규모별 성숙도 지수결과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1조원 이상의 기업에서는 정보화지수가 8.63, 상거래와 협업지수는 각각 6.38과 4.86으로 나타났다. 매출액 5000억∼1조원 기업은 정보화지수가 6.49, 상거래 4.19, 그리고 협업지수가 2.57로 나타났다. 1000억∼5000억원 기업은 정보화 지수가 6.72, 상거래지수가 3.02, 그리고 협업지수가 1.9로 나타났다.
조사에 따르면 매출 규모가 작은 기업일수록 정보화지수와 상거래지수, 협업지수간의 격차가 커 이에 따른 해결책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협업지수의 경우는 1조원 이상의 기업조차도 아직 절반을 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성숙단계에 따른 균형된 투자를 서둘러야 할 것으로 분석됐다.
□e비즈니스 성숙도 평가 어떻게 이뤄졌나
기업이 성숙된 e비즈니스로 진화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전자상거래의 구축을 넘어 비즈니스 체제의 전반적인 디지털화가 필요하다. 기업의 e비즈니스화를 모든 측면에서 측정하고 성숙도를 측정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나 이번 조사에서는 기업 e비즈니스화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세가지 측면에서 평가가 시도됐다.
국내 기업들의 e비즈니스 성숙도 평가(eBusiness Maturity Index)를 위해 e비즈니스의 성숙단계를 정보화(Information), 상거래(Transaction), 협업(Interaction) 등 3단계로 구분하고 각 항목에 점수를 매겼다.
정보화 수준은 기업 e비즈니스 전략에서 초기에 기본적으로 이뤄지는 부분으로 기업이 회사·제품·서비스 등에 대한 정보를 e비즈니스를 통해 확산시키는 부분을 의미한다. 상거래 단계는 기업이 e비즈니스를 통해 상거래를 발생시키고 매출을 올리는 부분을 뜻한다. 마지막으로 협업 단계는 기업이 e비즈니스를 통해 고객·공급자·협력업체 등과 역동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이들의 요구와 필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수준이다.
이번 조사 결과는 해외 IT시장조사 전문기관인 가트너의 ‘업종별 e비즈니스 성숙도’ 분석과 비교해 보면 약간의 차이가 있다. 미국의 업종별 성숙도는 금융권이 역시 가장 높고 다음으로는 제조업·유통서비스·공공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순위 면에서 볼 때 미국은 제조가 유통·서비스를 앞섰으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반대로 유통·서비스가 제조를 다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서비스 분야의 시장개방과 경쟁 심화, 그리고 인터넷의 대중적 확산이 유통·서비스 분야의 e비즈니스화를 촉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가트너의 e비즈니스 성숙도 지수는 e비즈니스에 대한 투자, B2B 솔루션 및 기업 외부와의 연계를 위한 확장 솔루션 구축률, 인터넷을 통한 전자상거래규모 및 인터넷을 통한 고객 및 파트너와의 교류량 등으로 구성돼 있는 반면 이번 조사는 고객접점의 강화 측면에서 주로 분석됐다는 점에서 이같은 차이가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이병희기자 shak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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