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용주의 영화읽기>민병진 감독의 이것이법이다

 올해 우리영화의 흥행열기를 모아 마지막으로 개봉되는 영화는 ‘토요일 오후 2시’ 이후 3년만에 작품을 선보이는 민병진 감독의 ‘이것이 법이다’. 이 영화는 ‘조폭같은’ 형사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조폭 마누라’의 히트로 재기에 성공한 신은경과 오랜만에 스크린에 얼굴을 내미는 김민종, 인터넷영화 ‘다찌마와리’의 인기를 등에 업고 처음으로 스크린에서 주역을 따낸 임원희 등 배우들의 입장에서도 이 영화는 또한번의 시험대가 될 만한 영화다.

 새로운 시추에이션에 코미디와 액션을 적당히 변주하며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우리영화의 흐름을 의식하며 ‘다른 노선’을 강조하고 싶었기 때문인지 이 영화는 ‘미스터리 액션’을 극의 콘셉트로 내세웠지만 코믹 액션물에 더 잘맞는 옷을 입고 있다.

 영화속에 등장하는 형사들은 몽둥이를 휘두르며 조폭보다 더한 기세로 범인들을 때려잡고 미스터리의 긴장감보다는 코미디의 웃음과 액션의 시원함이 한발 앞서 관객과 만난다.

 영화는 식상하지만 여전히 관객을 웃기는 힘을 나름대로 안전한 포석으로 두고 있는 셈이다.

 연쇄살인범 닥터 큐. 살인현장에 티롯카드를 남기고 인터넷으로 자신의 살해장면을 대담하게 공개하는 그를 쫓기 위해 경찰에서는 강력반과 특별수사반이 투입되나 이들의 서로 다른 수사방식은 초반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말보다 몽둥이가 앞서는 강력반의 수사팀은 봉 형사와 선배 하 형사. 반면 좀더 과학적인 수사력을 자랑하는 특별수사반은 미모의 컴퓨터 박사인 강 형사와 엘리트 출신의 표 형사가 합류한다.

 이들을 통솔하는 김 반장은 한때 자신의 동료가 사건에 연루돼 있음을 알고 점차 수사망을 좁혀간다.

 수사를 하면서 봉 형사는 미모의 강 형사에 대해 애정을 갖게 되고 강 형사는 도청장치를 발견, 내부에 공범이 있다는 의문을 갖는다.

 ‘이것이 법이다’는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형사의 시각에서 바라본 법의 맹점과 이에 대한 엄숙한 비판을 얘기하지만, 영화적 스타일도, 내러티브도 공감대를 울릴 만한 이렇다 할 특별한 매력을 갖지 못한다. 감독은 처음부터 힘을 빼고 관객에게 ‘유치해도 마음껏 웃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리고 그러한 서비스의 상당부분은 봉 형사 역할의 임원희와 그의 선배 하 형사 역을 맡은 중견배우 장항선의 선전에 힘입는다.

 라스트 신에서 최민수가 ‘열연’한 ‘조폭 마누라’의 흥행에 고무된 탓인지 ‘이것이 법이다’ 역시 적지 않은 카메오가 출연해 관객에게 즐거움을 제공한다.

 <영화평론가 yongjuu@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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