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잉기보스 텍사스인스트루먼트 회장 겸 CEO
반도체 경기가 드디어 바닥을 쳤다는 전망이 여기저기서 조심스럽게 제기되기 시작했다.
미 반도체산업협회(SIA)에 따르면 전세계 반도체 시장규모는 올해 4분기 4.7%의 성장을 기록해 반등세로 돌아서고 내년에도 6%의 소폭 성장세를 유지한 후 2003년부터는 21%대의 본격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본지는 세계적인 반도체 및 통신업체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의 회장 겸 CEO인 톰 잉기보스로부터 변화기에 접어든 반도체 시장의 향후 경기전망과 기술 트렌드 등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반도체시장이 반등할 것이라는 주장이 점차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는데 어떻게 보는지. 특히 아시아태평양, 한국시장은 어떨런지.
▲반도체시장이 현재 침체기에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안정화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면 지속적으로 증가하던 반도체 주문 취소율은 점차 낮아지고 있고 무선기기에 대한 주문량은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세계경제가 글로벌화됐기 때문에 지역경제는 세계경제와 밀접한 연관을 갖는다. 이에 따라 한국이나 아시아 시장을 세계의 다른 경제권과 분리하여 생각하기 어렵다. 그러나 아시아는 다른 지역에 비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시장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시장 반전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많은 반도체 업체들은 당장은 심각한 재정적인 문제를 겪고 있는데 감산 계획은 없는지.
▲TI는 현재 불투명하고 취약한 시장 환경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생산과 개발 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TI의 강점은 수요가 늘어날 때 가장 빨리 공급할 수 있다는 점이다. TI는 장기성장을 위한 포석으로 전략적인 투자를 계속해 왔다. 이같은 의미에서 TI는 감산전략보다는 고객의 수요가 강하게 발생할 때 적시에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데에 영업전략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예를 들어 TI는 장기적인 비용절감 효과를 얻기 위해 여러 개의 아날로그 팹(Fab)을 6인치에서 8인치로 바꾸고 있다. 또 TI는 300㎜ 팹에 투자하고 있는 소수의 반도체 업체 중 하나이며 0.13um 웨이퍼 팹도 곧 대량생산 체제에 들어갈 예정이다.
―불황을 극복하기 위한 TI의 다른 전략도 소개한다면.
▲침체기 동안 우리는 보다 생산적인 경영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자원 생산에 초점을 맞춘 구조 조정을 단행했다. 이를 통해 지원 비용을 영구적으로 줄이고 모든 업무를 고객에게 더욱 효과적이면서도 적합하도록 재조정했다.
TI는 이번 침체기 동안 실질적으로 상당한 금액의 고정 비용을 줄이고 낡고 효율성이 떨어지는 제조 시설을 폐기하며 더욱 많은 웨이퍼를 최신 처리 노드로 생산할 수 있는 팹으로 통합했다. 다시 시장상황이 호전되면 TI는 보다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와 함께 TI는 최근 제조 및 지원 인력의 6%인 2500여명을 감축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TI는 경기가 조만간 상승기에 접어들 것으로 판단될지라도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지원 인력은 과감히 재조정해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PC시장의 불황으로 반도체 가격이 크게 하락했고 재고 문제도 아직 해결되지 않았는데.
▲올해 초에 비해 PC 선적량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반도체 가격이 하락했다. 그러나 TI는 DSP와 고성능 아날로그 제품 등 고부가가치 제품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에 이같은 가격 하락이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10%에도 안된다. 또 가까운 미래 시장 환경에서도 가격 동향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본다.
―PC시장에 비해 이동전화와 같은 모바일 시장이 비교적 호조를 보이는데 분야별 시장은 어떻게 전망하는지.
▲작년 최초로 무선단말기 판매량이 PC 판매량을 넘어섰다. 사실상 모든 분석가들은 전세계적으로 휴대형 단말기가 인터넷 접속 도구로 가장 각광받게 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TI는 미래의 인터넷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관건은 이동성이 될 것이지만 이동전화 단말기가 PC를 전적으로 대체할 것이라고 믿지는 않는다.
또 비록 TI가 현재 유선 네트워크를 이용해 가정 내 광대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조만간 무선 기기 시장이 PC시장을 능가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같은 관점에서 무선통신시장의 미래는 밝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TI는 제2세대 디지털 통신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 새로운 플랫폼인 개방형멀티애플리케이션프로토콜(OMAP)을 개발했다. OMAP는 컴퓨터 중심이 아닌 통신 중심 환경에 맞는 플랫폼이다. 무선 인터넷은 음성 및 영상 제공 서비스 및 위치 추적 서비스, 음성인식, 보안, 무선 상거래 서비스 등 환상적이고 새로운 경험을 가능토록 해줄 것이다.
―향후 반도체 기술 트렌드는.
▲반도체 기술은 무선인터넷과 광대역 통신 분야에서 급격한 기술 발전을 이루고 있다. 이 두 부문은 서로 연관성을 가지고 있으며 기술혁신 및 반도체 시장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업계는 무선인터넷과 광대역 인프라를 위한 기본적인 툴을 충분히 구축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인터넷의 성장을 자극하고 활용을 급격히 늘려줄 혁신적인 새로운 응용분야가 필요하다.
― TI의 제품 전략은.
▲당사는 인터넷 시대를 위해 가장 중요한 기술인 DSP와 고성능 아날로그 제품에 역점을 두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TI를 DSP 업체만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TI는 다양한 전략적 인수합병을 통해 고성능 아날로그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문 편이다. 지난해 TI는 전년대비 2배에 달하는 430여종의 아날로그 칩 신제품을 발표했으며 올해에도 작년 수준의 신제품을 출시했다.
또 DSP 분야에서는 C2000, C5000, C6000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신제품을 계속 소개하고 있다. 이같은 제품은 인터넷 오디오를 비롯해 디지털 스틸 카메라, VoIP 게이트웨이, IP폰, 무선 인프라, 디지털 전화, ADSL 모뎀 등 광범위한 응용제품에 채택된다.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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