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법 개정` 현황·전망

 방송법 개정이 정치권과 방송계의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 정부 들어 개정된 통합 방송법은 방송위원회를 방송 정책을 총괄, 시행할 수 있는 행정기관으로 격상시키는 모태가 됐다. 또 위성방송사업자 선정, 디지털방송 실시, 프로그램공급업자(PP)등록제 시행, 중계유선방송의 케이블TV방송국(SO) 전환 등 방송계의 판도를 바꿀만한 굵직굵직한 정책들을 시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을 해 왔다.

 그러나 9명으로 구성된 방송위원을 대통령과 국회의장, 문화관광위원회 등에서 추천토록 함으로써 정당별 나눠먹기 식이라는 비난을 받아 왔는가하면 행정기구로서의 위상이 취약해 강력한 방송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대통령 직속기구로 개편해야 한다는 논의도 나왔다.

 이 때문인지 한나라당과 자민련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방송법을 개정 처리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또 최근 방송위원회가 위성방송의 지상파 재송신에 대해 방송권역 내에서는 즉시 시행할 수 있도록 하고 나머지 지역에 대해서만 2년간 유예키로 하자 지역방송사와 케이블TV 등이 반발하는 등 방송법 개정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정치권에서 다루고 있는 방송법 개정은 방송위원을 어떻게 선임하느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한나라당과 자민련은 당초 2야가 합의해 방송법을 처리키로 했지만 한나라당이 현행대로 대통령과 국회의장, 국회가 각각 3명씩 추천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해 공조가 깨졌다.

 이에대해 여당인 민주당은 방송법 개정을 탐탁치 않게 생각하고 있다. 민주당은 현 정부의 주요 업적인 새 방송법에 또다시 손대는 것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다.

 정치권이 주로 정치적인 차원에서 방송위원 선임 등의 문제에 무게를 두고 있다면 방송업계는 생존권이 달린 문제에 매달리고 있다.

 최근 대구·광주·울산 등 지방MBC 사장단 6명은 민주당 한광옥 대표를 방문해 “위성방송에서 지상파 프로그램을 재송신하는 것을 금지시켜 지역방송의 고사를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그 전날엔 지역민방 사장단들이 한 대표를 찾기도 했다.

 이같은 지역 방송사들의 입장에 대해 야당 측은 잰걸음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한나라당 김원웅 의원 등 24명의 지방출신 의원들은 위성방송의 ‘KBS.EBS 의무재송신’규정을 삭제하고 지상파 재송신은 방송위원회 승인을 받도록 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는 지역방송의 입장을 상당부분 반영한 것이다.

 정치권에선 충청권을 의식한 자민련이 적극적으로 법안 처리를 주장하고 있다. 한나라당도 6일 이 문제를 다루기 위한 공청회를 개최하는 등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국디지털위성방송에서도 그대로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위성방송측은 사업성공을 위해서는 지상파 재송신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정치권과 학계 인맥을 총동원해서라도 방송법 개정을 막아야할 입장이다.

 그러나 이번 정기국회에서의 방송법 개정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방송법 개정을 주도하고 있는 두 야당이 방송위원 선임방식을 놓고 입장이 달라 한나라당과 자민련이 서로 다른 개정안을 내놓을 수도 있으며 최악의 경우 개정을 뒤로 미룰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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