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소자·패키징업체 생산직 여성 퇴사 `골머리`

‘잡을 수도 없고, 그냥 보낼 수도 없고.’

 반도체업체들이 생산직 여직원들을 두고 60년대 신파같은 사랑타령에 빠졌다. 경기악화로 감원·감산효과를 위해 유·무급 휴가, 재교육, 희망퇴직 등으로 인력조절에 나서면서 예상보다 많은 수의 생산직 여직원들이 대거 회사를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불가피한 인력조절이었기는 하지만 퇴사가 여직원들에게 몰리면서 일부 업체들은 라인가동에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달부터 순환 무급휴직을 실시하고 있는 하이닉스반도체의 경우, 지난 한달만 해도 200여명의 생산직 여직원들이 자진 퇴사했다.

 급여가 사무직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이들의 경우, 오는 3월까지 2주씩 나눠 한달 동안 무급휴직을 다녀와야 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 돼 차라리 퇴직금을 받고 다른 일자리를 찾아나선 것 같다는 게 하이닉스 노조측 분석이다.

 반도체 일관생산라인(FAB)에 근무하는 여직원들의 경우, 대부분 3교대로 반도체 장비의 이상 유무와 비자동화 부문을 연계하는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에 인력 훈련과 적응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이 때문에 하이닉스 일부 생산라인은 빠져나간 여직원들의 빈자리를 채우느라 나머지 직원들이 교대시간을 늦추고 있으며 노조측은 이번 무급휴가에 생산직 여직원들만이라도 제외하는 방안을 회사측에 건의할 것을 고려중이다.

 평소 생산직 여직원들의 이직률이 높은 패키징업체의 경우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최근 명예퇴직 등을 통해 인력조절을 마친 칩팩코리아의 경우 50% 이상의 퇴직인력이 여직원들이다. 물론 소속감이 적고 전문성이 떨어지는 여직원들이 명절 및 휴가철을 전후로 대거 퇴사하기도 했었지만 지난 1년여 동안 지속돼온 인력조절에 예상보다 큰 공백이 생긴 상황이다.

 앰코코리아와 ASE코리아는 이같은 인력유출을 막으면서도 인건비를 절감하는 효과를 확보하기 위해 고용보험의 지원을 받는 유급휴직으로 대체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생산직 여직원들의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처우 개선, 소속감 회복, 전문성 확보 등이 필수적”이라면서 “경기회복시기를 고려해 장기적이면서도 탄력적인 인력수급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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