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벤처기업인들의 송년모임에서 있은 일이다.
인터넷에서 패션명품을 판매하는 닷컴기업 A사의 경영자를 만났다. 전반적인 경기불황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매출과 순익을 내고 있어서 그 자리에서 단연 부러움의 대상이 됐다. 미국 현지에서 유명 브랜드 상품을 구입해 한국 소비자에게 택배로 물건을 전달해주는 비교적 단순한 비즈니스지만 이런 방식을 이용해 쇼핑하는 국내 소비자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사업 전망이 낙관적이라는 설명도 들었다. 조만간 사업 확장을 위해 벤처캐피털로부터 펀딩을 추진할 계획이라는 이 회사 사장의 꿈도 여느 벤처기업과 다름없는 코스닥 입성에 있다.
코스닥시장에 이름을 올리는 일을 사업의 궁극적 목표라고 할 수는 없지만 코스닥이 가져다 주는 현실적 의미가 대단하기에 벤처기업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가슴 설레는 기업공개(IPO)의 꿈을 가져봄 직하다.
A사의 경우 사업모델이 단순하지만 수익성과 성장성이 어느 정도 확보돼 있으므로 적절한 성장전략을 갖춘다면 가까운 시일 내 코스닥에 도전해볼 만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정작 안타까운 일은 대부분의 벤처기업이 코스닥에서 제시하는 각종 기준에 대해 구체적인 이해나 계획 없이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코스닥의 평가지표를 고려해 사업의 성장단계별 계획과 실행전략을 수립한 뒤 하나 하나 이뤄 가려는 생각을 가진 벤처기업이 뜻밖에도 드문 게 현실이다.
기업 환경의 변화는 흐르는 물과 같고 그중에서도 자금시장은 가장 민감하게 변화하기 마련이다. 특히 벤처기업들에 있어 코스닥은 단순히 공개적인 자금시장의 역할을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업의 진입과 퇴출을 결정하는 중요한 시장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때문에 코스닥에서 요구하는 기준은 벤처기업의 코스닥 등록 여부를 가리는 소극적 역할에서 벗어나 사업초기부터 벤처기업으로서 갖춰야 할 제반 덕목을 가르치는 적극적 성장지침이라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글로벌 벤처를 꿈꾸는 IT기업이라면 나스닥에서 제시하는 진입 요건을 눈여겨 봐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자영업 개념의 제조업이나 일반적인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의 차이점이 자리잡고 있다.
코스닥시장의 진입 요건은 크게 계량적 요건과 질적 요건의 두 가지로 나뉜다.
계량적 요건은 업력·자본금 규모·부채비율·자본 상태·이익달성 여부·합병 등 조직 변경, 최대주주의 지분 변동 제한과 같은 것이다. 질적 요건은 재무자료의 신뢰성, 재무적 안정성, 관계사와의 위험 정도, 사업성, 대주주 등과의 거래부분, 기술력 검증 등의 항목을 들 수 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질적인 진입 요건이 더욱 까다로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기업의 투명성, 최고경영자(CEO)의 유능함과 자질 등 무형자산에 대한 본격적인 평가가 시작됐음을 방증하고 있다.
VoIP기술을 가진 B사는 통신장비기술의 특성으로 인해 경쟁사들이 대규모 자본금 불리기에 열중하는 동안 틈새시장에 집중하는 마켓 전략을 구사하면서 자본금은 상대적으로 적은 규모로 운영하는 ‘재무적 기지’를 발휘했다. 이 회사는 사업초기부터 철저히 코스닥 등록을 의식하면서 무리한 펀딩보다는 매출을 통한 현금흐름을 확보하고 이를 토대로 코스닥, 나아가서 글로벌 벤처의 꿈을 키우고 있는 중이다.
이제 코스닥 등록이 기업 활동의 종착역이 아니라 세계 시장으로 도약하기 위한 시발점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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