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아 본 벤처 2001>(상)벤처생태계 급변

 <글싣는 순서>

 1. 벤처생태계 급변

 2. 벤처, 더이상 물러설 수 없다.

 3. 이젠 선택과 집중이다.

 

 올해는 본격적인 벤처 태동 시점이라 할 지난 98년 이후 벤처생태계 최대의 위기를 겪은 한해였다.

 세계 IT경기의 침체 여파로 지난 7월 이후 급격한 수출감소세가 이어졌고 수출부진은 9·11테러사태 이후 그 속도를 더해갔다. 벤처는 지난 1년간의 침체 여파로 더욱 빨리 심연으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경기침체보다도 더욱 빨랐던 것이 2001년 벤처생태계의 붕괴속도였다.

 벤처의 젖줄이라 할 민간 벤처캐피털들은 수출전선의 하강곡선이 생겨나기 전에 이미 수유를 포기해 사실상 벤처육성 포기를 선언했다.

 시중의 벤처캐피털리스트들도 “지난 4월 이후 거의 모든 민간캐피털들이 투자를 중단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말로 이를 인정한다. 그러나 자금난 또한 벤처엔 알려지지 않은 채 몇달후 벤처생태계에 파급을 가져온 후에야 인식된다.

 4월은 2000년 이후 이윤을 못내며 비틀거리던 닷컴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마음이 완전히 돌아선 ‘잔인한 달’이었다. 이어 일부 벤처기업만 겪던 돈가뭄도 이때쯤 벤처업계 전체로 서서히 확산됐다.

 하반기들면서 금싸라기였던 오피스텔들의 가격이 최고 50%까지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다 벤처들의 테헤란밸리 이탈현상까지 나타났다.

 벤처밸리의 중심이 성동밸리, 홍릉밸리, 키콕스빌딩, 성남·분당 등으로 분산되면서 다극화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 즈음 자금난속의 일부 벤처 사장들은 사채를 쓰고도 고리의 원리금을 갚지 못해 회사를 처분하거나 신용불량자가 되는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상반기 이후 이어져온 벤처기업과 코스닥의 하강은 한해가 저물기까지 회복을 몰랐다.

 민간 벤처캐피털들의 투자 기피는 올 벤처생태계를 위협한 최대 요인 중 하나였다. 보다 근본적 원인은 이미 지난해부터 벤처업계 내부에 잠복해 있었다. 벤처의 CFO 등이 회사의 실적 불리기를 통해 증시상장에만 주력하고, 이후 회사경영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 한탕주의도 마지막까지 반짝했다.

 그마저 경기불황에 사그라들었고, 이른바 ‘무늬만 벤처’인 기업들이 사라진 것도 하반기로 넘어가기 직전의 일이었다.

 이후 폐업하는 업체가 속출하면서 최악의 위기감에 빠진 벤처생태계는 정현준·이용호 게이트에 이은 진승현·윤태식 게이트를 맞았다.

 벤처생태계의 위기속에서 일부 벤처인의 국가 전체를 흔드는 모럴해저드의 부작용은 가뜩이나 위축된 벤처인들의 어깨를 더욱 처지게 했다.

 벤처인들에게 올 한해는 경기하강속도를 훨씬 앞지르는 매출부진·침체, 자금줄의 고갈과 정부의 미온적 대응, 그리고 벤처인들의 정·벤처 유착관계 의혹 등으로 기억되는, 그래서 마지막까지 숨죽이며 지켜봐야 했던 그런 한해였다.

 2001년은 정부의 벤처정책에 따른 1만개 벤처가 등록된 자랑스런 한해이기도 했지만 벤처들에는 가장 혹독한 한해였다. 불경기를 맞아 경영난속에 자금줄이 막히고 벤처기업가정신조차 손가락질 당한 한해였다. 정부가 나서서 이른바 모험기업이라는 벤처의 어려움을 해소시켜 주기 위해 ‘투자자손실보전제도’를 제안할 정도로 어려움의 골이 깊었던 한해였다.

 <이재구기자 jklee@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