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통신서비스산업은 지난해에 이어 이동전화와 초고속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양적성장과 함께 전반적인 구조조정작업이 뜨거운 이슈로 부상했던 한해였다.
특히 음성에서 데이터통신으로의 통신서비스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는 향후 통신시장의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비춘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음성시장의 추락과 초고속인터넷의 부상=국내 통신시장의 변화는 지난 97년말을 정점으로 마이너스 또는 정체를 나타냈던 시내·시외·국제전화 등 음성통신시장에서 비롯되고 있다.
일반전화 가입자 수는 지난해말 2193만에서 지난 10월말 현재 2262만 가입자로 지난해 대비 3.2% 증가하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국내 최대사업자인 한국통신의 전화수익은 지난 9월말 현재 3조45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억원 감소한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동전화 통화의 급증에 따라 지난해까지 큰 폭의 성장세를 나타냈던 LM(일반전화에서 이동전화) 통화수익 역시 3분기 현재 2조1065억원으로 1% 감소한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일반전화에서 비롯되는 음성통신이 계속적으로 위축되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반면 초고속인터넷시장은 급팽창을 이어갔다. 49.6%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한국통신의 초고속인터넷 수익은 3분기말 현재 1조85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2% 성장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는 지난해 10월말 300만 가입자에서 지난 10월말 현재 726만 가입자로 두배이상 늘어났다.
그러나 연초 월평균 50만 이상 늘어나던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도 최근들어서는 20만대로 줄어들고 있어 국내 초고속인터넷시장도 한계성장치에 접어드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업계는 내년 중 1000만을 넘어서면서 소폭 증가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며 1200만 가입자를 정점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한국통신이나 하나로통신 등 초고속인터넷업계가 초고속인터넷부문에서의 국제적 지위를 등에 업고 최근 일본·중국·동남아 등 세계시장을 공략하고 있어 내년부터는 이를 통해 국내 초고속인터넷산업의 새로운 돌파구 확보가 가능할 것을 예측케 하고 있다.
◇변화를 시작하는 이동통신=고정통신시장이 패러다임 변화에 성공했다면 이동통신시장은 변화를 시작하는 단계를 나타내고 있다. 이동통신시장 역시 올해를 기점으로 한계성장치에 다다랐다는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
외관상 이동통신시장의 성장 역사는 계속되고 있다. 이동통신시장이 호황을 나타내고 있다는 사실은 가입자당 월평균 매출액(ARPU)의 성장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평균 3만6159원이던 이동전화사업자들의 ARPU는 지난 9월 현재 4만1794원으로 올들어 15.6%나 증가했다.
사업자별로는 지난 9월 SK텔레콤의 ARPU가 4만8308원으로 지난해 평균 ARPU 4만500원보다 8000원 가량 증가했으며 SK신세기통신은 4만4012원(9월)으로 3500원 가량 늘어났다.
KTF와 LG텔레콤의 지난 9월 ARPU는 각각 3만9876원과 3만4979원으로 지난해보다 각각 5000원과 1000원 가량 높아졌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무선인터넷 ARPU가 급증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SK텔레콤의 지난 9월 음성부문 ARPU는 지난해 대비 17% 증가에 그친 데 반해 같은 달 무선인터넷 ARPU는 2122원으로 지난해보다 67%나 증가했다.
KTF의 지난 9월 무선데이터 ARPU는 2040원으로 99.8% 증가했으며 전체 ARPU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9월 4.1%에서 지난 9월 6.8%로 뛰어올랐다.
이동전화사업자들의 무선인터넷 ARPU 증가는 3G서비스의 가능성을 점치게 한다는 점에서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다.
◇무선인터넷 경쟁=올해는 무선인터넷이 본궤도에 진입한 한해로 평가된다. 지난 상반기 이후 무선인터넷단말기가 급속도로 보급되면서 지난달에는 1700만명을 넘어섰다.
이동전화 3사는 올초부터 무선인터넷시장의 수위를 차지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SK텔레콤은 지난 5월 주문형비디오(VOD)단말기를 출시한 데 이어, m커머스를 위한 모네타카드 등을 선보였다. 또한 지난 9월부터는 유무선 통합 포털 서비스인 ‘네이트’를 통해 무선데이터시장을 공략중이다.
KTF도 지난달부터 다운로드가 가능한 ‘브루’ 플랫폼을 탑재한 단말기를 출시하고 본격적인 영업에 나선 상태. KTF는 내년에 이 서비스로 관련시장을 주도한다는 방침이다.
LG텔레콤도 올해 자바기반 무선인터넷서비스로 자사 무선인터넷을 풍부하게 해왔으며 자사 컬러LCD단말기인 C나인 보급 등을 통해 무선데이터시장을 넓혀 간다는 계획이다.
◇구조조정의 통신시장=올해 통신서비스시장은 사실 IMT2000을 축으로 한 통신시장 구조조정을 시작한 한해로 꼽힌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IMT2000 사업자 선정에서 SKIMT와 KT아이콤 등 두개사를 비동기식 사업자로 선정했다. 이때 비동기사업권을 신청했던 LG텔레콤과 동기사업권을 신청했던 하나로통신 컨소시엄은 고배를 마셨다.
이를 기화로 정부는 통신서비스산업의 경쟁력 강화 및 경쟁체제 확립을 위해 동기식 IMT2000 사업자 선정과정을 통신시장 구조조정의 축으로 활용했다.
이에 따라 LG텔레콤과 하나로통신은 양사를 주축으로 동기식 IMT2000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계획을 짰고 지난 8월 25일 IMT2000 사업자로 최종 선정됨으로써 3세대 이동통신을 위한 첫번째 매듭이 완전히 마무리됐다.
LG텔레콤과 하나로통신은 차세대 서비스를 위한 유무선통합방향, 양사 통합상품 등을 공유하면서 서비스를 준비중이다. 또한 LG텔레콤은 지난 4일 동기식 IMT2000서비스 출연금을 위한 유상증자를 실시, 60% 이상의 청약률을 올리면서 3세대 서비스에 한발 가까이 다가섰다.
여기서 더 나아가 대표적 중복투자부문인 초고속인터넷시장도 어느정도 구조조정에 성공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하나로통신이 드림라인을 전격 인수했고 두루넷과도 사업협력관계 구축에 합의했다. 이를 통해 국내 통신시장은 KT-KTF-KT아이컴이 한 축을, SKT와 SKIMT가 또다른 한 축을, LG텔레콤과 하나로통신 등 후발사업자 연합이 나머지 한 축을 형성하는 3강구도를 나타내게 됐다.
◇뇌관과 같은 유효경쟁체제=올 통신서비스산업을 특징짓는 또다른 하나는 후발사업자의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한 유효경쟁체제의 도입이다.
유효경쟁체제 도입의 시작은 SK텔레콤과 SK신세기통신의 기업결합을 놓고 시작된 사업자간 밀고 당기기에서 비롯됐다. 정부는 SK텔레콤과 SK신세기통신 결합의 전제조건으로 지난 6월 30일까지 시장점유율을 가입자 기준 50% 미만으로 맞추도록 했다.
SK텔레콤측의 점유율 문제는 해결됐으나 7월 이후 SK텔레콤의 점유율 상승이 지속적으로 이뤄지자 후발사업자들의 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공세가 시작됐고 이는 정부의 유효경쟁체제 언급과 맞물려 하반기 통신시장을 달궜다.
KTF와 LG텔레콤은 SK텔레콤이 막대한 자금을 들여 단말기 보조금을 지급, 시장질서를 혼탁하게 한다며 단말기 보조금 법제화를 계속 주장했으며 사업자간 상호 비방전이 격하게 전개되기도 했다.
이에 덧붙여 정부는 이동전화사업자간 접속통화료에 대해 원가를 바탕으로 재조정할 뜻을 비쳐 이 문제 역시 향후 통신시장의 뇌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자리잡은 별정통신산업=별정통신산업은 올해 완전히 시장에 정착한 한해로 꼽힌다. 특히 SK텔링크·유니텔·LG유통 등 전통적으로 강세를 띠어온 몇몇 업체는 기간통신사업자못지 않은 시장지위를 확보했다.
이는 선두권업체들이 유선 및 이동전화 발신 국제전화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선전할 수 있는 물적토대를 이미 갖췄을 뿐만 아니라, 접속번호 대중적 인지도면에서도 타 업체를 압도할 수 있을 정도의 격차를 만들어 놓은 점에서 기인한 바 크다.
올 한해 별정통신1호(설비보유 국제전화)부문에서는 이동전화 발신분야의 경쟁이 더없이 고조됐다. 연초부터 00700(SK텔링크)·00345(KTF)·00388(LG유통) 등의 이동전화에서 바로 걸 수 있는 국제전화 접속번호를 알리는 마케팅과 홍보전이 치열하게 벌어졌고, 그만큼 시장규모도 빠른 속도로 커질 수 있었다.
실생활에서 이동전화 사용이 전면화되는 추세와 맞물려 이같은 이동전화 발신 국제전화 시장경쟁은 향후 별정통신 개별업체의 사활이 걸린 격전장으로 위세를 떨칠 전망이다.
이와 함께 별정통신1호 사업권에 대한 외국 통신사업자들의 진출도 두드러졌다. 월드콤코리아가 올초 별정1호 사업권을 획득한 것을 필두로 아시아글로벌크로싱코리아도 같은 부문 사업권을 획득했다. 이들 외국통신사업자는 직접 리테일부문의 음성전화(보이스)부문 사업전개보다는 국제 음성트래픽 홀세일부문의 사업전망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도 2, 3개 외국사업자의 사업권 추가획득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별정통신2호(호집중·재과금) 사업부문에선 무엇보다 음성데이터통합(VoIP)기반의 인터넷전화시장 급팽창과 신규사업자의 대거등장을 중요한 변화로 꼽을 수 있다.
인터넷전화서비스가 지난해 정통부로부터 별정2호 사업부문으로 규정되면서 이 분야는 최근 급속도의 성장세를 구가하기에 이르렀다. 기업용 인터넷전화 사용이 두드러지면서 인터넷전화는 앞으로 별정2호 사업영역을 뛰어넘어 전체 유선통신시장 돌풍의 진원지로 자리잡아 나갈 전망이다.
올해 별정2호 부문의 이슈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잇따라 터진 선불카드 불법유통과 사업자 비리문제다. 올초 일본 시네이통신의 부도와 그에 따른 국내 통신업체의 피해, 최근 뒤이어 터진 카드유통업체의 고의 부도 등은 선불카드 유통구조의 근본적인 개선과 개인이용자에 대한 보호조치 강구를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기업 구내통신을 주력으로 하는 별정3호 부문은 앞으로 사업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분야로 손꼽힌다. 지금까지는 소수업체의 배부른 사업으로 안주해 왔던 별정3호 부문에 새로운 주자들이 등장하면서 관련업체의 시장경쟁도 한층 격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올해 상황을 종합해 볼 때 국내 별정통신시장은 내년 △인터넷전화의 전면 대중화 △토종·외국 별정사업자간 경쟁 격화 △별정3호사업의 부각과 시장경쟁 활성화 등의 이슈를 만들어낼 것으로 예상된다.
<조시룡기자 srcho@etnews.co.kr 김규태기자 star@etnews.co.kr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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