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빅뱅>(1)메모리 업계 재편

 세계 반도체산업의 빅뱅이 시작됐다. 지각변동은 메모리업계에서 시작해 점차 비메모리 분야로 번져가고 있다. 중하위 업체는 퇴출위기에 놓였고 살아남은 업체는 그 부를 독차지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강국 일본이 몰락하고 있다. 그 대신 중국이 부상하고 있다. 반도체업계를 뒤흔들고 있는 ‘빅뱅’의 원인과 방향, 그리고 국내 반도체산업에 미칠 영향과 대책을 5회에 걸쳐 긴급 진단한다.

 

 마이크론과 하이닉스. 불과 몇주 전까지만 해도 서로 할퀴기 바빴던 두 회사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 손을 맞잡으려 한다. 합병 가능성을 제쳐두더라도 2, 3위 업체인 두 회사의 제휴는 반도체업계에 불어닥친 합종연횡과 이에 따른 업계재편이 이미 ‘발등에 떨어진 불’임을 그대로 보여준다. 반도체업체간 통합은 이전에도 있었다. 그렇지만 요즘처럼 봇물 터지듯 합병과 합작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는 것은 반도체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반도체 빅뱅의 진원지는 바로 메모리반도체 업계다.

 ◇막오른 합종연횡=마이크론과 하이닉스에 앞서 D램업계 서열 4, 6위인 인피니온과 도시바가 합병을 추진중이다. 5위인 NEC는 이미 7위인 히타치와 합작해 엘피다메모리를 세웠다. 삼성전자를 제외하고 2위부터 7위까지 모두 6개 회사가 합종연횡에 들어간 셈이다.

 점유율이 3% 미만인 일본과 대만의 나머지 업체들도 사업철수와 합병의 갈림길에 서서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히타치, 후지쯔, 윈본드 등은 최근 메모리반도체의 감산이나 가동 중단에 들어갔으며 사업철수도 신중히 검토중이다. 일부 중소업체는 기술제휴 관계에 있는 상위 기업과의 합병을 모색중이다.

 ◇왜 힘을 합치나=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올해 PC경기 침체가 가장 큰 원인이다. 모든 업체가 적자로 내몰릴 정도로 불황의 충격은 컸다. 메모리반도체 사업의 생명이 투자인데도 투자할 여력을 가진 업체는 극소수다. 최근 경기회복설이 나도는데도 상위 업체들이 합종연횡을 시도하는 것은 더이상 버틸 힘조차 없는 한계상황에 달해 있음을 방증한다.

 삼성전자의 독주도 한 원인이다. 올해 가격폭락과 불황 속에서 삼성전자만이 유일하게 출하량을 늘렸다. 1년 사이에 6∼7%포인트라는 기록적인 상승을 발판으로 점유율을 30% 안팎으로 끌어올렸다. 투자시점을 늦추고 규모도 줄였으나 차세대 투자가 예정대로 진행중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삼성과의 격차가 심화돼 영원히 쫓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불안감이 상위 업체들을 자연스레 뭉치게 만들고 있다.

 ◇방향과 전망=상위 업체들이 통합을 추진하고 있으나 의도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채권단, 주주 등 이해관계자들이 많고 서로 적자투성이여서 통합시 필요한 재원확보가 쉽지 않다. 기술수준과 거래선이 비슷하고 통합 시너지효과도 불분명하다.

 현대전자와 LG반도체가 통합한 하이닉스, NEC와 히타치가 합작한 엘피다메모리도 통합 이후 생긴 문제점 해결에 골머리를 앓았다. 삼성전자의 고위 관계자는 “메모리업계에서 ‘1+1=2’라는 등식은 잘 성립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통합이 대세인 만큼 합병은 이제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자국 업체보다는 외국 업체와의 합병 추진이 활발할 전망이다. 시너지효과가 높은 편인 데다 정부의 지원을 받으면서 생기는 통상압력을 피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메모리업계의 제휴는 모두 외국 업체와 진행되고 있다.

 상위 업체부터 시작한 합종연횡은 앞으로 중하위 업체로 확산될 전망이다. 이른바 ‘빅4’가 경쟁하면서 세를 불려나가기 위해 군소업체들을 끌어들이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군소업체들로서도 그대로 주저앉기보다는 큰 업체와의 통합을 통해 활로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는 진행중인 합병이 성사되고 연쇄합병과 업체퇴출이 잇따를 경우 20개에 육박하는 D램업체가 1∼2년 후에는 6∼7개사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지각변동은 이미 시작됐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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