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후 한국의 경제력은 어느 정도일까.’
지난해 영국의 컨설팅업체인 유로-아시아비즈니스컨설팅사(EABC)는 한국이 오는 2025년에는 인구 8000만명의 통일국가로 세계 7, 8위의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의 전문기관들도 북한이 체제전환과 경제개발을 성공적으로 이루게 될 경우 통일한국은 세계적인 경제대국으로 부상할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한국은 현재 △세계 최대의 D램 반도체 생산국 △세계 1위의 조선국 △세계 5위의 자동차 생산국 △세계 2위의 철강회사 보유 △세계 4위의 인터넷 도메인 수 △아시아 최고의 휴대전화 보유율 △세계 최고의 광대역통신 사용률 등의 기록을 갖고 있다.
이에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각종 경제적 이점을 통합한다면 통일한국으로서 충분히 가능한 전망이라 보여진다. 이를 위해서는 남한의 기술·자본과 북한의 노동력·자원 등을 효율적으로 재배치, ‘1+1은 3 이상’의 효과를 올릴 수 있는 경제통합을 이뤄야 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산학연 공동으로 연구해 발표한 통일한국의 산업지도에 따르면, 남한은 반도체와 컴퓨터를 중심으로 한 전기전자산업을 중점적으로 육성해야 하며 북한은 가전과 사무용 제품 등 기술집약적 경공업이나 부분적인 중공업 분야를 육성해야 한다고 전망했다.
북한의 산업입지로 가장 탁월한 평양지역에는 음식료품·섬유·봉제의복·신발·유리·시멘트·철강금속·전기전자 산업이 배치되며, 동해안지구에서는 청진의 경우 금속산업과 자동차·전기전자 등의 제조업을 배치하고, 원산에는 장비기계와 컴퓨터기기·전기전자 등 첨단산업이 자리잡는다. 북한이 역점을 둔 김책공업지대는 펄프·종이제조업, 서해안의 안주공업지대에는 화학제품제조업, 자동차·트레일러제조업, 해주공업지대는 반도체를 포함한 전자·통신장비제조업과 정밀기계 등 첨단산업, 내륙인 강계공업지대는 펄프와 종이 제조업이 중심을 이루게 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통일한국의 인구가 7000만명을 넘어서는 등 규모의 국가가 되는 것을 지적할 수 있다. 그만큼 내수기반이 넓어지고 산업구조조정도 원활하게 추진할 수 있다.
특히 과거 중국·동남아 등으로 이전하던 전통적 제조업분야가 통일 이후에는 북한으로 이전하게 될 것이다. 남한에서는 지식·기술집약 산업 및 서비스 중심 경제가 되고, 북한은 전통적 제조업 기지로 발전하면서 고도성장을 이룰 수 있다.
또한 통일후 북한의 체제전환과 남북경제통합에 따른 통일한국 경제 전체의 성장잠재력이 크게 높아진다. 과거 동독이 서독과의 통합후 다른 동유럽국가에 비해 더 빠르게 체제전환과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것처럼 북한도 동독과 비슷한 전철을 밟는 것이다.
남한은 지난 80∼90년대 이후 중국·동남아 등지의 저임금 노동력을 통해 경제규모를 확대했듯이 비슷한 경제적 이익을 향유할 수 있다. 북한의 낮은 인건비를 통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한다면 세계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통일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득은 이밖에도 많다. 먼저 남북한과 일본간을 해저터널로 연결하고, 이어서 유럽까지 이어지는 ‘철의 실크로드’를 실현시킬 수 있다. 이미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이후 언급됐던 이 구상은 통일과 함께 본격화할 것이 확실시된다.
이 계획이 실현된다면 일본 도쿄에서 한일 해저터널을 통해 통일한국·중국·러시아·유럽으로 이어지는 고속철도노선이 개설된다. 육로로 한국에서 유럽까지 이틀이면 갈 수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한 운송비 절감액도 만만치 않다. 부산항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항을 연결해 시베리아횡단철도를 이용하는 환적화물의 경우 육상운송을 이용하면 해상운송보다 컨테이너당 1000달러 가량의 운송비를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봐 상당한 규모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부산항은 동북아 최대 환적항으로 발전할 수 있다. 즉, 러시아 화물은 물론 시베리아횡단철도를 이용한 유럽과 미주간 물동량의 상당수를 부산항에서 처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아울러 현재 남과 북이 서로 지출하고 있는 막대한 군사비와 인력 감축을 통해 새로운 생산적 경제활동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정치·사회·문화적으로도 통일은 편익을 발생하는 것으로 상정할 수 있다. 즉, 장기적인 관점에서 통일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은 비용을 크게 초과한다고 할 수 있다.
사실 독일 통일 당시에는 동서독간 이질감과 경제적 격차, 그리고 천문학적인 통일비용 등에 따른 후유증 등으로 고생하던 독일이 통일 10년후인 2000년에는 경제대국으로서 발돋움한 것은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남북한의 경제성장 예측은 무엇보다도 통일한국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기반으로 한 단일체제로 통일될 것이란 전제를 기준으로 분석된 것이다. 물론 사회주의권이 붕괴됐고 남북간의 국력 격차가 이미 커져 있기 때문에 북한이 주도하는 통일방식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여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통일한국은 지리적·기술적·자원적으로 유리한 산업분야가 골고루 배치되면, 일본과 중국의 가운데 위치한 최적의 요충지로 전세계 경제대국을 위협할 가능성을 충분히 내재하고 있다.
북한은 저렴한 양질의 노동력을 보유해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어 남북한이 연결될 경우 한국내 많은 산업의 생명을 연장해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통일한국은 아시아대륙과 연결돼 해양과 대륙을 이어주는 아시아의 중심인 글로벌국가로 거듭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독일과 한국의 통일 10년후 비교>
독일 한국
경제성장률 서독:통일특수 이후 장기침체(10년간 평균성장률 1.8%), 동독:급격한 탈선업화 이후 고성장, 97년 이후 경기둔화 남한:경제의 역동성 유지, 북한:개방이 진전되고 남한이 사회간접자본 확충 지원시 민간투자 유입 가능
실업률 서독:실업률 통일전 두배로 급증, 동독:실질실업률 30%대의 대량실업 발생 남한:고용상황에 큰 변화 없음, 북한:고조적 실업 발생 가능
생산성(단위임금비율) 동독의 단위임금비용 서독 20% 상회 남북한간 단위임금비용 격차 해소
자료:LG경제연구원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유병수기자 bjorn@etnews.co.kr>
◆인터뷰: 임강택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연구실 연구위원
북한경제학을 전공한 통일연구원의 임강택 박사는 통일이 어떤 형태로 진행되느냐에 따라 차이를 보이겠지만, 통일은 남북한 양국에 경제적으로 큰 시너지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임 박사는 통일 직후의 독일과 마찬가지로 통일한국이 단기적으로는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겠지만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급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남북한의 경제규모를 비교한다면.
▲경제력 및 경제규모 모두 커다란 차이를 보이고 있다. 2000년 기준으로 북한의 경제성장률은 1.3%로 남한의 8.8%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북한의 경제규모도 남한의 약 27분의 1 정도며 규모차이는 매년 확대되고 있다.
―통일이 됐을 때 경제적 영향은.
▲통일이 어떤 형태로 진행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경제적으로 많은 시너지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 중에는 소비시장이 커짐에 따른 규모의 경제를 형성한다는 것을 꼽을 수 있다. 또한 섬유·신발 등 남한의 사양산업이 북한에서 저임금을 바탕으로 다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이밖에 육지를 통해 중국·러시아 등과 닿을 수 있다는 것도 물류비용 절감 등의 차원에서 커다란 이득이라고 할 수 있다.
―경제적으로 남북한이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은.
▲북한지역에 투자를 많이 해야 한다. 현재 북한은 사용가치가 있는 산업시설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황무지에 비교될 수 있다. 특히 북한에 부존자원이 많다고 알고 있지만 사실은 유용한 자원은 거의 없다. 따라서 먼저 현지투자를 통해 북한에 산업을 일으켜야 한다.
―통일후 경제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은.
▲서독과 동독의 통일에서 좋은 사례를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통일후 독일은 수년간 경제성장률 저하를 경험했다. 특히 서독은 시민이 세금을 더 많이 부담해야 하는 문제때문에 불만을 토로했으며 동독도 실업문제와 서독과의 경제적 격차에 따른 이질감으로 문제점을 많이 낳았다. 남북한도 경제적 격차가 동서독에 비해 더 크기 때문에 이런 문제점들이 심각하게 대두될 것이다.
―이런 문제점들을 제거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은.
▲통일 직후 일정기간 자본이동은 허용하더라도 국경을 존속시킬 필요가 있다. 즉 경제적인 측면에서 일정기간 분리를 통해 남북한간의 경제적 격차를 줄여 나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북한에 자본주의를 인식시키는 것도 절실히 요구된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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