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과학계는 물론 인류 역사의 중요한 페이지를 장식한 일은 바로 인간게놈지도의 완성이다.
미국·영국 등 6개국 국제컨소시엄인 인간게놈프로젝트(HGP)와 미국의 바이오벤처 셀레라지노믹스는 지난 2월 23쌍의 인간 DNA 염기 서열을 모두 밝혀내고 게놈지도를 완성했다고 공식발표했다. 연구팀은 발표를 통해 지금까지 10만여개로 추정되던 인간 유전자가 예상보다 훨씬 적은 2만6000∼4만개라고 발표하고 이들 유전자가 매우 복잡한 상호작용을 일으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인간게놈프로젝트를 통해 인류는 한 가지 유전자가 한 가지 질병만을 유발하는 것이 아니며 환경적 요인이 유전자 코드만큼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HGP는 특히 인간 DNA를 무작위로 자른 다음 잘린 절편의 서열을 무조건 읽은 후 그림 조각을 맞추듯 서열을 끼워 맞추는 방법을 사용해 본래 기한보다 4년을 앞당겼다.
셀레라지노믹스는 슈퍼컴퓨터의 등장과 퍼킨엘머라는 회사에서 개발한 자동DNA서열분석기를 통해 인간염기서열의 신비를 밝혀내면서 정보기술과 생명기술 융합의 중요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게놈프로젝트의 완성으로 우리는 인간 유전자를 암호화하고 있는 30억개의 염기서열로 만들어진 긴 DNA서열에 대해 알게 됐다. 이를 이용해 연구진은 이들 중 어느 부분이 유전자를 암호화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게 됐다. 또 DNA서열에 들어 있는 유전자에 대한 기능 분석은 물론 유전자간 상호연관성을 알아낼 수 있는 토대를 구축, 불치병 정복에 한 단계 더 다가섰다.
인류는 암과 같은 각종 질병의 퇴치는 물론 대머리·비만 같은 것도 조기에 치료할 수 있을 것이며, 개개인은 자신의 장기가 손상됐을 때에 대비해 개인에게 맞는 장기를 인공적으로 만들어 놓을 수 있게 된다.
현재 전세계 생명공학자들은 게놈프로젝트를 통해 유전자를 구성하고 있는 단백질의 기능을 알아내는 포스트게놈 연구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또 개인마다 나타나는 단일염기서열변이(SNP)를 찾아내 맞춤의약을 실현하는 데 연구와 투자를 아끼지 않는 등 전세계는 HGP 이후 생명공학 연구의 절정기를 맞고 있다.
한편 인간게놈프로젝트 완성 후 인간배아 복제를 비롯한 생명윤리적 문제가 크게 대두되는 등 생명의 존엄성과 과학적 발견을 둘러싼 논쟁이 가열된 한해였다. 정부가 인간배아 복제를 금지하는 생명윤리기본법을 추진하면서 생명과학자와 종교·시민단체간 팽팽한 긴장감이 형성됐다. 생명과학자들은 암·알츠하이머·파킨슨병 등 현대의학이 해결하지 못한 각종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만능세포로 알려진 줄기세포를 연구하기 위해서는 배아 복제를 반드시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시민·종교단체는 환자의 치료를 목적으로 한다 할지라도 엄연한 생명인 배아를 파괴하는 행위는 허용될 수 없다며 배아 복제는 물론 배아연구조차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처럼 논란이 가중됨에 따라 당초 올해 안에 상정될 예정이던 생명윤리기본법은 내년으로 연기됐다. 생명윤리기본법은 현재 과학기술부와 보건복지부 등 2개 부처가 주도적으로 법안을 마련하고 있으나 과학자나 윤리학자 등 모든 사람이 최대한 인정할 수 있는 법을 제정하기 위해 서두르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난 11월 미국 생명공학기업인 어드밴스트셀테크놀로지(ACT)가 인간배아의 복제에 성공했다고 발표하면서 수그러들 듯하던 배아 복제 논쟁이 다시 불거졌다. ACT의 인간배아 복제 성공 소식은 각종 난치병 치료에 획기적인 돌파구가 되겠지만 인간 복제에 한발 더 다가섰다는 점에서 ‘윤리냐, 과학이냐’를 두고 논쟁을 격화시키는 촉매제가 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배아 복제에 대한 법적 방침을 세우지 않을 경우 무분별한 배아 복제는 물론 향후 황금의 알이 될 줄기세포 연구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내년에는 반드시 생명윤리기본법을 만들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앞으로 논란이 더욱 가열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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