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벤처투자 `움찔`

 올들어 창투사와 신기술금융사들의 벤처투자가 지난해의 절반 이하로 크게 줄어든 데 비해 은행권의 벤처투자는 상대적으로 감소폭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이 벤처투자에 본격적으로 나선 지난해 산업은행을 비롯한 기업·신한·한빛·외환·하나·한미 등 7개 은행의 벤처투자는 총 2100억원을 상회했으나 올들어선 지난 11월말 현재 지난해의 70% 수준인 1500억원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KTB네트워크, 한국기술투자, 무한기술투자, LG벤처투자 등 주요 벤처캐피털들의 경우는 올들어 10월 중순까지의 벤처투자 실적이 지난해의 18.8∼40.3% 수준에 그쳤다. 본지 10월 16일자 31면 참조

 그러나 이들 은행의 벤처투자 실적은 올초 계획했던 3600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코스닥시장의 침체가 은행권의 투자를 급속도로 냉각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또 올해 은행들이 선호했던 투자분야는 컴퓨터 및 인터넷, 소프트웨어 등 IT분야(40% 수준)며 대부분의 은행들이 내년에도 IT부문 위주로 투자를 계획하고 있어 IT강세현상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내년도 벤처투자계획은 대부분의 은행들이 올해보다 늘려잡고는 있으나 지난해와 비슷한 2100억원대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벤처거품이 꺼지고 간판급 벤처기업들이 대부분 코스닥 시장에 진출, 우수 벤처업체 발굴이 힘들어진 상황인 점을 감안하면 은행들의 벤처투자는 더욱 더 보수적인 분위기로 흐를 것이라는 게 은행권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1270억원의 자금을 벤처기업에 투자했으나 올해는 10월말 현재 847억원을 투자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올 연말까지는 950억∼1000억원 수준은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내년에는 시장이 다소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 투자금액을 1200억원대로 늘릴 계획이다.

 지난해 50개 업체에 329억원을 투자했던 기업은행은 올들어 11월까지 51개 업체에 256억원을 투자했다. 투자 업체수 면에선 이미 지난해 수준을 넘어섰다. 기업은행은 올 연말까지 벤처 투자규모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300억원 규모로 계획하고 있다.

 시중은행 중에서는 가장 역점적으로 벤처투자를 추진해왔던 신한은행은 올해 164억원을 투자, 지난해(190억원)보다 소폭 줄어들었다. 이 은행은 벤처투자 환경이 연초 예상보다 악화돼 투자가 줄었으나 내년에는 투자기업에 대한 회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이를 재투자하는 등 다시 벤처투자에 활기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90억원 규모를 투자했던 하나은행도 올해 23개 벤처업체에 71억원을 투자하는 데 그쳤다. 이 은행은 올연말까지 2개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추진하고 있어 80억원 수준을 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증시가 살아나고 경기가 저점을 통과했다고 해도 벤처투자가 활성화될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보고 있으나 내년에는 지난해보다 소폭 증가한 100억원대의 벤처투자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외에 벤처투자에 소극적이었던 한빛은행은 경기전망이 호전됨에 따라 내년도 예산을 대폭 증액했으며 외환은행과 한미은행도 벤처투자 예산을 올해보다 두배 이상 늘려잡고 있다.

 그러나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주가가 올라간다 해도 벤처투자에 대한 체감경기는 내년에도 본격적으로 회복되기는 힘들 것”이라며 “IT분야 위주의 투자는 여전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2년간 학습기간을 고려할 경우 투자업체 선정에는 보다 신중을 기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규태기자 kt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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