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IT산업 총결산](6)SW

 올해 소프트웨어(SW)시장은 전반적인 IT경기 침체 가운데서도 비교적 타격을 덜 받으며 완만한 성장세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SW산업 성장률을 집계하기는 힘들지만 SW산업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데이터베이스(DB), 미들웨어, 그룹웨어, ERP, 시스템관리소프트웨어(SMS), 패키지SW 등 주요 분야만을 살펴보면 적게는 10%, 많게는 50% 이상의 성장을 이룬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시스템SW 분야=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를 형성하고 있는 DB시장은 이미 성숙기를 지나 포화기로 접어들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예년과 비슷한 수준에 만족해야 했다. 오라클 등 대부분의 업체들이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10% 안팎의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국산 DB업체인 한국컴퓨터통신만이 해외 사업의 호조에 따라 40% 가량의 매출 증가를 보였다. 특히 올해는 IBM이 인포믹스를 인수하면서 DB시장의 다크호스로 등장했으나 시너지효과 여부는 내년에나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반해 웹애플리케이션서버(WAS)로 불리는 미들웨어시장은 올해 높은 성장을 기록했다. 지난해 300억원선이었던 시장규모 역시 올해 50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추산돼 70% 가량의 성장을 이룬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들웨어 종류 가운데 하나였던 WAS는 올해 TP모니터 등 기존 제품군을 밀어내고 미들웨어시장의 주력제품으로 부상했다. 이 시장에는 선두 BEA를 중심으로 IBM, 오라클, 선아이플래넷, HP 등 다국적 IT업체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으며 티맥스소프트, 쉬프트정보통신 등 국내 업체들의 활약도 두드러지고 있다.

 이와 함께 스토리지 및 재해복구 솔루션 분야도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데이터 용량 급증으로 최근 1∼2년동안 많은 스토리지 장비를 구입해온 국내 기업들이 올해부터 관리 문제를 고민하기 시작한데다 여기에 9·11 미국테러가 겹치면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베리타스, 한국CA 등 관련업체 역시 70∼100% 가량의 매출 증가를 이루는 등 올해 스토리지관리 SW시장은 6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SMS를 비롯한 IT관리 솔루션 시장도 업체별로 30∼50% 가량의 성장을 이루면서 선전했다. 경기침체로 과도한 하드웨어(HW) 투자를 진행하기 부담스러운 상황이 오히려 IT관리 솔루션 업계에서는 상대적인 호재로 작용했다. 특히 이 가운데 웹사이트 성능관리, DB 성능관리, 애플리케이션 성능관리 등 장애보다는 성능에 초점을 둔 관리 요구가 본격화된 것이 올해 IT관리 시장의 특징이다.

 개발툴 분야는 자바, 웹서비스, 컴포넌트, SW개발 프로세스 개념의 개발환경이 인기를 끌었으며 특히 상반기에는 SW불법복제 단속 특수로 인한 매출 효과를 얻은 업체들도 많이 나왔다. 이밖에 리포팅 툴 역시 대학 학사관리시스템 등 다양한 수요처를 공략하면서 예상외로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기업용 애플리케이션 SW=기업용 애플리케이션 SW시장은 분야마다 차이는 있지만 역시 경기침체에 비해서는 비교적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기간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선결돼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해진 데다 정부 공공기관의 수요 진작책이 시장확대를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분야별, 업체별로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40% 가량 성장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룹웨어 시장은 전자정부를 구현하는 핵심 인프라로 지자체와 정부 기관의 수요가 증폭되면서 제 2의 전성기를 맞았다. 정부 공공기관의 특성상, 상반기에는 시장이 다소 위축됐지만 하반기 들면서 업그레이드 및 시스템 확장 수요가 일어나 나눔기술·핸디소프트는 전년보다 평균 20% 이상 매출이 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는 지식관리시스템(KMS) 및 전자문서관리시스템(EDMS) 도입도 본격화됐다. 기존에 그룹웨어를 사용중인 정부 공공기관 및 기업의 경우 기존 시스템에 대한 통합 및 확장 차원에서 KM/EDMS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이 여파로 KM/EDMS 업체간에 합종연횡이 뚜렷해진 것도 올해 특징 중 하나다.

 전사적자원관리(ERP)는 올해 정부가 추진한 ‘3만개 중소기업 IT화 지원사업’으로 중소기업에까지 저변이 확대된 것이 특징. ERP 가격하락, 부실화 등의 후유증을 낳기도 했지만 중기 정보화에 일정한 기여를 했으며 시장의 수요맥을 이어나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이와 함께 ERP 외곽지역이었던 정부 공공기관 및 금융권에서도 ERP 도입이 활발해지는 원년으로 기록될 만하다. 정통부, 한국마사회, KBS한국방송, 한국수력원자력, 대한투자신탁, 삼성생명 등에서 ERP를 도입했다.

 올해 가장 재미를 못본 시장은 고객관계관리(CRM)분야. 정확한 투자대비효과(ROI)가 산출되기 어려운 데다 참조사례 부족, 공급업체 난립 등으로 인해 당초 기대치보다 성장세가 밑돌았다. 공급망관리(SCM) 역시 대기업의 투자 위축으로 난항을 겪었다. 하지만 CRM이나 SCM 모두 기업의 경쟁력 강화 수단이라는 인식이 정착하고 있는 만큼 내년에는 시장이 다소 확장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한편 올해는 기업정보포털(EIP)이나 콘텐츠관리솔루션(CMS) 등 새로운 개념들이 선보이면서 ‘경영정보 솔루션의 춘추전국시대’를 맞았다. 기업내 정보시스템들이 복잡 다양해지고, 고객의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이같은 개념이 등장하고 있으며 내년부터는 실제 수요가 고개를 들 것으로 점쳐진다.

 ◇패키지SW·리눅스=1∼2년 전과 같은 큰 폭의 성장은 아니지만 정품 사용 비율이 늘면서 올해도 패키지SW시장은 30% 가량 성장한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는 물론 올초 실시한 SW불법복제 단속 특수가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하반기 접어들면서 실적 감소를 겪은 업체들도 많아 내년 전망을 불투명하게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 가운데 사무용 프로그램 시장이 상대적으로 위축된 반면 백신SW나 멀티미디어 제작 프로그램 분야는 시장 규모가 크게 늘었다. 특히 세계 전역에서 출몰한 악성 바이러스 때문에 백신 업체의 경우 대부분 50∼100%의 성장을 일궈냈다.

 리눅스는 한마디로 실속보다 명분을 얻은 한해라고 말할 수 있다. 올해 리눅스분야는 초기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30% 미만의 약성장세를 보였다. 지난 몇 년간 해마다 3∼4배의 성장을 이뤄온 것과는 사뭇 대조적인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새로운 사업방향 모색이 부진한 데다 닷컴기업의 거품이 빠지면서 리눅스 수요에 직접적인 타격이 있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다만 대한항공, 포스코, 두루넷 등에서 리눅스를 도입, 리눅스산업의 핵심과제인 엔터프라이즈 시장 진입이 시작됐다는 점에서 내년 시장 전망이 밝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

(설명)별도박스처리

 올해 국내 시스템통합(SI) 시장은 전반적인 IT경기 침체로 성장률이 크게 둔화됐다.

 이는 국내외 IT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공공 및 민간부문 정보화 투자가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SDS, LGEDS시스템, SKC&C, 쌍용정보통신 등 국내 상위권 SI업체들도 올해 프로젝트 수주액이 전년도에 비해 크게 줄었다. 중견 SI업체들의 경우도 몇몇 업체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공공 부문에서는 지능형교통시스템(ITS), 시군구행정정보화(G4C), 국방SI(C4I), 교육행정정보화, 문화예술DB구축, 고속철도통신장비설치, 양방향전력거래시스템, 한국디지털위성방송(KDB) 등과 같은 대형 정보화사업들이 간혹 발주되기는 했으나 계속된 프로젝트 기근현상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에 따라 올해 국내 SI시장 성장률은 과거의 30∼40%대 수준보다 훨씬 낮은 10%선으로 전체 시장 규모는 7조원대 정도로 추정된다. 국내 SI시장의 쾌속 성장에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특히 올해의 프로젝트 수주 실적 부진은 대부분의 대형 SI프로젝트가 2∼3년에 걸쳐 추진되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보다는 내년도 SI업계 매출성장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베네수엘라 전자주민증사업 등 해외 프로젝트 수주도 크게 차질을 빚으며 SI업계의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켰다. 대부분의 SI업체들이 올해를 IT프로젝트 수출의 원년으로 선언하고 세계 무대에 뛰어들었으나 동남아 지역의 일부 프로젝트를 제외하면 실제 성적표는 초라하기만 하다.

 특히 올들어 계속된 프로젝트 기근현상은 SI업체간 생존경쟁으로까지 이어지면서 대형업체와 중견업체간 영업 경계가 사라졌다. SI업체간 인수합병설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조만간 국내 SI시장 전체 구도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내 SI업체들은 이처럼 고전을 면치 못한 데 반해 금융 및 제조분야를 중심으로 한 외국계 IT 및 컨설팅업체의 시장 침투는 더욱 가속화됐다. 이는 전형적인 국내수구형(captive) 마켓으로 인정받던 국내 SI산업에 대형 및 중소 업체는 물론, 외국기업들까지 가세한 무한경쟁의 시대가 오고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국내 SI업체들 대부분이 매출·순이익 등 양적인 성장에만 치중하던 과거의 관행에서 탈피, 내부역량 강화를 통해 프로젝트 수행 능력을 제고하고 미래 수익사업을 준비하는 쪽으로 중장기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이같은 SI업계 내부적인 변화 움직임과 함께 올해는 전체 SW산업 환경을 개선하려는 다양한 노력들이 시도됐다. 특히 국내 SW시장에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계약관행을 정착시키고 이를 통해 전체 SW산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관련 법·제도의 보완 및 개선안이 마련된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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