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급락세가 그칠 줄 모르고 있다.
달러당 120엔 안팎을 유지하던 엔·달러 환율이 지난 17일 도쿄시장에서 한때 128엔을 돌파한 데 이어 18일 오전 현재도 128엔을 육박, 연내 또는 내년초 130엔 돌파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지난 7일 일본의 3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0.5% 떨어졌다는 일본 정부의 발표와 함께 시작된 엔저현상은 향후 지속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관련기관과 업계는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엔저현상이 우리 수출경쟁력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엔저현상, 왜 생기나=최근 일본은 자국 경제성장률이 2, 3분기 연속 감소세에 있다. 여기에 국가신용등급 하향조정, 사상 최고의 실업률 등의 악재가 맞물리면서 일본 정부로서는 엔화가치 절하를 통한 자국의 수출 진작외에는 별다른 경기부양책이 없는 상황이다. 특히 일본경제에 대한 세계 시각이 비관적으로 굳어지면서 외환시장에서 엔화 매도 움직임이 커진 것도 한몫하고 있다.
지난 14일에 이어 17일에도 하루히코 구로다 일본 재무성 국제담당 차관은 “그동안 엔화가치는 지나치게 높은 수준에 있었다”며 “따라서 시장이 엔화가치를 자연스레 떨어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의 엔저현상은 극히 바람직하며 당국이 개입할 용의가 없다는 말로 해석된다.
◇국내경제의 파장=엔화약세는 우선 수출에 악재로 작용할 우려가 높다. 우리나라 수출제품의 70% 가량이 해외시장서 일본제품과 경합을 벌이는 상황에서 엔저현상은 일제 수출제품에 상대적 가격경쟁력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현재 일선 수출업체들이 생각하는 적정 엔화환율은 100엔당 1073원 안팎. 하지만 최근 엔화환율이 1010원까지 떨어지면서 수출전선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전통적 방어선인 100엔당 1000원선의 붕괴도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국은행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엔·달러 환율이 10% 상승할 때 일본제품과 경쟁관계인 국내 제품의 수출경쟁력 유지를 위해 반도체는 4.57%, 정보통신기기는 2.85%, 가전제품은 0.19%씩의 수출단가 하락이 불가피하다. 한국자동차연구소에 따르면 달러기준으로 엔화가치가 1% 하락시 한국 자동차 수출은 0.42% 감소한다.
◇향후 전망과 대책=엔저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관된 분석이다.
김우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엔저 외에는 별다른 선택이 없는 일본과, 일본 경기침체로 인해 전세계 경제에 금융위기가 재발할 것을 염려하는 미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고 있어 엔화약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과의 무역경쟁을 위해 일본은 엔화약세를 더욱 지속시킬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현재 우리 정부는 이같은 엔저현상을 좀더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하지만 최근 외국인 주식자금의 급증으로 인해 원화환율이 크게 하락하고 있어 우리 업체의 수출경쟁력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따라서 원화환율이 너무 급격하게 변하는 경우 정부가 어느 정도 시장에 개입, 시장참여자들을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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