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4년부터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산업적 부가가치성을 인식해 미래지향적 정책 모색에 집중하기 시작한 문화관광부(당시 문화체육부)의 노력이 2001년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뚜렷한 결과를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일본 TV시리즈가 90% 이상을 차지하는 TV의 애니메이션 시리즈물과 방학 때마다 국내 극장가를 뒤흔들던 월트디즈니의 극장용 장편애니메이션 속에서 국내 창작애니메이션의 본격적인 투자와 방영, 그리고 개봉이 실제로 시작된 것이 올해의 가장 큰 수확이다.
아날로그 애니메이션, 손으로 직접 그리고 직접 촬영하던 셀애니메이션의 대형 OEM프로젝트를 수주해 온 국내 애니메이션은 차츰 제작의 노하우를 쌓으며 나름대로 세계시장에서 위상을 만들어 왔다. 그러나 대개가 공장지대라는 오명 속에서 스스로 창작작품을 만들어 해외시장에 수출하지 못하고 대부분 미국과 일본의 완성품에 제작진으로 이름이 소개돼 온 것이 우리의 현실이었다.
OEM 위주의 애니메이션 업계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것은 90년대 말부터 문화관광부를 중심으로 영화진흥위원회와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전 문화산업지원센터), 그리고 서울시 서울산업재단의 서울애니메이션센터 등이 설립되며 애니메이션 제작지원제도가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하면서 부터다. 이를 기점으로 신진애니메이션 감독들의 신선한 기획물들이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계를 재편하기 시작했다.
특히 ‘런딤’ ‘원더풀데이즈’ ‘마리이야기’ ‘꼬마대장 망치’ 등의 극장용 장편은 투자회사로부터 본격적인 거대자본을 유입시켜 애니메이션산업계의 제작붐을 주도했다. 또 ‘큐빅스’는 미국의 공중파 네트워크에 진출, 국내 창작 3D 애니메이션의 경쟁력을 입증해 보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디지털드림스튜디오(DDS)’와 ‘씨네픽스’는 경쟁력있는 3D 애니메이션 제작사로 애니메이션계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또 기존 10대 메이저라는 국내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은 본격적으로 디지털제작방식으로 회사를 구조조정하기 시작했고 한신코퍼레이션, 코코엔터프라이즈, 대원C&A홀딩스 등은 코스닥에 기업을 공개하며 민간자본의 투자를 일구어냈다.
특히 올해 국내 애니메이션시장에 가장 활력을 불어넣은 작품은 엽기토끼로 불리는 ‘마시마로’와 손오공의 ‘탑블레이드’다. ‘헬로 키티’ ‘이웃집 토토로’ ‘포켓몬스터’ ‘디지몬’ ‘방가방가 햄토리’ 등 일본 캐릭터 상품의 진격 속에서 국내 캐릭터시장의 가능성을 충분히 검증해준 ‘마시마로’의 성공 사례는 캐릭터 시장의 무궁한 가능성을 입증하는 주인공이 됐다. 또 한일공동제작의 성공사례로 평가되고 있는 탑블레이드는 일본애니메이션의 제작 헤게모니를 국내시장이 주도할 수 있는 분기점을 만들었다는 평가다.
‘마시마로’ 외에도 올해는 ‘졸라맨’ ‘우비소년’ ‘푸카’ 등 플래시를 중심으로 한 웹애니메이션이 잇따라 히트를 해 디지털 시장을 새롭게 열기도 했다. 특히 전국 60여개 대학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하는 1만여명의 학생들, 그리고 3D 애니메이션 제작사를 포함해 300여개에 달하는 애니메이션 제작사 등이 생겨나는 등 국내 애니메이션업계의 통계적 지표는 한국 애니메이션의 활기찬 시도를 반증해주고 있다.
이처럼 우리도 이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 준 한해가 2001년이었다. 2002년 한국 애니메이션의 본격적인 약진을 기대한다.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
많이 본 뉴스
-
1
반도체 R&D 주52시간 예외…특별연장근로제로 '우회'
-
2
테슬라, 중국산 '뉴 모델 Y' 2분기 韓 출시…1200만원 가격 인상
-
3
LS-엘앤에프 JV, 새만금 전구체 공장 본격 구축…5월 시운전 돌입
-
4
“TSMC, 엔비디아·AMD 등과 인텔 파운드리 합작 인수 제안”
-
5
“1000큐비트 양자컴 개발…2035년 양자 경제 선도국 도약” 양자전략위 출범
-
6
'전고체 시동' 엠플러스, LG엔솔에 패키징 장비 공급
-
7
헌재, 감사원장·검사 3명 탄핵 모두 기각..8명 전원 일치
-
8
모바일 주민등록증 전국 발급 개시…디지털 신분증 시대 도약
-
9
구형 갤럭시도 삼성 '개인비서' 쓴다…내달부터 원UI 7 정식 배포
-
10
공정위, 이통 3사 담합 과징금 1140억 부과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