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02년 한·일 월드컵은 신기술의 경연장일 뿐 아니라 신기술을 적용하는 한·일 혹은 자국 내 업체들간 자존심 싸움의 장이기도 하다.
이미 3세대 이동통신 상용화 서비스에 들어간 일본 NTT도코모보다 고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국내 이동통신 3사와 함께 월드컵을 통해 IMT2000 가능성을 타진하는 KT아이컴의 대결이 볼 만하며 이들 업체를 대리인으로 내세운 무선인터넷 플랫폼 업체들의 경쟁도 불붙었다.
무선랜과 디지털방송 분야에서도 정부가 발벗고 나서서 적극 지원하는 일본을 따라잡기 위한 표준 제정과 서비스 활성화 노력이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 이밖에 게임·영화·애니메이션·캐릭터 업체들이 월드컵을 계기로 세계 문화콘텐츠 시장 정복을 노리고 있다.
<차세대 이동통신>
지난해 세계 최초로 3세대이동통신 서비스(FOMA)를 시작한 일본의 NTT도코모가 월드컵 대회 기간 동안 더욱 발전된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이동통신업체들도 상용화 서비스를 서두르고 있다.
KTF·SK텔레콤·LG텔레콤은 올 상반기 중 CDMA2000 1x EV-DO 시범서비스를 시작으로 월드컵 기간 중 본격적인 상용서비스를 개시한다는 전략이다. 이들 업체는 GSM-CDMA간 인바운드 국제로밍서비스, 월드컵 관련 동영상 서비스 등을 준비중이다.
2002 한·일 월드컵 공식이동통신인 KTF는 자사의 유무선 포털인 매직엔에 축구응원사이트를 개설해 온오프라인상에서 월드컵 열기를 뜨겁게 달군다.
SK텔레콤은 일본 KDDI와 자동로밍 계약을 통해 양국에서 동일번호로 사용할 수 있는 듀얼단말기를 출시하고 IC칩을 내장한 모바일카드 기능 단말기를 출시, 전자상거래를 활성화시킨다는 전략이다.
LG텔레콤은 공항에 비치된 휴대전화와 PDA 수량을 대폭 늘려 ‘월드컵 관광객 전용 렌털서비스’를 계획하고 있으며 현대·기아자동차와 공동으로 차량용 종합정보솔루션인 텔레매틱스의 시범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다.
한편 KT아이컴은 월드컵 기간 중 서울·수원 등 월드컵 경기가 열리는 10개 경기장 주변과 분당에서 국내 최초로 비동기식 IMT2000(WCDMA) 시험서비스를 제공한다.
KT아이컴은 개막 당일, 서울 상암동 경기장과 일본 내 지역에서 KT아이컴과 NTT도코모간 3G단말기를 통한 양국 VIP간 국제 영상통화를 가질 예정이며 서울과 부산 등 주요지역에서는 일본의 3세대 이동전화 사업자인 J폰과의 글로벌로밍 서비스 시연도 할 계획이다.
<정진영기자 jychung@etnews.co.kr>
<무선인터넷 플랫폼>
무선인터넷 기반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욕구가 커지면서 각 이동통신회사들은 좀 더 우수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무선인터넷 플랫폼으로 무장하고 소비자 공략에 나섰다.
지난해 퀄컴의 브루를 기반으로 한 매직엔 멀티팩 서비스를 시작한 KTF는 애플리케이션 다운로드 기능으로 진정한 ‘개인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KTF는 멀티팩 서비스의 확산을 위해 5000명의 서비스 체험단을 선정, 단말기와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했으며 올해에는 보다 다양한 콘텐츠 개발을 위해 콘텐츠 업체들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은 국내 벤처업체와 공동개발한 자바기반의 GVM과 SK-VM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중이다. SK텔레콤은 현재 국내 시장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는 GVM 솔루션을 계속 발전시키고 솔루션 수출에도 주력한다는 전략이다.
LG텔레콤의 자바 플랫폼인 KVM의 경우 지난 2000년부터 상용화된 이후 축적된 노하우가 강점이다. 자체 개발한 ‘자바스테이션’을 통해 신개념의 게임과 뛰어난 보안성을 바탕으로 한 온라인 전자상거래 서비스를 제공중인 LG텔레콤은 앞으로 자바의 호환성을 활용해 가전제품 및 PDA 등과의 솔루션 접목과 함께 해외수출도 노리고 있다.
최초의 IMT2000 서비스를 준비중인 KT아이컴도 ‘유무선 통합 포털서비스 플랫폼 구축 프로젝트’를 통해 1차 예비사업자로 IBM과 오라클을 선정하는 등 발빠른 준비에 들어갔다.
KT아이컴은 올해 초 두 곳 중 하나를 주사업자로 선정, 상반기 안에 IMT2000 기반의 유무선 통합 포털서비스 플랫폼을 구축할 방침이다.
<정진영기자 jychung@etnews.co.kr>
<무선랜>
현재 무선랜 기술이 가장 발달된 나라는 역시 미국과 일본이다. 특히 월드컵 공동 개최국인 일본은 일본 내 전경기장에 무선랜을 연결한 통신시스템을 도입해 전체 경기 진행상황, 개별적인 득점현황, 경기스케줄 등 주요 정보를 누구나 즉각적이고 편리하게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일본은 현재 기업보다는 홈네트워크 용도로 무선랜이 대중화, 가정 내에서 인터넷에 접속하는 방식으로 자리를 잡았다. NTT를 비롯한 일본 초고속인터넷사업자들은 ISDN서비스가입자에 무선랜을 부가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다.
2Mbps 무선랜 규격이 마련된 지난 94년부터 형성되기 시작한 무선랜 시장은 99년 5배 이상 전송속도를 향상시킨 11Mbps급 IEEE802.11b 규격이 국제 표준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수요가 증가하기 시작해 대중화의 길로 접어들었다. 미국과 일본이 이미 상용화에 접어든 만큼 한국 정부는 무선랜 활성화를 위해 서비스를 실시하는 사업자간 간섭을 최소화하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또 무선랜 표준 프로토콜인 IEEE802.11b 이외에 다양한 프로토콜이 국제기구에서 잇달아 제안되고 있어 무선랜이 더욱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응용 영역을 발굴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초고속 무선접속망(5㎓) 주파수는 오는 2003년 WRC회의에서 주파수 대역이 최종 확정될 예정이며, 이를 앞두고 무선통신 선진국에서는 관련 주파수 분배 할당 방안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한국 역시 이에 대한 발빠른 대처가 필요함은 당연하다. 5㎓ 대역은 우선 적응형 변복조 및 TDD 기술로 주파수 효율을 증가시킬 필요가 있으며 기존의 1차 업무와의 공존 기술 개발이 필수 과제다. 주파수 분배 방안은 국제 권고(WRC-2003)를 준수하되 이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외 주파수 할당에 맞는 기술 개발이 필연적이다. 따라서 정부는 국내 환경에 맞는 주파수 기술 기준을 제시하고 공정한 주파수 허가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유병수기자 bjorn@etnews.co.kr>
<디지털 방송>
SBS에 이어 KBS가 디지털 본방송을 시작함에 따라 국내에도 본격적인 디지털방송 시대가 열리게 됐다. 디지털방송은 이번 월드컵 행사를 거쳐 2003년 6대 광역시, 2005년 전국으로 시청권이 확대될 예정이다.
월드컵 공동 개최국 일본 역시 이번 월드컵에 고선명(HD)TV 방송 시스템을 본격 운영하는 동시에 디지털 위성방송을 통해 일본 내는 물론 한국에서 벌어지는 경기도 소화할 방침이다. 특히 일본 정부는 월드컵 중계를 위해 NHK·NTT·소니 등 6개 업체와 공동으로 전송속도 155Mbps의 초고속 위성통신 시스템 개발을 추진중이다.
디지털TV 분야에서 세계 최고 자리를 겨루고 있는 한국과 일본은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디지털방송을 대중화하고 더 나아가 관련 서비스와 디지털TV에 대한 주도권 싸움에 뛰어들 전망이다.
디지털방송은 방송콘텐츠·서비스·홈쇼핑 등 관련 산업에 미치는 효과가 엄청나다. 디지털TV 세트의 세계시장만 해도 앞으로 수년간 연평균 90% 이상 고속 성장해 2005년께면 무려 278억달러 규모를 넘어설 전망이다. 따라서 양국이 이번 월드컵에 디지털 방송을 성공적으로 시행하고, 전세계 시청자에게 미치는 영향에 따라 디지털TV뿐 아니라 모든 관련 분야에서 향후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시점에서 국내는 여전히 디지털방송 활성화에 장애요소가 되는 시급한 과제가 산적해 있다. 향후 10년간 지상파방송사들이 기존의 아날로그 장비를 디지털로 전환하는 데 드는 비용만 2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돼 자금확보가 가장 큰 과제로 지적된다. 또 지금까지 방송사와 정부간 일고 있는 디지털TV 방송방식에 대한 논쟁도 변수다. 최근 MBC가 현장 비교시험 결과 고정수신 및 이동수신 부문에서 유럽식인 DVB 방식이 정부가 채택한 미국의 ATSC방식보다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디지털 지상파 방송방식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보통신부는 MBC의 비교시험 결과 발표가 있은 직후 현재의 미국식 방식은 기술적인 측면뿐 아니라 서비스·산업경제적 측면을 종합적으로 비교 검토해 결정된 것이라며, 미국식 방식을 고수한다는 방침을 다시한번 확인해 여전히 논쟁의 불이 꺼지지 않은 상태다.
<유병수기자 bjorn@etnews.co.kr>
<콘텐츠>
‘월드컵을 계기로 세계 문화콘텐츠 시장을 정복한다.’
‘문화월드컵’이라는 모토를 세운 이번 2002월드컵에 게임·영화·애니메이션·캐릭터 등 문화콘텐츠업계는 월드컵 특수로 해외시장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상당수 업체는 이런 방침을 세우고 외국 정서에 맞는 제품개발과 해외마케팅 인력확보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다 정부가 문화콘텐츠 진흥에 적극 나서고 있어 우리 업계는 월드컵을 새로운 도약의 시기로 삼고 있다.
가장 강력한 수출 드라이브를 거는 분야는 게임. 이 가운데 아케이드 게임업계는 뛰어난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세계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일본을 앞지른다는 방침을 세우고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또 세계 최고로 평가받고 있는 국내 온라인 게임업계도 세계적인 전용선 인프라 확산을 적극 활용,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연평균 25%의 고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비디오 게임산업에도 진출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상당수 게임개발사들은 마이크로소프트·소니 등 비디오 게임기 메이커로부터 게임 개발권의 획득에 나서고 있다. 또한 개발인력을 하드웨어적인 시스템 아키텍처에 대한 이해력과 높은 수준의 3D기반 기술을 소화하는 등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영화산업도 지난해 국내에서의 비약적인 성공을 바탕으로 세계시장 석권에 나설 채비다.
해외에서 영화관련 전문교육을 받은 우수한 인재풀이 국내 영화산업에 뛰어 들고 있으며 특히 대규모 자금이 충무로로 유입되는 등 날로 인프라가 건실해져 월드컵은 국내 영화산업이 해외로 뻗어 나갈 수 있는 좋은 자리가 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이밖에 애니메이션, 캐릭터 업계는 월드컵을 겨냥한 상품을 대거 쏟아내며 해외시장의 주도권 확보에 나설 방침이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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