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을 정보기술(IT)에 접목시킨 데 대해 의아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우리 한의학을 세계적인 학문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데이터베이스(DB) 구축이 그 어느 때보다도 시급합니다.”
최근 신지식인 대통령상을 수상한 백남한의원 박용진 원장(45)은 이번 수상으로 한의학이 극히 주관적인 학문에서 벗어나 공식적인 학문으로 인정받는 계기가 마련됐다며 소감을 대신했다. 박 원장은 이번 신지식인 선정 과정에서 한의학 정보 전문 컨설팅 및 한방기기 전문 벤처인 ‘크룩스(http://www.crux21.com)’ 설립을 통해 한의학의 과학화, 객관화에 앞장 선 공로를 인정받았다.
지난해 설립된 크룩스에서는 한의학의 방대한 자료 가운데 1000여 종류의 약초를 DB화하는 한편 한의사가 내린 6000여건의 처방전을 DB화하는 데 성공했다. 또 국내 최초로 약재간 배합에 따른 배합사전을 개발, 일반인도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DB화했다. 올해에는 생혈액진단 및 향기요법, 모니터링 및 양도락 진단, 테이핑 진단 등 8개의 소프트웨어로 구성된 국내 최초의 한방 진료 프로그램인 CDS(Computer Diagnosis System)를 개발, 환자들로부터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
한의사인 그가 IT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지난 5년 전만 하더라도 진찰 받으러 오는 환자들의 병력과 진단내역 등을 체계적으로 분류해 사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전혀 없어 매번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특히 한의학의 방대한 자료들을 필요할 때마다 각기 다른 책들을 찾아가며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점도 박 원장에게는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었다.
“한의학의 특성상 일일이 설명하기 어려운 점들이 많기는 합니다. 더욱이 한의학은 스승이 그동안의 경험과 연륜을 바탕으로 제자들에게 전수하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에 학문의 객관화, 표준화와는 거리가 멀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의학이 비록 중국에서 태동한 학문이기는 하지만 그 이후 우리나라로 전파돼 생리나 병리, 역사에 의해 축적된 제대로 된 학문이라는 점에서 박 원장은 우리 한의학의 우수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이같은 한의학도 외국에 널리 알리기 위해서는 방대한 양의 DB를 제대로 구축하고 표준화하는 작업이 필수적으로 뒤따른다. 특히 최근에는 미국 등 서양에서도 암과 치매 등 수많은 질병에 대해 대체의학을 시도하고 있으며 이같은 대체 의학의 대부분이 한의학이라는 점에서 그 필요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누군가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을 했을 뿐입니다. 이제부터는 한의학을 BT와도 접목시켜 한의학의 세계화를 추구할 계획입니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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